전해지는 기록으로 더듬을 수 있는 역사만 3000년쯤이다. 영토는 작았지만 신라는 천년 역사의 왕국이었으니 인류사적으로 드문 제국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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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스토리텔링으로 만들어본 ‘생선새알 어환’(왼쪽)과 ‘해운동백’ 상표. |
이후 왕조가 바뀐 것은 두 차례이고, 모두 같은 핏줄의 사람들로 민주공화국으로까지 이어져왔다.
이민족의 잦은 침략으로 기록과 유물은 멸실되고 천년 전통이라 자부할 문화유산은 일부 유적과 사상사적 담론이 전부인 실정이다. 천년 신라의 수도 경주라면 ‘천년 왕실 상차림’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할 텐데 퓨전 한식이 있을 뿐이니 안타깝다.
경주박물관 목간(木簡)에 ‘해(醢)’라는 글자가 선명하다. ‘젓갈’이라는 뜻이니 소금에 염장한 것이다. ‘견(犭)’이라는 글자도 보인다. 동물이라는 뜻이니 생선뿐 아니라 돼지, 노루 등 육고기와 그 내장도 염장했다는 증거이다.
유럽의 햄, 베이컨이나 소시지류를 상상할 수 있다. 어쩌면 오늘 순대의 원형이었을지도 모른다.
해운대를 취재하며 오래 이어온 전통 음식을 찾았더니 생선을 뼈째 갈아 먹었을 것이라는 추측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어묵의 원형인가? 가능한 일이다. 천년쯤 전이라면 기름은 귀했을 것이고 밀도 들어오기 전이니 칡가루를 섞어 찌고 말리면 될 것 같았다. 더구나 건강을 생각해 기름을 멀리하려는 시대이니 맞춤하지 않은가. ‘생선새알’이라는 우리말 이름도 지어봤다.
신라 진성여왕이 해운대온천에 오시니 해운포 어민들이 신선한 생선살을 발라 말린 칡가루로 환을 빚으니 ‘생선새알’이다. 이를 쪄서 말려 탕으로 올리니 왕께서 즐기셨다. 최치원이 ‘어환’이라 한, 동래부 어민들의 지혜로 빚은 오늘날 어묵의 원조이다. 기름에 튀기지 않고 쪄서 말리니 현대인에게는 건강식이다.
기왕 전해온 동백차도 ‘해운동백’이라는 이름이면 더욱 멋들어지지 않은가.
스토리텔링의 시대다. 그럴법한 이야기가 흥미로우면 더욱 눈과 손이 가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3000년 단일 핏줄의 역사라면 세계사에서 드문, 많은 이가 부러워하는 자부심이다. 그 속에 묻혀있는 것들을 꺼내야 한다.
사실은 학술의 몫이지만 한계가 있다. 이야기는 훨씬 자유롭다. 최치원 스토리텔링을 기획한 취지이며, 그의 이름을 빌려 행로를 따라가며 잃어버렸던 것을 더듬어보려 한다.
이야기는 창작이지만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원천이 될 수 있지 않겠는가. 지방자치단체 관광산업의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