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상응 조치로 맞불 대응해
- 양국 관계 대립 장기화 우려 속
- 수백 명 인파 ‘출국 전쟁’ 빚어져
8일 오전 부산 김해공항 국제선 청사에는 근래 보기 드문 광경이 펼쳐졌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공항 이용객이 급감해 한산한 가운데 이날은 출국 인파가 몰렸기 때문이다. 일본이 9일부터 한국 입국자를 대상으로 2주간 격리 조치를 시행할 예정이어서 이날 김해공항에는 규제를 피해 서둘러 일본으로 가려는 인파가 몰려 ‘출국 전쟁’이 빚어졌다.
이날 낮 김해공항 일본 국적사 카운터 앞에는 일본행 항공편에 탑승하려는 200여 명의 인파가 줄을 섰다. 이 항공사뿐만 아니다. 오전 7시 제주항공 7C1452편을 시작으로 모두 12편의 항공편이 승객을 싣고 일본으로 향했다. 갑작스러운 일본의 입국 규제로 일정을 변경해 일본으로 향하는 승객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8일 오후 7시 55분 후쿠오카로 떠나는 에어부산 BX144편에 탑승한다는 A 씨는 “내일 이후로 일본에 입국하면 2주간 격리해야 하고, 상황이 어찌 될지 알 수 없어 서둘러 출국을 결정했다”며 “양국 관계가 하루빨리 진정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입국 규제 때문인지 일본행 항공편 탑승률이 지난 6일부터 10~15%가량 올랐다”고 말했다.
탑승률은 이날 ‘반짝 상승’했지만 9일부터는 우리나라와 일본의 하늘길이 사실상 닫힌다. 우리 정부는 일본 측의 입국규제를 방역이 아닌 일본 내 정치적 상황을 고려한 ‘외교적 성격의 조치’라고 보고 바로 상응하는 조치로 맞불을 놓았기 때문이다. 양국 정부는 모두 당장 9일 0시부터 강화된 입국규제를 시행한다.
앞서 일본 아베 신조 총리의 일본 정부는 지난 5일 코로나19 자국 내 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대책으로 초강경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일본과의 인적 왕래에서 1, 2위를 차지하는 중국과 한국으로 연결되는 하늘길과 해상길을 9일 0시부터 3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막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일본의 조치에도 대해 방역에 중점을 둔 절제된 대응을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국민의 보건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감염병 유입에 대한 철저한 통제에 주안점을 두고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정부의 ‘상응조치’는 일본보다 수위를 낮춘 측면이 있다. 정부가 일본의 한국발 입국자 14일 대기에 맞대응으로 발표한 조치는 현재 중국발 입국자를 대상으로 시행 중인 특별입국절차다. 정부는 아직 일본과 달리 일본발 항공기의 국내 착륙지를 제한하거나 일본 내 특정 지역으로부터의 입국을 금지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는 일본의 불합리한 조치에는 단호하게 맞서되 일본과 같은 비과학적 조치나 확전은 자제하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일본이 먼저 조치를 철회하지 않는 한 한국이 입국제한을 거두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방역 목적’을 주장하는 일본이 조치를 철회할 명분과 논리를 확보하려면 한국과 일본의 코로나19 상황이 어느 정도 개선돼야 하는 부분도 있어 당분간 갈등 상황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
임동우 기자 guardian@kookje.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