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전장치 미비로 질식사 초래
- 선장 등에도 같은 혐의로 벌금형
법원이 선내 안전 불감증에 경종을 울렸다. 해외에서 안전 규정을 지키지 않아 선원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선장들이 잇따라 유죄를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형사6단독 천종호 부장판사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A(66) 씨에게 금고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8일 밝혔다. 1심이 인정한 범죄사실을 보면 A 씨는 제주 선적 일반 화물선 선장으로 지난해 6월 말레이시아 포트클랑항에서 선원들에게 배에 적재된 스틸 코일을 하역하도록 지시했다. 자정이 조금 넘은 시간 선원 B(당시 35세) 씨가 화물창 중간갑판에서 화물창 덮개 설치 작업을 하다가 화물창 바닥으로 추락했다. B 씨는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40분 뒤 머리 손상 등으로 숨졌다.
천 부장판사는 A 씨가 안전관리 총괄자로서 갑판 위에 안전감시자를 지정·배치하지 않았고, 선원이 추락 위험 구역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거나 선원에게 미리 주의·경고하는 등의 안전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부산지법 형사11단독 신형철 부장판사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제주 선적 케이컬 운반선의 선장 C(70) 씨에게 벌금 700만 원, 1등 항해사 D(37) 씨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1심이 인정한 범죄사실에 따르면 C 씨는 지난해 8월 대만 마일리아오항에서 D 씨로부터 화학제품 적재 중 대만 측 검증원이 샘플 병을 화물창 아래로 떨어뜨려 작업이 지연된다는 사실을 보고 받았다. 얼마 뒤 갑판장인 E(당시 63세) 씨가 산소통과 산소마스크, 보호복을 착용하고 화물창에 떨어진 샘플 병을 수거하기 위해 화물창 안으로 진입했으나 산소 결핍으로 질식사했다.
신 부장판사는 C, D 씨가 당시 적재한 화학제품을 하역한 뒤 화물탱크를 세정해 화물창 내의 유독가스를 배출시키고 독성 가스 잔류 여부를 확인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또 선원이 사고가 난 화물창에 진입할 때 장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확인하고 비상시 사용 가능한 구조장비를 갖추는 등의 업무상 주의의무를 지키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박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