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간 선사 실습, 채용과 직결
- 학생들 취업 불리해질까 우려
- 학내 실습선은 학생 수용 한계
- 해양대 “아직 공식 확정 아냐”
한국해양대 해사대 재학생이 실습선에서 사망한 사고(국제신문 지난달 11일 자 10면 등 보도)를 계기로 해양수산부가 해양대에 위탁 승선실습 폐지를 권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학교가 술렁인다. 학교 배를 최대한 활용해 실습을 진행하라는 게 정부의 권고 내용인데, 이를 두고 학생들은 “위탁선사 실습생 출신이 취업에 유리한 게 현실이어서 취업 시 불이익이 우려된다”며 불안해한다.
9일 한국해양대 등에 따르면 해양대생(연간 기준 470명)이 해기사 자격을 취득하려면 학교 실습선과 학교가 위탁한 민간선사 배를 각각 6개월간 총 1년을 타야 한다. 위탁선사 실습 대신 학교 배에서만 1년간 실습하는 학생도 일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이 실습기간의 절반은 민간위탁 선사를 선택한다. 위탁교육을 맡은 선사가 실습을 진행하면서 학생이 자사에 적합한 인재인지 파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취업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매년 민간선사에 채용되는 해기사의 50% 이상이 해당 선사의 실습생 출신이다.
하지만 한국해양대 실습생 정승원(21) 씨가 원양 실습 도중 숨지는 사고가 벌어지자 해수부가 최근 학교 측에 학생 실습교육을 외부선사에 아예 위탁하지 않도록 권고했다. 외부선사 실습이 존재하는 한 사고 등 관련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고 판단한 데 따른 조처다. 해수부 관계자는 “해양대 실습선이 부족하던 과거엔 외부 선사를 통하지 않으면 실습이 불가능했지만, 지금은 학내 실습선이 어느 정도 확보돼 굳이 위탁 실습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해양대가 운영하는 실습선은 9169t 한나라호와 6686t 한바다호 등 2척이다. 이들 배에 승선 가능한 인원은 각각 205명, 206명으로 1년간 실습을 받아야 하는 해양대생 470명을 모두 수용하는 데 일부 한계가 있다. 이런 이유로 해양대가 해수부의 권고안을 받아들인다면 학생 실습교육의 일부는 현장 대신 학내 시뮬레이션센터 등에서 진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해기사를 양성하는 또 다른 교육기관인 한국해양수산연수원 오션폴리텍은 위탁승선을 계속해 정부가 실습교육에 일관된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소식이 알려지자 일부 학생은 “위탁 실습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취업에 불리한 게 아니냐”며 불안감을 내비쳤다. 올해 위탁 실습 예정인 A(22) 씨는 “위탁 실습이 없어지면 선사의 현행 채용 과정에 변화가 생길까 두렵다. 해수부와 학교가 채용 시장의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고 걱정했다.
일부 선사는 위탁 실습이 사라지면 수습기간을 두는 등 채용전형 변경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중구 중앙동의 B선사는 “실습 과정이 없으면 학생이 회사에 적합한지 미리 알 기회가 사라져 채용에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다. 수습기간을 둬 회사와 안 맞을 경우 고용계약을 해지하는 등 채용 방식을 변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습기간에 고용해지 통보를 받게 되면 다른 선사에도 취업하기 어렵다”고 학생들은 우려한다.
학교 실습선으로만 교육해야 한다면 학생의 승선 실습 경험을 충분히 보장하기 위해 해양대가 실습선을 갖춘 부경대 등 다른 대학과 배를 공유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해양대 운항훈련원 관계자는 “권고 소식은 들었지만 아직 해수부로부터 정식 공문이 내려온 것은 아니다. 앞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최지수 기자 zso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