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일에 구매 못 한 시민 몰리고
- 당번 약국 상당수도 ‘반짝 영업’
- 입고시간·재고 달라 경쟁 치열
- 경찰 ‘마스크 소동’에 순찰 강화

“평일보다는 마스크 사기가 좀 쉽네요. 몇 시부터 마스크 물량이 풀리는지 알려주면 더 좋겠습니다.”

‘마스크 5부제’ 시행 이후 첫 주말인 15일 서울 도심에 있는 약국 앞은 평소보다 한산했지만 동네 약국은 구매 행렬(아래 사진)이 이어졌다. 연합뉴스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된 이후 첫 주말 시내 약국마다 평일에 마스크를 구하지 못한 시민의 발길이 이어졌다. 지난 9일부터 보건당국이 출생연도 끝자리에 따라 마스크 구매 날짜를 달리하는 5부제를 시행했지만, 주말에는 5부제와 상관없이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15일 부산시내 약국 대부분은 ‘마스크 5부제’ 시행 전 또는 평일보다는 한산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일요일에도 문을 열어 마스크를 파는 ‘휴일지킴이’ 약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약국이 문을 닫은 데다 휴일지킴이 약국 중 상당수가 오전에만 ‘반짝 영업’을 해 마스크를 구하려는 시민의 경쟁은 여전히 치열했다. 이날 문을 연 약국은 전체(1519개소)의 3분의 1인 478개소에 불과했다.

오후 1시부터 마스크 판매를 시작한 연제구 연산동의 한 약국에는 오전부터 마스크를 사려는 손님이 20명가량 줄을 섰다. 마스크를 판매한 지 30분 만에 준비한 물량이 동났지만, 5부제 시행 전처럼 구매하지 못해 빈손으로 돌아간 고객은 없었다. 금정구 부곡동의 한 약국도 오전 11시부터 마스크 판매를 시작해 40여 분 만에 다 팔렸다. 직장인 김모(28) 씨는 “평일에는 업무 때문에 약국의 마스크 입고 시간에 맞춰 구매하기 어렵다”며 “집 근처 휴일지킴이 약국의 영업시간을 검색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마스크를 사기 위해 서둘러 나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약국에서는 평일에 이어 주말에도 공적마스크를 구매하지 못한 시민의 모습도 보였다. 일요일인 15일 부산에 풀린 마스크 물량은 평일(평균 38만5000장)보다 훨씬 적은 9만8200장으로, 개별 약국에는 평소 받았던 250장보다 적은 200장이 풀렸다. 토요일인 14일엔 평소보다 많은 53만4000장이 풀렸지만 시민들은 언제 어느 정도의 물량이 풀리는지 알 수 없어 우왕좌왕했다.

일부 시민은 문 연 약국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금정구 부곡동 주민 박모(69) 씨는 문이 닫힌 동네 약국 앞에서 발길을 돌렸다. 박 씨는 “문 닫은 약국 앞에 서 있으니 지나가던 사람이 인터넷으로 문 연 약국을 알아보라고 하더라. 인터넷을 할 줄 몰라 수소문 끝에 문 연 다른 곳을 찾았는데, 이미 다 팔리고 없었다. 벌써 다섯 군데를 돌았다”고 하소연했다. 연산동 한 약국 약사는 “일요일에 여는 약국이 적으니 연 곳이라도 물량을 많이 주면 될 텐데, 보건당국이 그렇게 안 해 안타깝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마스크 구매가 어렵다 보니 시비·폭행사건으로 번지기도 한다. 지난 12일 해운대구 재송동 한 약국에서는 마스크 구매 줄을 서던 70대 여성 A 씨가 80대 여성 B 씨에 밀려 넘어져 손목뼈가 부러졌다. 쌍방폭행 혐의로 입건된 두 사람은 경찰 조사에서 마스크를 사야 해 예민해진 상황에서 말투 등을 이유로 시비가 붙었다고 진술했다. 같은 날 공적마스크 구매 가능 날짜가 아닌데도 마스크를 달라고 소란을 피운 남성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마스크 관련 사건이 이어지자 경찰은 지구대와 파출소를 중심으로 순찰을 늘리고 거점 약국에 인력을 배치해 질서 유지에 나설 방침이다. 부산 북부경찰서는 덕천동 화명동 중심으로 경찰차 순찰을 지속해서 시행했고, 사하경찰서도 관내 125개 약국 전체를 돌며 순찰했다.

김미희 최지수 기자 zso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