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에 소재한 약품 공급처도
- 수송 대책 없어 기다려라 말만
- 국내 희소질환자 1만9000여 명
- 항암제 투여 못 해 불안한 나날
코로나19 여파로 의약품 항공 운송이 취소되면서 희소병 환자들이 필요한 약을 제때 공급받지 못해 불안에 떤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는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공수 문제가 발생, 희귀 의약품 입고가 지연되고 있다고 24일 밝혔다. 의약품 운송 재개 시점에 대한 공급처의 답변을 기다리지만 기약은 없다.
지난해 기준 희귀필수의약품을 수급한 국내 환자는 1만9000여 명에 달하지만 지난달 이후 입고가 지연되면서 의약품을 받지 못하고 있다. 다발성골수종 환자인 양모(51·부산 동구 초량동) 씨는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기 전 항암제를 투여해야 하는데 약을 못 구해 이식이 연기될 것 같다”고 말했다. 양 씨를 비롯한 암 환자들은 투약하지 못하면 적혈구 백혈구 등 각종 수치가 나빠질까 두려움이 크다. 다른 다발성골수종 환자 우모(44·부산 금정구 부곡동) 씨도 “항암치료를 중단하고 3개월 동안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 상태에서 이식날만을 기다렸는데 이식이 미뤄질 것 같아 걱정된다”며 “우리처럼 시간이 중요한 환자에게 무작정 기다리라고 하니 할 수 있는 게 없어 답답하다”고 울먹였다.
코로나19로 인한 약 수급 지연 문제에 대해 센터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만 반복한다. 외국에 소재한 약 공급처가 확실한 공급일자를 알려주지 않고, 항공편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게 이유다.
고신대복음병원 혈액종양내과 김다정 교수는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가 약을 구하지 못하면 사실상 수급이 어렵다. 코로나19로 빚어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만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항공편 문제라 당장 대응할 수 있는 게 없지만 센터와 협의해 최대한 공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센터 측이 지난달 5일 ‘의약품 위탁배송 시범사업’을 종료하면서 직접 약을 가지러 서울까지 가야 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희소병 환자들은 불만을 털어놓는다.
지난해는 희귀필수약 배급 1만9000건 중 냉장 등이 필요한 1만여 건에 대해 시범사업 형태로 전문배송업체를 통해 공급했지만 올해 사업은 중단됐다. 예산도 없을 뿐 아니라 환자 불편 해소를 위해 의약품을 택배로 배송하는 것이 약사법을 어기는 불법행위라고 보건복지부가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환자 또는 가족이 직접 서울에 있는 센터를 찾아 수령해야 하는 실정이다.
센터 관계자는 “직접 방문 수령이 불가피해지면서 매일 200통가량의 불만전화를 처리하는 데 행정력을 쏟는다”면서도 “택배배송의 불법 여부에 대해 식약처의 유권해석을 기다리는 등 우리도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최지수 기자 zso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