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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히어로 <2> 아시아드 요양병원으로 몰려온 시민 영웅

코로나19와 사투, 헌신의 의료진에 힘내라며 내민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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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일상을 빼앗긴 시대. 지금 힘들지 않은 사람 어디 있겠냐만 그중에서도 가장 고군분투하는 이는 감염병 최전선을 지키고 있는 의료진일 것이다. 바람이 통하지 않는 방호복과 답답한 마스크, 얼굴을 짓누르는 고글 그리고 감염에 대한 두려움까지. 의사·간호사라고 감염병이 무섭지 않을까. 그들도 집에 돌아오면 누군가의 부모이자 자식일 텐데 말이다. 오직 사명감으로 버티던 그들이 주저앉고 싶을 때, 그들을 위로하던 히든히어로가 있었다. 의료진을 일으켜준 시민 영웅을 만나기 위해 국제신문 취재진은 부산 첫 코호트 격리 의료시설인 연제구 아시아드 요양병원으로 달려갔다.


# 세탁소 운영 김광수 씨

- 병원 코호트 격리 소식 듣자마자
- 바로 원장 찾아가 10만 원 기부
- “나도 힘들지만 의료진 더 고생
- 아주 적은 돈이라도 도움됐으면”

# 치킨집 운영 장현우 씨

- 개업 석달만에 코로나 타격 불구
- 집에 못 가는 의료진 소식 듣고
- 직접 만든 치킨 20마리 전달
- “다시 웃을 수 있는날 빨리 오길”

   
부산 연제구 세탁소를 운영하는 김광수 씨. 김 씨는 아시아드 요양병원이 코호트 격리되자 “요구르트라도 사 드시라”며 10만 원을 기부했다. 동영상 캡쳐(왼쪽), 연제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장현우 씨. 장 씨는 격리된 의료진에게 “몸보신 하라”며 치킨 20마리를 직접 튀겨 전달했다. 동영상 캡쳐
■“절망보다 희망을 봤다”

지난달 24일 아시아드 요양병원은 2주간 외부와 100% 차단되는 ‘코호트 격리’ 조처됐다. 이곳 소속 사회복지사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요양보호사 1명도 추가로 확진돼 집중치료실 입원 환자의 격리 기간은 더 길어졌다. 환자 167명과 의료진·직원 95명이 병원 안에 봉쇄됐다. 고령의 중증환자가 많은 탓에 “제2의 청도 대남병원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그러나 이 병원은 2주 후 추가환자 없이 격리 해제됐다.

지난 5일 국제신문 취재진은 아시아드 요양병원을 현장 취재했다. 손 소독을 하고 마스크를 쓰고 들어간 병원, 전체 공간 중 위험성이 없는 일부 공간만 출입이 허용됐다. 현장 상황은 삼엄했다. 마침 방호복을 갈아입는 간호사가 있었다. 그들은 취재진에게 “원래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이라는 짧은 말만 남기고 다시 병실로 들어갔다. 그의 뒷모습을 보고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이길 것을 확신했다.

부산 아시아드 요양병원 박동만 원장도 “병원이 코호트 격리되고 나서 절망보다는 희망을 봤다”고 말했다. 병원 전체가 봉쇄된 탓에 집에 돌아가 가족과 만나지 못하고, 집단 감염의 위험성도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희망’이라니…. 박 원장은 “왜 우리라고 두렵지 않았겠나. 그러나 부산시와 다른 병원에서 내 일처럼 달려와 준 의료진, 어려운 경기에도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준 시민의 응원에 힘을 냈다”고 설명했다.

■나 돌봐준 병원, 요구르트라도

같은 날 취재진은 부산 연제구의 한 세탁소를 찾았다. 30년째 그곳에서 작은 세탁소를 운영하는 김광수(68) 씨가 아시아드 요양병원에 아주 특별한 선물을 했다는 제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취재진이 든 ‘치킨 박스’를 보고 기부 단체라고 착각한 김 씨는 “경기가 안 좋아서 이것밖에 드릴 게 없네요”라며 5000원 지폐 한 장을 내밀었다.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김 씨는 “이러려고 기부한 건 아닌데. 미안하고, 또 미안하고…”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 씨의 말을 종합하면 사연은 이렇다. 김 씨는 올해 초 건강 문제로 아시아드 요양병원을 찾았는데 당시 자신을 진짜 가족처럼 돌봐준 의료진에게 큰 감동을 받았다. 마음의 빚을 안고 살아가던 중 청천벽력 같은 기사를 보게 됐다. 바로 아시아드 요양병원에 확진자가 나와 병원이 통째로 격리된다는 것이다. 김 씨는 바로 병원을 찾아가 10만 원을 기부했다.

김 씨는 “원장님이 한사코 안 받으려고 하더라. 내가 ‘돈이 많았으면 더 드렸을 텐데 가진 사람의 1000만 원이라고 생각하고 받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의료진과 환자에게 요구르트라도 하나 사드리십시오’라고 말하자 고맙다며 받으셨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원장님에게 ‘힘 좀 내시라. 원장님이 힘 빠지면 여기 있는 어르신들 어떻게 할 겁니까’라고 말했더니 ‘힘내겠습니다’고 하더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도 힘들 텐데…. 기부의 이유를 물었다. 김 씨는 “세탁소 30년 하면서 이렇게 어려운 적은 처음이에요. 그러나 저보다 더 힘든 사람은 코로나와 싸우는 환자와 의료진”이라며 “아주 적은 돈이지만 보태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런 김 씨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통닭을 선물했다. ‘받을 자격이 없다’며 한사코 거부하던 그는 취재진의 설득에 치킨을 받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는 “근처 상인을 보면 어깨가 다 처져 있다. 이럴 때일수록 힘내서 열심히 해봤으면 좋겠다”며 이웃에게도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몸보신하세요” 치킨 기부도

   
장 씨가 기부한 치킨 20마리. 부산 아시아드 요양병원 제공
지난달 28일에는 부산 아시아드 요양병원에 반가운 선물이 도착했다. 의료진을 위한 치킨 20마리. 박스마다 ‘힘내세요’라는 포스트잇과 함께 ‘수고’라는 글귀도 들어있었다. 글귀에는 “오늘 하루도 참 고되고 힘들었겠지만, 소중한 당신에게 조금이나마 수고를 덜어드리려 준비한 선물입니다. 작지만 큰 힘이 될 수 있길 바랍니다. 항상 옆에서 응원하고 지지하겠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국제신문 취재진은 치킨을 보낸 사람을 찾아 나섰다. 주인공은 부산진구 양정동에 있는 작은 치킨집 사장 장현우(35) 씨였다. 장 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아내와 함께 치킨집을 차렸다. 그러나 개업 3개월이 지나자 코로나19가 모든 것을 휩쓸었다. 매출은 개업 당시보다 30%나 떨어졌다. 그러나 장 씨는 자기보다 더 힘든 사람을 걱정했다. 그는 “우리는 그나마 배달장사라 형편이 나은 거다. 다른 자영업자는 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중에서도 코호트 격리돼 가족이랑 떨어지게 된 아시아드 요양병원의 의료진이 가장 힘들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장 씨는 “격리됐다는 말을 듣고 너무 속상하더라. 음식도 제대로 못 드실 것 같아서 직접 치킨을 만들어서 갖다 드렸다”며 “기운이 안 나면 어떻게 코로나와 싸우겠나. 드시고 힘냈으면 했다”며 웃었다. 치킨집에 치킨을 드리기가 어색해 취재진은 별로로 에너지 드링크를 전달했다. 골목길 젊은 치킨집 부부는 드링크를 보고 환하게 웃었다. 장 씨는 “나라 전체가 매우 힘들다. 조금만 더 힘내서 빨리 예전처럼 웃으면서 홀 서빙도 하고 싶다”며 “기자님도 나중에 좋아지면 꼭 회식하러 오세요”라고 말했다. 그렇다. 이 어려운 시기 또한 지나갈 것이고, 동료들과 그곳에서 치킨에 생맥주 한 잔 시원하게 들이켤 수 있을 것이다. 그날을 생각하며 오늘도 파이팅!

박호걸 신지영 기자 rafael@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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