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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쓰면 ‘박사방 이용자’ …무분별한 ‘신상박제’ 피해 속출

  • 국제신문
  • 박기백 기자 71_back@kookje.co.kr
  •  |  입력 : 2020-03-26 09: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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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PA)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성 착취물을 제작 및 유포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세)의 신상이 공개된 가운데, 박사방 이용자 신상도 공개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온라인상에서 무분별하게 ‘신상박제’되는 피해자들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누리꾼들이 ‘박사방 이용자’라며 제보한 특정 남성들의 신상이 올라왔다.

그러나 신상이 공개된 남성 중 박사방을 이용한 증거가 불분명한 사례도 밝혀졌다.

지난 24일 한 트위터 계정에는 ‘박사방 이용한 XXX’라며 특정 남성의 이름과 출신 학교 등이 언급된 게시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은 리트윗이 9200여 건에 달했다.

언급된 남성이 정말 박사방을 이용한 게 맞느냐는 일부 누리꾼들의 질문에 작성자는 “저도 퍼온 글”이라며 “온라인 커뮤니티에 처음 이 글을 올린 분이 확실하다고 얘기했다”며 “이미 퍼진 김에 그냥 놔두자”고 대답했다.

얼마 뒤 해당 남성과 같은 학교 학생이라고 밝힌 누리꾼이 “확실한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 글에 해명하는 댓글을 남겼다.

지난 23일에도 한 페이스북 계정에 남성 7명의 얼굴과 출신대학,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등 신상 정보가 담긴 게시물이 올라왔다.

이 게시물은 7700여 명이 ‘좋아요’를 눌렀고, 1600여 번 공유됐다. 또한 이들을 비난하는 댓글 1200여 개가 달렸다.

일부 누리꾼은 이들이 박사방을 이용했다는 제대로 된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으나, 작성자는 “사실이든 아니든 책임질 생각을 하고 글을 올렸다”며 “사진 주인공들이 해명 글을 썼는데 앞뒤가 안 맞는다”고 반박했다.

텔레그램을 이용했다는 이유로 박사방 이용자로 몰리는 사례도 일어나고 있다.

한 누리꾼은 “갑자기 여성 지인들이 텔레그램에 가입하더니 어떤 남성들이 텔레그램을 사용하는지 확인하고 있다”며 “텔레그램을 쓴다는 이유만으로 성범죄자 취급을 받을까 봐 무섭다”는 글을 올렸다.

한 대학생은 “스마트폰에 텔레그램을 설치하면 누가 접속했는지 볼 수 있다길래 한번 접속한 뒤 지웠는데, 내가 텔레그램에 접속했다는 메시지가 뜨자 한 친구가 ‘너 그런 거(박사방) 하냐’고 문자를 보냈다”며 “텔레그램에 접속했다는 것만으로 박사방 가해자가 아님을 증명해야 하는 거냐”고 말했다.

누명을 쓴 당사자가 해명 글을 올리는 사례도 있었다. 텔레그램을 이용한다는 이유만으로 박사방 이용자로 몰렸다는 대학생 A 씨는 SNS에 “저는 박사방 사건의 가해자도 아니고 참여자도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며 “일반적인 텔레그램 사용자를 박사방에 있는 사람들과 같은 취급을 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SNS에서 벌어지는 ‘신상 박제’는 범죄가 범죄를 낳은 상황”이라며 “성 착취물을 유포한 범죄로 인해 개인정보를 무분별하게 유포하는 파생 범죄가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기백 기자 71_bac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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