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스크 장인 이순업 할머니
- 어려운 기초생활수급 처지에도
- 밤새 손바느질한 마스크 20장
- 덕천1동 행정복지센터 갖다줘
- “평소 고마웠던 직원들에 보답”
- 이후 100장 만들어 이웃과 나눠
# 주부의 힘 시 새마을부녀회
- 재봉틀 빌리고 면·고무줄 구해
- 하루종일 삼삼오오 마스크 제작
- 16개 구·군 새마을부녀회 참여
- “만드느라 어깨·허리 아파도
- 어려운 이웃 도움된다니 보람”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품귀 현상을 빚었던 것, 바로 마스크다. 공급은 한정돼 있는데 마스크 수요가 급격하게 늘자 대한민국은 한때 ‘마스크 대란’에 빠졌다. 이제는 마스크 5부제 시행 등으로 사정이 조금 나아졌다. 그러나 불과 2, 3주 전에는 마스크 구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였다. 젊은이 사이에서 “마스크를 주는 사람은 그 사람의 전부를 주는 것”이라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나왔다. 국제신문 취재진은 자신도 모자랐을 텐데, 더 급한 사람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마스크를 내어놓았던 숨은 영웅을 찾아 감사 인사를 드리기로 했다.
■밤새 만든 마스크 20장
지난 10일 마스크 구하기 전쟁이 한창일 때 이순업(84) 할머니가 부산 북구 덕천1동 행정복지센터에 들어섰다. 할머니는 업무를 보던 손성화 주무관에게 마스크 20장을 다발째 툭 던져놓은 후 발길을 돌렸다. 손 주무관은 “무심하게 마스크를 주고 가길래 처음에는 어안이 벙벙했다. 그런데 행정복지센터 직원에게 주셨다는 걸 알고 감동했다”고 회상했다. 할머니의 행동은 언론에도 알려졌다. 기초생활수급자란 어려운 처지에도 자신에게 도움을 줬던 행정복지센터 직원을 위해 밤새 마스크를 만들었던 할머니. 국제신문은 지난 11일 이순업 할머니를 만나기 위해 북구 덕천동으로 향했다.
할머니는 머리를 곱게 빗어 넘긴 모습으로 취재진을 맞았다. 할머니 집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안방. 커튼 이불 등 할머니가 직접 손바느질로 만든 물건이 가득했다. 할머니는 자리에 앉은 후, 바느질을 하면서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더니 갑자기 “내가 얼마나 빨리 만드는지 보여줄까?”라고 말한 뒤 재빠른 손놀림을 보여주었다. 마스크를 5분여 만에 만드는 대단한 손기술에 제작진은 저절로 박수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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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순업 할머니와 할머니가 직접 만든 마스크. |
처음 기부한 날에 대해 물었다. 할머니는 “코로나19 사태가 오고 나서 동네 나가보니 음식점이며 가게며 모두 문을 닫았더라. 북적였던 거리가 한산하고 아무도 없어서 쓸쓸한 느낌도 났다. 집에서 TV를 보는데 마스크가 동났다고 했다. ‘큰일이다’하고 보는데 문득 행정복지센터 생각이 났다”고 말했다.
‘행정복지센터 직원은 마스크를 잘 구했을까’라는 곳까지 생각이 미치자 할머니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날 바로 있는 천을 이용해 20장의 마스크를 만들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재봉틀 솜씨도 수준급이지만, 지금은 고장 난 상태다. 할머니는 하는 수 없이 한땀 한땀 손바느질해서 마스크를 만들어나갔다. 마스크 20장을 다 만드니 어느새 날이 밝았다. 할머니는 “내가 쌀 신청하러 행정복지센터에 몇 번 갔는데 직원들이 그때마다 자기 일처럼 도와줬다. 20명 정도로 기억해서 그에 맞춰 만들었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지금도 마스크를 만들고 있다. “사람들 준다는 생각으로 하면 재밌다. 지금까지 100장 정도 만들어서 나눠줬고, 앞으로 코로나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만들 계획”이라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
감사의 마음을 담아 할머니에게 치킨을 전달했다. 할머니는 바느질을 계속하며 “나는 이런 거 받으려고 마스크 만든 게 아니다”고 고개를 저었다. 취재진이 “큰 것은 아니고 치킨 사장님이 이웃과 나눠 드시라고 선물한 거다”고 설명하자 “코로나 때문에 힘들 텐데 가게는 열었나”라며 관심을 보였다. 할머니는 “마음이 너무 고맙다. 나나 그 치킨집 사장이나 마음이 다 같다”며 웃었다.
■부산 엄마들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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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일 부산 부산진구 새마을지회에서 새마을부녀회 회원들이 소외계층에 전달할 마스크를 제작하고 있다. 동영상 캡처 |
마스크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부산 엄마’도 나섰다. 부산시 새마을부녀회가 사회적 약자를 위한 마스크 공급을 도우려고 직접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처음엔 핵심 자재인 필터 공급에 차질이 생겼으나 부산시가 경기도 필터 제조업체를 통해 2만 개 분량을 공급해 주면서 해결됐다. 새마을부녀회가 재봉틀을 임대하고, 면과 고무줄을 마련해 직접 제작에 나섰다.
지난 6일 부산진구 새마을부녀회 사무실에서 ‘부산 엄마’들이 모여 마스크를 만들고 있었다. 부산시 구·군 새마을부녀회 회원들이었다. 1층에서 30여 명이 재봉과 다림질 작업 등을 하고 있었고, 2층에서 20여 명이 필터 삽입과 포장 작업에 매달려 있었다. 새벽부터 진행된 작업 탓에 “아이고” 소리를 내며 어깨와 허리를 푸는 사람도 있었다. 부산시 새마을부녀회 강원자 사무처장은 “매일 오전 9시께 나와서 작업을 시작한다. 어제부터 오늘까지 온종일 작업해 힘들어하는 회원도 있다”며 “목표인 1만 장을 하려면 아직 열흘은 더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아마추어라 작업이 더 오래 걸린다. 강 사무처장은 “어제부터 작업했지만 가정주부라 손에 익숙하지 않다. 속도가 빠른 편은 아니다”라면서도 “그래도 어제보다 속도가 더 붙었다. 내일은 더 나을 것”이라며 웃었다. 표정만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동구 새마을부녀회장 김순자(64) 씨에게 어떤 마음으로 마스크를 만드는지 물었다. 김 씨는 “요새 마스크가 너무 모자란다. 약국마다 줄을 서 있고, 나도 한 장을 일주일째 쓰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직접 만들기로 한 거다”며 “힘들어도 보람은 있다. 취약계층에 줄 거니까 즐거운 마음으로, 행복한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고 웃었다.
부산 엄마가 만든 마스크 1만 장은 지난 9일 부산시 장애인복지시설협회에 전달됐다. 협회는 중증 장애를 가진 영·유아 거주 시설 27곳과 장애인 공동생활가정 42곳 등에 교체해 사용할 필터와 함께 무료 배부했다. 사회에 보탬이 되고 싶었다는 평범한 주부의 봉사는 부산시 16개 구·군 새마을부녀회로 번졌다. 새마을부녀회는 마스크 총 10만 장을 만들어 취약계층에 전달할 계획이다. 추가 비용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부산지회에 답지한 성금으로 충당한다.
취재진은 감사의 마음을 담아 치킨 20마리를 전달했다. 작업장 곳곳에서 박수와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잘 먹을게요”라는 말에 에너지가 넘친다. 다시 힘을 얻는다.
박호걸 신지영 기자 rafael@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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