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면보다 높은 횡단보도와 노면을 잇는 사선 표시 부분의 경사로(참고 사진)는 ‘횡단보도가 아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하지만 차도도 아닌 사실상 횡단보도로 인식된 곳에서의 사고였던 만큼 법원의 판단을 놓고 논란이 인다.
부산지법 형사9단독 김상현 부장판사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상) 혐의로 기소된 A(76) 씨의 공소를 기각했다고 31일 밝혔다. A 씨는 지난해 6월 부산 금정구 한 도로를 승용차로 운전하던 중 길을 건너던 B(9) 양의 왼쪽 다리를 충돌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고로 B 양은 전치 2주의 타박상을 입었다. 검찰은 B양이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사고가 났다고 판단하고, A 씨가 횡단보도에서의 보행자 보호의무를 위반했다며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김 부장판사는 “B 양이 횡단보도가 아닌 곳을 통해 도로를 건너다 사고가 났기 때문에 관련 법에 따라 A 씨가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했다면 교통사고를 냈더라도 검찰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봤다.
1심이 인정한 사실을 보면 B 양은 노면보다 높게 형성된 횡단보도의 측면에서 사고를 당했다. 운행 속도를 시속 30㎞로 제한할 필요가 있는 도로는 횡단보도를 노면보다 높게 조성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 사고는 노면과 노면보다 높은 횡단보도를 잇는 측면인 노란색·흰색 사선 부분에서 일어났다. 김 부장판사는 “(이 부분은) 횡단보도가 노면보다 높이 위치해 있음을 알리는 기능을 하는 것일 뿐 도로교통법상 횡단보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김 부장판사는 “‘횡단보도에서의 보행자’란 ‘횡단보도를 따라 보행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그 해석은 엄격해야 하며 형벌 법규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장·유추 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공소 기각 사유를 밝혔다.
학부모 류모(여·39) 씨는 “법원의 판단대로 사고가 난 곳이 횡단보도가 아니라는 점을 과연 몇 명의 시민이 알고 있겠나. 법원이 보행자의 안전, 특히 아이들의 안전은 도외시하고 법리와 법률만 따진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박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