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거부 땐 2차 추경 불가피
- ‘시가 구·군에 분담설’도 나돌아
- 지역 117만77세대 혜택 추산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계획을 발표하자 재원을 두고 지자체가 분담하기 어렵다며 집단 반발하고 나섰다. 소요예산의 20%를 지자체가 부담해야 하지만 이미 자체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해 가용예산이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시는 정부에, 구·군은 부산시에 책임을 전가하면서 앞으로 재원 부담 주체와 비율이 논란의 핵심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부산시는 30일 정부가 발표한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해 전액 국비를 지원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31일 밝혔다. 시의 분석에 따르면 부산의 전체 세대수는 149만9152가구로, 이 중 소득하위 70%(중위소득 150%) 이하는 117만77세대다. 지원대상 산출의 기준이 되는 중위소득이 전국 평균치여서 부산의 가구 비율로 치면 78%가 지급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부산시민에게 지급되는 긴급재난지원금은 모두 7251억 원이며, 이 중 20%인 1450억 원을 부산시가 부담해야 한다.
문제는 시의 가용재원이 바닥을 드러냈다는 점이다. 시는 이미 지난 24일 지역소상공인을 대상으로 1인당 100만 원씩 현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총 소요예산은 1856억 원으로, 예비비와 재난관련기금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남은 예비비와 재난관련기금은 1200억~1300억 원 수준이지만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다 소진할 수는 없어 다른 방식으로 예산을 확보해야 하는 형편이다. 시 관계자는 “보편적 지원은 모두 정부가 해달라는 것이 우리 시의 방침이다. 이미 지자체 차원에서 선별 지원을 결정해 가용예산이 없어 국비 지원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미 정부가 8(국비) 대 2(지방비) 부담 원칙을 발표한 상황에서 이를 되돌리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시의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2차 추가경정예산으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시가 쓸 수 있는 카드는 우선 예산 구조조정이다. 이미 확보한 본예산 12조 원 중 축제 관련 예산 등 코로나19 여파로 집행하지 못했던 예산의 사용처를 변경하고, 우선순위에서 밀린 다른 사업비를 전용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 방법만으로는 1000억 원이 넘는 재원을 마련하기는 한계가 있다. 또 하나는 지방채 발행이다. 현재 지자체는 사회기반시설(SOC)사업을 위해서만 지방채를 발행할 수 있는데, 시는 경상경비 항목으로도 지방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발행 용도를 확대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지방채는 사실상 빚인 데다 부산시 기준으로 이미 누적 발행액이 2조5000억 원을 넘어 추가 발행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이날 시가 재난지원금 지자체 분담금 중 일부를 구·군에 부담시킬 수도 있다는 말이 흘러나오면서 구청장·군수협의회가 긴급 회상회의를 진행했다. 노기태(강서구청장) 부산시 구청장·군수협의회장은 “광역지자체가 기초단체에 10%를 부담시킨다고 하더라도 수용할 수 없다는 의견을 모았고 이를 부산시에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송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