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들의 뜻은 많은 국민이 공감할 것이다. 그러나 방식이 후진적이고 시대에 맞지 않다.”
2일 오전 부산법원종합청사 353호 법정은 앳된 얼굴의 피고인 16명과 이들을 격려하는 지인들로 북적였다. 이 법정에서는 부산지법 형사4단독 부동식 부장판사의 심리로 지난해 부산지역 청년들이 펼친 ‘반일 운동’ 관련 사건 2건의 선고공판이 진행됐다.
먼저 지난해 7월 26일 미래통합당 김무성 의원의 지역 사무실로 오인해 영도구 곽규택 변호사 사무실에서 기습시위를 벌인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주거침입, 업무방해, 재물손괴)로 기소된 20·30대 9명의 선고가 있었다. 이들은 김 의원이 국회에서 ‘친일 발언’을 했다며 김 의원과의 면담을 요청한 뒤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였다. 부 부장판사는 이들에게 벌금 300만 원의 형을 선고하면서 이 가운데 7명에게는 선고를 유예한다고 판결했다. 선고유예는 경미한 범죄의 경우 형의 선고를 2년 동안 미루고 이 기간 다른 범법 행위가 없으면 해당 선고를 면해주는 것이다.
부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이 피해자 사무실 아래층의 유리창을 파손한 재물손괴 혐의는 ‘고의가 없었다’고 항변했지만,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인정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이 초범이고, 젊고, 범행에 이른 경위를 참작해 최대한 선처하나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며 “가담 경위와 전력, 나이, 사회 경험을 감안해 두 명은 벌금형에 처한다. 직접 벌어 납부하거나, 벌금을 대체하는 사회봉사 방식을 택해 봉사하며 이번 일을 돌아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7월 22일 동구 주부산일본총영사관에 침입해 기습시위를 벌인 혐의(공동주거침입)로 기소된 7명의 선고공판이 진행됐다. 부 부장판사는 피고인 전원에게 벌금 300만 원을 선고하면서 이를 유예했다. 부 부장판사는 “앞선 사건과 유사하지만 더 큰 문제가 있다. 현행법을 위반한 것뿐만 아니라 국제법적 문제가 있다. 다른 나라의 대사관·영사관을 보호하지 않으면 일본에서 반대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판결까지 고민을 많이 했다. 본래의 뜻이 왜곡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절차를 준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피고인들이 실수할 수 있고, 이번 기회를 통해 배우면 낫지 않을까 싶었다. 파장은 다른 방식으로 수습하고 사회에 나가지 않은 피고인들은 전과자로 만들지 않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일본영사관 사건의 피고인인 권누리(25) 씨는 “검사가 징역 6월을 구형해 깜짝 놀랐지만 판사께서 범행 경위를 참작해 선처해주셔서 감사하다. 당시 행동이 자랑스럽진 않지만 누군가 해야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