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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비만환자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기자
  •  |  입력 : 2020-04-03 15: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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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비만수술센터 전담간호사 김고은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을 해칠 정도로 지방조직에 비정상적인 또는 과도한 지방이 축적된 상태를 비만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늘어나는 추세인 비만에 대해 21세기 신종 전염병이라고 규정하였다.

고신대학교복음병원 비만센터 의료진
2018년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시행한 비만에 대한 국민인식도 조사에 따르면, 비만이 질병임은 알고 있으나 그 관리의 책임 주체를 환자의 본인으로 인식하는 정도가 높다는 분석결과를 알 수 있다. 특히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고도비만 인구는 1.6배, 초고도비만 인구는 2배가량 증가하였으며, 부의 상징이던 비만이 어느새 빈곤층의 대표적 질병 중 하나로 꼽히면서, 정신적 질환까지 동반하는 점점 더 치료가 어려운 병이 되었다.

사실 비만의 원인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과도한 영양공급과 운동부족 외에도 유전적 요인, 스트레스, 질병 등 다양하지만, 그들은 단지 뚱뚱한 사람이 아닌 치료받아야 된 환자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는 그저 의지 약하고 식탐 많은 게으름장이라는 무지와 편견이 만연하다.

2012년부터 시작된 고신대병원의 비만수술은 올해 보험 급여화가 되면서 수술의 수가 점차 늘고 있다. 위장관외과의 전담간호사로 5년째 일 하면서 보아온 위암환자들은 암에서의 해방과 생명연장에 대한 간절함으로 수술하는 분들인데, 고도비만 환자들은 움직이기 귀찮으며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살찐 게으름장이들이 살 빼기 위해 수술하는 일명 가짜환자들처럼 보였다.

그러던 2018년 어느 날 온몸에 문신이 가득했던 당뇨, 고혋압, 천식을 앓고 있고, 심장혈관스텐트도 두 개나 넣었다던 50대 남자환자가 외래진료실에서 교수님께,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을건데 수술이라도 한번 받아보렵니다. 교수님이 나좀 살려달라”고 간절히 빌던 모습을 보게 되었다.

이 사람들도 환자구나, 정말 절실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그들은 마취에 대한 어려움과 위험이 일반환자보다 더 크기 때문에 수술에 거의 목숨을 걸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다는 말은 지금 생각해도 참 슬프고 암담한 말이었다.

고도비만 환자들에 대한 첫 애착과 달라진 시선은 아마 여기서 시작되지 않았나 싶은 정도, 당시 나는 정말 충격을 받았다.

그전까지 나는 수술하고 퇴원하면 당연히 알아서 살이 빠지겠지, 심지어는 저렇게 살이 찔 때까지 뭐하고 살았을까.. 하는 한심한 시선을 바라본 적도 없지 않았다.

그랬던 내가, 요즘은 숫자상의 체중감량 뿐 아니라, 동반질환의 많은 약을 끊고 삶의 질이 향상된 그들의 밝게 웃는 모습을 보면서 아주 묘한 뿌듯함을 느끼고 있다.

사실 비만 환자들의 대부분이 수술을 받는 이유는 단순한 체중감량이 아니며, 미용적인 성형은 더더욱 아니다.

바로 삶을 위협하는 다양한 동반질환의 개선이 주목적이다.

감기에 걸리면 감기약을 처방받고, 위암에 걸리면 위를 잘라내는 것이 당연한 치료인 것처럼, 고도비만이라는 질환에 걸린 환자들에게 이 수술은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효과가 좋은 치료인 것이다.

지금 찾아오는 환자들은, 그나마 주변인의 지지로 용기를 낸 분들이 많지만, 아직도 외래에 처음 오는 비만환자들은 병원에 들어서면서부터 병원을 나갈때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시선을 견뎌야만 하며, 그속에는 편견에 휩싸인 의료진의 시선도 포함되어 있다.

우리는 상식적으로, 아픈 사람을 보고 비웃거나, 멸시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아픈건 그 사람의 잘못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으름장이에서 치료가 절실한 환자로 나의 관점이 바뀐 것처럼, 사회 구성원들의 부정적 시선이 바뀌게 된다면, 그들의 병원을 찾는 첫 발걸음이 조금 더 가벼워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고도비만은 스스로 치료하기 어렵고, 반드시 의사의 처방과 치료가 필요하며, 고도비만인 유발하는 다양한 질환 중에서 무호흡증, 천식, 심뇌혈관질환의 경우 그 즉시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아주 위협적인 질환이다.

그런 환자들에게 이 수술은 창피해서 또는 누군가에게 폐가 될까봐 세상밖에 나오지 못하는, 언제 죽을지 몰라 늘 조마조마한 삶은 사는 그들을,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게 하고 또 병이 나을 수 있게 하는 유일하고도 매우 효과적인 치료법이라는 것에 더 이상의 부연설명은 필요 없다.

다양한 질환을 동반한 고도비만 환자들에게 전담간호사 혹은 코디네이터는 그들의 말을 들어주고, 공감해 줄 수 있는 친구이자 동생, 가족 같은 역할이어야 하며, 학문적 고민을 하는 많은 의사선생님들과 같이 의료진의 관점에서, 한편으론 가족의 관점에서 환자를 관리하고 지킬 수 있어야 한다.

환자 뿐 아니라 가족구성원까지 교육대상자로 포함하여 수술 준비과정과 치료과정, 수술 후 변화된 생활에 대해 환자가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그들이 주체적이고, 긍정적이며 능동적으로 바뀔 수 있도록 이끌어 내는 것이 비만수술 전담간호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인 것 같다.

미국에 bariatric nursing이라는 분야가 따로 존재하는 것처럼 당장은 어렵겠지만, 앞으로 우리나라도 공인된 학회의 체계적 수련을 받은, 비만환자와의 면담기술을 충분히 익히고 공감할 수 있는 감성을 지닌, 검증된 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이러한 발전은 고도비만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있어 매우 긍정적인 질적향상을 가져올 것이다.

고도비만치료에 있어 유일하게 장기적으로 효과가 있는 것은 수술뿐이다. 고도비만환자들은 그런 유일한 치료법을 찾아 창피하고 두렵지만, 살기위해 다시 한번 용기를 내어 이곳을 찾아온다.

그렇게 그들이 손을 내밀었을 때 좁게는 의료진들만이라도, 넓게는 사회구성원들 모두가 잘못된 편견을 버리고 비만은 질병임을, 그리고 그들은 치료가 매우 시급한, 고도비만이라는 매우 위협적인 질병에 걸린 환자들이라 생각하고 따뜻한 시선을 보낼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인식이 변화되기를 기대한다.

Obesity is not a sin, obesity is a disease.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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