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곡 초입 평범한 2층 건물 3곳
- 도자기 체험·국악원·갤러리 등
- 7개 공방 도란도란 모여있어
- 산책하다 잠깐 들러 작품 감상
- 밤엔 통기타·색소폰 버스킹까지
- 도심 속 이색마을로 자리잡아
흰구름이 어깨에 앉아 잠시 쉬어가는 큰 산들은 으레 자신의 넉넉한 품을 연 채 시원한 물길을 내어준다. 물길은 강을 이룬 채 하류로 흘러 들고, 물고기와 이를 사냥하는 물새들까지 온갖 생명을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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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유예술촌 앞으로 난 대청천 둘레길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박동필 기자 |
김해의 자랑거리인 장유 대청천도 불모산 자락에서 발원해 도심을 가로질러 흐르는 살아있는 쉼터다. 장유 도심을 벗어나 계곡 초입에 이르면 논밭이 있는 시골같은 풍경으로 변한다. 조금 더 걸어가자 콘크리트 건물 3동이 낯선 손님을 반긴다. 장유 예술촌이다. 2층 높이의 건물에 도자기 공방, 국악원, 갤러리 등과 카페가 ‘한지붕 세가족’처럼 옹기종기 보금자리를 틀고 있다.
원래 평범한 사무실이 있었지만 4~5년 전부터 공방이 들어서면서 주인이 바뀌었다. 80년대 까지 주변에는 계수나무 숲으로 유명했던 계동마을이 있었다. 예술촌은 도시와 떨어진 채 전원 마을 분위기가 난다. 장유면 계동마을의 맥을 이으면서 도심 속 문화마을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장유인의 정신을 살찌게 하다
이곳에는 모두 7곳의 공방들이 도란 도란 모여 있다. 도자기 체험 교실인 도자기예술창고(소장 최명원·50)를 비롯한 2, 3곳이 선발대로 들어선 이후 현재의 모습으로 변했다.
최 소장은 “2017년도 창원에서 활동하다 이곳의 자연에 반해 장유계곡에 눌러 앉게 됐다. 40~50명의 수강생들과 동고동락하며 시민으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공방 내부에는 남·여 무용수가 춤을 추는 역동적인 모습의 도자기 작품이 눈길을 끈다.
나무가 있는 풍경의 허건강(43) 대표는 생활공예 등 재미있는 목공예 작품을 수작업으로 만든다. 김해에서 회사원 생활을 하다 지난해 10월 그만둔 뒤 이곳 생활에 흠뻑 빠졌다. 그 전부터 10년 취미생활로 해왔던 재능이 직업이 됐다.
퓨전 가요 장구 교실의 김미남(54)원장은 수업을 듣는 제자들과 요양원 봉사활동을 다니며 나눔을 실천한다. 퓨전 가요 지도사 자격증도 발급하는데 90여 명의 회원이 활동한다.
문화 기획회사인 문화실험실 이서현(53) 대표도 중추적 역할을 맡는다. 예술촌 주변에서 지난해부터 버스킹 공연을 해오며 이 곳의 품격을 높이고 있다. 자체 운영중인 커피숍에서는 은은한 커피향이 일품이다. 서양화가 김란(47)씨는 화랑인 란갤러리를 운영한다. 한국미협 회원이기도 한 그는 예술촌의 핵심 구성원이다.
■지역 명물 문화거리로 비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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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2월 성탄절 전야제의 크리스찬 찬양 버스킹 모습. |
예술촌 앞은 사시사철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예술촌 앞에는 대청천 둘레길이 지나간다. 운동복을 입고 땀을 흘리던 사람이 공방 안으로 불쑥 들러 작품을 감상하는 일도 흔한 풍경이다. 아르곤 등불로 붉게 물드는 밤이 찾아오면 이 곳은 야누스의 두 얼굴처럼 예술이 살아 숨쉬는 문화의 거리로 변신한다.
지난해 예술촌 주도로 모두 4회의 미니 버스킹을 포함한 문화행사가 열려 장유인들을 매료시켰다.
지난해 9월에는 달빛여행이라는 이름아래 색소폰과 통기타 콜라보 공연이 펼쳐져 깊어가는 가을밤을 고즈넉하게 만들었다.
같은 해 10월에도 플라잉 보컬밴드, 한마음 색소폰동아리 등이 참여하는 애가림이라는 공연이 ‘시나브로 평온이 깃들다’라는 부제로 열렸다.
문화실험실 이서현 대표는 “ 아크릴페인팅이라고 부르는 그림을 그리려고 이 곳에 들어왔다. 나무판에 붓으로 그림을 그리는 작품을 10년 넘게 했다”고 말한 뒤 “이곳은 인구 15만 명인 장유인들의 혼을 일깨우는 허파와 같은 곳이다. 매일 둘레길을 돌던 사람들이 회원이 되기도 한다. 아무나 쉬어가는 사랑방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시민 최향미(여·34)씨는 “둘레길을 따라 산책을 하다 예술촌에 들르기도 한다. 우리 장유 시민의 자랑거리다”라고 말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원시마을, 신도시 문화 안식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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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모산에서 발원한 장유 대청천 계곡이 장유예술촌 앞으로 흐르고 있다. 계곡 옆으로 난 둘레길이 아름다운 상류 계곡까지 이어진다. |
주변지역에는 원래 대청천을 중심으로 60여 가구가 모여 살던 장유면 계동마을이 있었다. 붉게 물든 단풍으로 유명한 계수나무군락이 뒷산에 있어 붙여진 마을이름이다.
논농사를 주로 하던 농촌지역이었지만 80년대 불어닥친 개발바람으로 마을은 아파트에 자리를 내주었다. 400년을 이어온 김해 김씨 집성촌도 개발 광풍은 어찌하지 못했던 것이다.
김해문화원 김우락(63) 부원장은 “장유면지에 따르면 뒷동산에 계수나무가 많아 계동마을이란 지명이 붙었다”며 “이곳의 매력은 천혜의 생태계를 품은 대청천이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예술촌은 그 옛날의 시골마을 이야기를 잔잔히 들려주며 시민의 지친 심신을 달래주고 있는 셈이다”이라고 평가했다.
오늘도 대청천에서는 왜가리, 백로떼, 오리류가 하천에 머리를 박은 채 물고기 사냥에 여념이 없다. 사람과 물고기, 텃새들은 이곳에서 나름의 경계를 지키며 공존하는 법을 익혀가고 있다.
박동필 기자 fe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