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노조 “수장의 성 비위에 분노
- 공직사회 전체가 먹칠 당했다”
- 시민단체 “부산에 불명예 안겨
- 시장 후보 검증 철저하게 해야”
- 전문가 “현안사업 성사 힘들 듯
- 민주당 부산시당에 치명적 내상”
충격과 경악이었다. 23일 오전 11시에 열린 오거돈 부산시장의 사퇴를 접한 시민의 공통된 반응이었다. 시민·공직사회, 학계, 법조계는 성 비위로 부산시장직에서 물러나는 오 시장을 향해 날선 반응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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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오거돈 시장의 사퇴로 어수선한 부산시청 로비에서 직원들이 분주히 오가고 있다. 오 시장은 이날 직원을 성추행한 사실을 털어놓으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
“기자회견 이후 시청 전체가 경악으로 술렁이는 걸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시청 공무원 A(여·30대) 씨의 말이다. A 씨는 “2년 전 회식 때 여직원을 옆에 앉혀 구설에 오른 이후 성 관련 의혹이 계속해서 불거졌다. 결국 부산시의 수장이 젊은 여성에게 손을 대 자진 사퇴하는 상황이라 시청 공무원들의 사기도 땅에 떨어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부산 공직사회 전체가 비슷한 수준의 허탈감과 분노를 표출했다. 전국공무원노조 부산지부는 “공직사회 전체가 먹칠을 당했다”며 이날 성명을 냈다. 노조는 성명에서 오 시장의 엄정한 처벌을 요구했고, 시에 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한 전담기구를 신설해 두 번 다시 비슷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은 한층 신랄한 반응을 보였다. 남구 대연동 주민 김모(35) 씨는 “23년 만에 부산 첫 정권교체의 주역인 그에게 기대가 컸다. 청렴·윤리 등 측면에서 깨끗한 모습을 보여줄 거라 믿었는데 기자회견을 보면서 배신감에 치를 떨었다”며 “특히 ‘부산을 사랑했던 사람으로 기억해달라’는 오 시장의 마지막 발언은 시민을 우롱하고 모독하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제모(여·27) 씨는 “오 시장은 사퇴했지만 시의 청년 정책이 차질 없이 진행되길 바란다. 시장 개인의 성 비위가 가뜩이나 힘든 부산 청년의 처지에 악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는 오 시장이 민선 7기 부산시정의 동력을 스스로 짓밟았다고 혹평했다. 부산경제정의실천연합 도한영 사무처장은 “이미 부산시정은 동력을 잃은 상황”이라며 “이번 사태는 젠더 감수성 결여의 결과다. 공직사회 내부가 자정 시스템을 보완하고, 시장 후보 검증도 더욱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경남미래정책 또한 입장문에서 “오 시장은 지방선거에서 변화를 열망한 시민의 뜻을 외면하고 오히려 부산과 부산시민에게 불명예를 안겼다. 정치적 계산은 걷어치우고 겸허하게 법의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 그룹은 향후 시정을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부경대 차재권(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총선 참패에 이어 이번 사태로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이 입게 될 내상은 치명적이다. 무너진 리더십을 다시 세우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라며 “보궐선거가 치러져도 공무원 사회는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1년짜리’ 시장 체제에서 공무원 기강을 다잡아 지역의 현안 사업을 제대로 성사시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지역 문화계도 오 시장을 거세게 비판했다. 한 지역 영화인은 “뚜렷한 문화 비전을 내놓은 적이 없어 역설적이게도 오 시장 사퇴로 지역 문화계가 입을 타격은 그다지 없을 것 같다. 다만 시정을 이끌기 전에 스스로를 먼저 살펴야 할 인물이 부산을 이끌었나 싶은 생각에 씁쓸하다”고 말했다. 한 연극인은 “예술인이자 여성으로서 이윤택 연출 사건의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또 다른 대형 성추행 사건이 지역에서 발생해 충격적”이라며 “성폭력 정책이나 대응과 관련해 부산시의 대응이 미비하다는 여론이 많았는데, 시장 개인의 인식부터 잘못됐으니 당연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며 씁쓸함을 표했다.
오 시장의 페이스북에도 분노한 시민의 댓글이 잇따랐다. 특히 3전 4기 도전 끝에 부산시장 자리를 꿰찼던 그의 경력을 거론하면서 “14년에 걸친 노력을 5분 만에 날리느냐”면서 “어리석다, 어리석어”라고 한탄하는 누리꾼도 있었다.
김민주 김민정 기자 min8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