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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복지원 고문실 핏물 흥건…원장이 40여 명 직접 살해”

실태조사 보고서 첫 공개

  • 김준용 김진룡 기자
  •  |   입력 : 2020-04-26 20:19:00
  •  |   본지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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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용 여성들 성폭행… 임신까지”
- 심층면접서 끔찍한 증언 쏟아져
- 스트레스장애 현재 잠재 유병률
- 우간다 내전 피해자보다 높아
- 경제적 박탈감도 심각한 수준

최악의 인권유린 사태가 벌어진 형제복지원에서 살인과 성폭력이 자행됐다는 피해자들의 구체적인 진술이 나왔다. 부산시가 시행한 ‘형제복지원 피해자 실태조사 연구용역’을 통해 참담했던 피해자들의 실상이 드러난 것이다. 국가가 형제복지원 사태와 관련해 공식 사과를 넘어 진상 규명과 실태조사에 직접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진다.
부산시가 지난 24일 부산시의회 중회의실에서 ‘형제복지원 피해자 실태조사 연구용역 최종보고회’를 열고 있다. 사회복지연대 제공
■아직도 생생한 그 날의 기억

“형제복지원장의 사택에 인터폰을 수리하러 갔는데, 지하에서 피가 흥건한 고문실을 발견했다. 소대장이나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적어도 원장이 40여 명은 직접 죽인 것 같다.” 형제복지원 피해자인 A 씨가 심층면접에서 그동안 속에 있던 이야기를 털어놨다. 그는 전기기술자로 살다가 사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산을 찾았다가 싸움에 휘말려 경찰에 붙잡혔다. 형제복지원으로 끌려간 그는 사회 경험을 바탕으로 소대장 등 30여 명을 이끌며 인터폰을 설치하고 관리하는 일을 맡았다. 그곳에서 야구방망이 수갑 등이 널린 고문실을 발견했다. A 씨는 “원장이 피 묻은 손을 씻고 나오는 것도 봤다”고 이야기했다. 우여곡절 끝에 모친과 연락이 닿아 탈출했지만, 그의 생활은 암울했다. 가족 구성원은 뿔뿔이 흩어졌고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어려웠다. 다만 이러한 진술을 놓고 연구조사팀의 분석이 계속 진행되고 있어 이번 보고서에는 일부 내용만 실렸다.

심층면접에서 강간을 당해 임신했다는 여성 피해자의 이야기도 나왔다. B 씨는 “방학 때 오빠 집을 찾아 부산에 왔는데 한 경찰이 파출소로 데려갔고, 이곳에서 강제로 형제복지원으로 끌려갔다”면서 “형제복지원 내 정신병원에 있는 여성들에게 성폭행이 자행됐다. 나도 그 피해자였다”고 진술했다.

■내전보다 높은 수준의 정신적 충격

과거 사상구에 있던 형제복지원 전경.
형제복지원 피해자 실태조사 연구팀은 생존 피해자 149명을 대상으로 폭력과 관련된 심리적 후유증을 측정했다. 자살 시도와 별개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의 현재 잠재 유병률은 14.1%(21명)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북부 우간다 내전(1995년~2006년)을 경험한 이 지역사회 표본의 유병률(13.1%)보다 높았다. 특히 PTSD 증상보다 더 심각한 정서조절 어려움, 부정적 자기개념, 대인관계 고립 등도 함께 느끼는 ‘복합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CPTSD)’의 현재 잠재 유병률은 23.5%(35명)로 나타났다. 우간다 내전을 겪은 피해자의 CPTSD 유병률(20.8%)보다 높은 수치였다.

경제적 박탈도 심각했다. 설문 참여자들은 ‘지난 1년간 집세 연체 경험이 있는가’의 질문에 32.6%(42명)가 ‘있다’고 답했다. ‘집세 미납으로 거주지를 이전한 경험이 있는가’의 질문에도 17.8%(23명)가 ‘있다’고 응답했다. 이외 공과금 연체 경험을 묻자 36.8%(53명)가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특히 ‘경제적 어려움으로 먹을 것을 살 돈이 없어서 배가 고픈데도 먹지 못한 경험이 있는가’에 20.9%(31명)가 ‘가끔 그렇다’, 10.8%(16명)가 ‘자주 그렇다’고 답했다.

■국가 차원의 진상 규명 필요

설문 참여자들은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의 치유와 회복을 위해 ‘피해자 지원을 위한 진상 규명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 제정(95.9%, 143명)’을 가장 우선순위로 꼽았다. 다음으로 국가 차원의 사과 93.2%(138명), 손해배상 및 보상·일자리 등의 경제활동 지원이 92.6%(137명)로 집계됐다. ‘형제복지원 피해 생존자(실종자·유족) 모임’ 한종선 대표는 “생존 피해자만 해도 극심한 상황이다. 피해 구제를 위한 방안이 시급하다”면서 “피해자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진상 규명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2018년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은 형제복지원 피해자에게 직접 사과했다. 문 총장은 형제복지원 사건의 대법원 판결이 잘못됐다면서 비상상고도 했다.

동아대 남찬섭(사회복지학) 교수는 “국가 차원에서 형제복지원으로 피해자들을 끌고 간 경찰의 역할과 책임도 구체적으로 밝히고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한다” 고 말했다.

김준용 김진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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