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사위 구성은 개정법 통과 뒤 논의
- 관련 기관에 개인정보 요구 가능해져
- 형제복지원 등 진상규명 신청 1년 연장
- 인권유린 공인 땐 국가 배상의무 생겨
- 한종선 생존자 대표 “소통 창구 필요
- 진실규명 안 이뤄지면 또다시 거리로”
‘한국판 홀로코스트’로 불리는 부산 형제복지원 참사의 진상을 규명할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과거사법) 개정안’이 20대 국회에서 통과될 것으로 전망(국제신문 지난 8일 자 5면 등 보도)되는 가운데 45년 전 군사독재 정부시절의 인권 침해가 적나라하게 밝혀질지 주목된다. 피해자들은 기대와 우려 속에 형제복지원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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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일 국회 앞에서 안전사회시민연대가 형제복지원 등 과거사법의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
“과거사법 통과에 대한 여·야 합의는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 생존자들의 활동과 이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합니다. 진상조사 과정에서 형제복지원 문제를 놓고 생존자들과 소통할 전담 부서나 창구가 꼭 필요합니다.”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모임 한종선 대표는 10일 국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한 대표는 “아직 마음 놓을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진실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생존자들은 또다시 거리로, 고공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2018년 12월 발의된 과거사법 개정안은 2010년 종료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과거사위)의 재출범을 의미한다. 개정안에 따르면 형제복지원 참사를 포함해 새롭게 드러난 ‘국가폭력 사건’의 진상규명 신청은 1년간 연장하며, 과거사위가 3년간 진실규명 활동을 벌일 수 있도록 한 내용을 골자로 한다. 과거사위 구성 등은 개정법이 통과된 다음에 논의된다. 애초 과거사위 인원과 구성 방식을 놓고 여야가 대립해 20대 국회에서도 사장될 처지에 놓였으나, 피해 생존자 최승우(51) 씨가 국회 의원회관 지붕에서 고공농성을 재개하자 지난 7일 여야가 극적으로 개정안 통과에 합의했다. 위원회 구성은 대통령 지명 1명, 국회 추천 8명 등 9명으로 변경하고 국회 추천 8명은 여야가 4명씩 추천하기로 했다. 과거사위의 조사 기간은 4년에서 3년으로, 조사 기간 연장도 2년에서 1년으로 줄였다. 청문회는 비공개하기로 했다.
사회복지연대 출신으로 형제복지원 사건을 추적해온 부산시의회 박민성 의원은 20대 국회 임기 내에 과거사법이 통과되는 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21대 국회로 이첩되면 법안을 다시 마련하고 여·야가 힘겨루기하는 데 적어도 1년 이상 소요될 거라는 설명이다. 박 의원은 “형제복지원 사건의 본질은 국가가 무고한 시민의 삶을 유린했다는 점”이라며 “과거사위 활동이 시작되면 이 같은 사실이 처음으로 국가기관에 의해 공인될 걸로 보인다. 공인되는 순간 국가의 배상 의무도 함께 생겨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법안이 통과되면 과거사위는 즉각 활동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사위의 권한은 예전보다 강화됐다. 홍 의원은 “새롭게 활동하게 될 과거사위는 비공개 청문회를 열 수 있고, 조사 과정에서 필요하면 관련 기관에 개인정보도 요구할 수 있게 됐다”며 “당장 20대 국회의 과거사법 개정안 통과에 주력한다. 21대 국회에서는 개정안의 미비한 점을 보완하고 실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부산 사상구 주례동에 있었던 형제복지원에서는 1975년부터 1987년까지 12년간 불법 감금과 폭행, 강간, 강제노역, 암매장 등 끔찍한 가혹행위가 자행돼 최악의 인권 유린 사건으로 꼽힌다. 지난달 24일 부산시는 형제복지원 피해 실태를 체계적으로 조사한 첫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해 충격을 줬다. 동아대 남찬섭(사회복지학) 교수가 연구책임을 맡은 용역보고서는 피해자 149명을 조사했는데, 이들 가운데 형제복지원을 퇴소한 뒤 한 차례 이상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시도한 사람의 비율이 51.7%(77명)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폭행은 물론 원장이 직접 사람을 죽인 것도 모자라 생매장까지 지시했다는 피해자 진술까지 나와 국가 차원의 공식조사가 시급하다고 보고서는 지적한 바 있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