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산대역 출발 후 고장 알았지만
- 다음 석대역 안전요원 없는 탓에
- 반여농산물시장역까지 3㎞ 달려
- 승객은 매연·타는 냄새에 ‘사색’
- 하마터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
- 교통공사, 사장에 사고 축소 보고
- 언론사엔 발생 사실 알리지 않아
- 보고 규정위반, 은폐 문제 도마에
지난 8일 하루 평균 3만 명이 이용하는 부산 도시철도 4호선에서 안전사고(국제신문 지난 15일 자 1면 보도)가 발생해 대중교통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부산교통공사가 제동장치 이상을 감지하고도 승객을 하차시키지 않고 약 3㎞를 내달린 사실이 국제신문 취재 결과 추가로 드러났다. 윗선에 사고 사실을 축소해 보고한 것은 물론 보고 체계 규정을 어긴 사실도 확인돼 비난이 빗발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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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교통공사가 지난 8일 발생한 도시철도 4호선 안전사고와 관련, 축소 보고와 은폐에 급급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진은 17일 4호선 무인역사인 석대역 승강장. 전민철 기자 |
■제동장치 고장에도 시민 태우고 달려
17일 취재진이 입수한 부산교통공사 ‘열차운행 관련 특이사항 보고’(이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8일 밤 11시10분께 10여 명을 태운 채 선로를 달리던 제 4301 전동차에서 ‘제동 불완해(제동장치가 풀리지 않는 오류)’ 사고가 발생한 구간은 영산대~석대역 사이다. 4호선 무인 전동차는 6량으로 구성된다. 보고서는 이 중 세 번째 칸인 3호차에서 제어 장치(CPU) 불량 탓에 제동에 문제가 일어났다고 적시한다.
석대역에서 반여농산물시장역으로 향하던 전동차에 매연이 가득 차고 탄내가 심하게 난다는 승객 신고가 들어오자 교통공사는 반여농산물시장역에서 승객 전원을 하차시키고, 이 역을 관리하는 안전운행요원이 전동차에 타 종착역인 미남역까지 8개역을 무정차 운행했다. 지난 14일 국제신문 취재 당시 교통공사 측은 제동장치 이상이 발생한 지점에 대해서는 명확한 해명을 하지 않고 숨기기에만 급급했는데, 보고서상으로 영산대~석대역 구간임이 확인된 것이다.
문제는 공사 측의 대처다. 영산대~석대역 구간에서 제동이 걸렸다 풀리기를 반복하는 위험 상황이 발생했는데도 이 전동차는 석대역에서 매연과 타는 냄새에 불안해하던 승객을 내리게 하지 않고, 그 다음 정거장인 반여농산물시장역에 도착해서야 하차 조처를 했다. 이상 상황을 바로잡고자 안전운행요원 A 씨가 전동차에 오른 것도 반여농산물시장역에서였다.
이러한 늑장 대처에는 박종흠 전 사장 시절인 2017년 ‘재창조 프로젝트’ 탓에 감축된 4호선 운영 인력 문제가 영향을 끼쳤다. 당시 4호선 14개 역사는 ‘2인 역’(안전운행요원 2명이 근무하는 역)에서 ‘1인 역’으로 바뀌었는데, 특히 승하차 인원이 적은 석대역(지난해 일평균 승하차 314명·0.5%)은 아예 요원이 없는 무인역으로 전락했다. 4호선 역사 중 무인역은 석대역 1곳뿐이다. 위험을 최소화 하려면 이상을 감지한 직후 석대역에서 승객을 모두 내리게 해야 했으나, 이 역에서는 승객 하차를 돕고 전동차 수동 운행을 맡을 직원이 없다 보니 전동차는 제동장치 제어가 불안정한 상황에서도 다음 역인 반여농산물시장역까지 승객을 태우고 위태로운 운행을 감행했다.
■규정 어기고 은폐, 축소 보고
자칫하면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뻔했음에도 부산교통공사는 축소 보고 및 은폐에 급급했던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 11일 이종국 사장에게도 올라간 이 보고서에는 ▷승객 10여 명 반여농산물시장역 하차 ▷안전운행요원 A 씨 병원 응급실 방문 등 주요 내용이 빠져 있다. 4호선은 2011년 3월 개통 후 열흘 만에 사고 7건이 발생해 ‘부실한 안전 관리’라는 오명을 썼다. 이런 4호선에서 또다시 사고가 터지자 시민 대피, 직원 부상 위험 등 민감한 내용은 누락된 채 사장 보고가 이뤄졌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복수의 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공사는 국제신문 취재가 시작된 지난 14일에야 이 사장에게 해당 신고를 보고했다. 이 사장은 사고 경위와 대처를 묻는 취재진의 거듭된 연락에도 홍보실을 통해 대응할 뿐 접촉을 회피했다.
보고 규정을 위반한 사고 사실 은폐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공사의 ‘사고 및 운행장애 처리규정’ 3장 14조는 부산 도시철도에서 발생한 ‘위험 사건’을 ‘사고 보고 체계’에 따라 처리하도록 명시했다. 규정에 따르면 제동장치 문제로 일어난 지난 8일 사고는 위험 사건에 해당한다. 이 경우 공사는 사장 등 내부 구성원과 유관·지원기관은 물론 언론사에도 사고 발생 사실을 알려 시민이 알 수 있도록 조처해야 하지만, 국제신문 취재가 시작될 때까지 공사는 이 사고를 함구했다. 이에 대해 교통공사 관계자는 “유관기관 등에 대한 의무보고 대상이 아니었던 것으로 판단해 전달이 늦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