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인역 안전요원은 운영·운전 모두 소화
- 규정상 요구되는 비상시 인력도 부족
- 책임감·위험 부담에 피로도 높다 토로
- 내년 초 2인역 전환돼도 ‘지원 조’ 없어
- 일주일에 2, 3일씩은 1인 근무 불가피
19일 밤 9시 부산 도시철도 4호선 석대역. 지난 8일 밤 11시께 무인으로 운행되는 제4301 전동차는 제동장치가 고장난 상태에서도 이곳을 지나쳤다. 석대역은 안전운행요원 없이 밤낮 사회복무요원(공익근무요원) 1명만 배치되는 ‘무인 역’으로, 사고에 대처할 인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국제신문 취재진은 부산지하철노조 윤연환 지회장과 함께 석대역 등 4호선 역사 일대를 밤시간대 돌아봤다.
■공익요원 한 명이 역사 관리
“업무 초기에는 역사 전체를 혼자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이 컸습니다.” 석대역에서 만난 공익근무요원 A 씨의 말이다. 근무한 지 1년가량 됐다는 A 씨에게 이곳에서 화재 등 재난이 났을 때는 어떻게 대처하는지 물었다. A 씨는 “매달 한 번 관련 교육을 받는다. 엘리베이터 등 장비를 멈추고 대피 안내를 맡아야 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윤 지회장은 “현실적으로 공익요원 한 명이 재난에 침착하게 대처할 거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부산교통공사는 무리한 인력 감축으로 인한 ‘무인 역’과 ‘1인 역’ 등 운영 구조 탓에 최근 사고 대처가 미흡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4호선 역사를 2017년 이전인 ‘2인 역’ 체제로 되돌리겠다고 공언(국제신문 지난 19일 자 1면 등 보도)했다. 하지만 인력 확충 시기는 빨라도 내년 초로 예정돼 1인 역 체제는 6개월 넘게 지속된다. 그나마 석대역은 일평균 이용객 수가 4호선 전체 0.5% 수준으로 적어 2인 역 체제로 돌아갈지도 미지수다.
4호선에 배치돼 3조 2교대로 일하는 직원 70명은 항상 안전사고 위험이 도사리는 상황을 불안해한다. 1인 역 체제로는 공사 내부 규정을 지키는 것도 무리라는 하소연이다. 공사의 ‘운행열차 화재대비 훈련’ 지침을 보면 불이 날 경우 발견자 지휘반 진압반 대피유도반으로 각각 나뉘어 대응해야 하지만, 4호선 역사 안전운행요원은 1명뿐이다. 윤 지회장은 “공익요원은 물론 청소노동자에게도 ‘대피유도반’ 역할이 요구된다. 하지만 전문성이나 처우, 사고 대처 책임 소재 등 측면에서 이는 부당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인력충원 돼도 상황 개선 어려워”
재난 대처 이외에도 4호선 업무 부담은 악명 높다. 통상 도시철도 역사 업무는 ‘운영직’(역사 관리)과 ‘운전직’(전동차 운전)으로 구분되는데, 4호선 역사에서 일하는 직원은 이 두 가지 직렬 업무를 모두 혼자 소화해야 한다. 평소에는 역사를 관리하다가 무인 전동차에서 사고가 나면 직접 전동차를 몰아야 하는 것. 윤 지회장도 운영직으로 입사했지만 전동차 운전 면허가 있는 경우다. 다른 호선에서 근무하다 1년여 전 4호선에 배치된 직원 B(운전직) 씨는 “1~3호선 전동차는 사람이 직접 몬다. 이 과정에서 전동차별로 출발·제동 등 특징을 파악하게 되고, 이상 징후도 미리 감지할 수 있다”며 “하지만 4호선 전동차는 원래 무인 운영된다. 사고가 나야 비로소 운전해볼 수 있는 건데, 운전직으로서는 부담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운영·운전직 업무를 모두 수행할 수 있는 직원은 드물다. 이런 직원은 계속 4호선에서만 일하게 되는 경우가 많고, 다른 호선에 비해 피로도가 상대적으로 높다”고 덧붙였다.
4호선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내년 초 ‘2인 역’ 체제로 전환돼도 상황이 크게 나아지지 않을 거라고 본다. 4호선 역사는 2017년 이전에도 2인 역으로 운영됐는데, 당시에는 휴가·교육 등의 사유로 자리를 비웠을 때 대신 투입될 ‘지원조’ 인력이 있었다. 윤 지회장은 “내년 인력 개편에서 4호선에는 지원조가 배정되지 않아 결국 교육과 휴가 등을 고려하면 역별로 일주일에 2, 3일씩은 사실상 한 사람만 근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외에도 취객 난동 등 대응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여직원이 혼자 야간 근무하는 일이 없도록 충분한 증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