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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싶은 길 <94> 울산 ‘명덕호수공원’

‘비밀의 호반’ 둘러싸고, 편백·소나무가 터널 이룬 2.6㎞ 산책로

  • 국제신문
  • 방종근 기자 jgbang@kookje.co.kr
  •  |  입력 : 2020-05-24 19:03:28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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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업 용수 공급하던 명덕저수지
- 현대중공업 주민 위해 무상임대
- 동구, 2011년 54억 들여 공원화

- 염포산·순환도로에 숨겨진 지형
- 노면 마사토길·나무 덱이라 편안
- 정자·해맞이교·습지원 등 볼거리

울산 ‘명덕호수공원(동구 서부동)’은 웬 만큼 울산에 오래 살아도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심지어 동구 사람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긴 바다와 조선소 밖에 없는 삭막한 산업도시 한 켠에 마치 숨겨져 있는 듯한 오아시스 같은 호수공원이 있다는 걸 모르는 게 오히려 정상이지 싶다.

연중 맑고 푸르른 에메랄드 빛 물을 그득하게 머금고 있는 ‘비밀의 호반’을 따라 잘 다듬어진 베젤 같은 아름다운 산책로가 있다. 바로 ‘명덕호수공원길’이다. 이 길을 걷다 보면 때로는 비경에 매료됐다가, 때로는 오묘한 신비감에 빠진다. 또 어떤 때는 뜻 모를 의문을 갖게 된다. 호수와 어우러진 산책길은 발걸음을 멈추는 곳마다 포토존이요, 눈길 주는 곳마다 한 폭의 수채화다. 어떻게 이런 곳이 금단의 세상처럼 바깥에 알려지지 않았을까.
   
울산 동구 명덕호수공원길은 울산시민도 잘 모르는 숨겨진 보석같은 걷기 명소로 지자체와 지역 대기업인 현대중공업의 공동 노력으로 조성됐다.
■현대중공업 희사로 재탄생

명덕호수공원과 공원길은 탄생 스토리부터 경이롭다. 명덕호수공원은 원래 명덕저수지로 불렸다. 현대중공업의 공업용수 공급을 위해 만든 것으로 수십 년간 철제 펜스와 원시림 등에 막혀 일반인이 접근할 수 없었다. 그러다 2010년 3월 명덕호수공원 사업부지의 88%를 소유하고 있던 현대중공업이 동구와 협약을 맺고 주민을 위해 영구 무상임대 했다.

이후 동구는 본격적인 공원화 사업에 착수했다. 총 54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명덕저수지 일대 1만7929㎡를 수변공원으로 조성했다. 생태습지원과 정자, 열린광장, 나무다리, 휴게의자 등의 편의시설을 만들었다. 또 열린길(589m), 돌안길(530m), 솔향길(1273m) 등 총 길이 2.6㎞의 수변 산책로인 ‘명덕호수공원길’을 조성했고 2011년 10월 준공 함으로써 시민이 새 주인이 됐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명덕호수공원 전경.
■계절·기후·시간 불문 걷기 명소

울산에도 이른바 ‘명품길’로 불리는 곳이 여러 군데지만 명덕호수공원길은 이 중 독보적이다. 명덕호수공원길을 여러 번 걸어 본 사람이라면 길에 대한 장점이나 특징을 한 마디로 이렇게 요약한다. “사시사철 모두 걷기 좋은 곳”이라고. 봄·가을은 물론 더운 여름이나 추운 겨울도 좋고 나아가 비가 와도 좋고 아침, 한낮, 저녁까지 모두 걷기 좋은 곳이라는 게 그들의 부연설명이다. 또한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없이 걷기를 즐길 수 있는 그야말로 걷기를 위한 완벽한 길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 걸어 보니 이들의 말이 결코 허언이 아니라는 걸 바로 알 수 있었다. 먼저 기능적인 면에서 장점은 안전성과 편안함이다. 길 전체를 한 바퀴 도는데 1시간~1시간30분 정도 소요돼 산책하기 지루하지 않다. 길 너비가 대부분 2m 이상이고, 두세 곳 일부구간을 제외하고는 모두 완만한 평지다. 노면도 3분의 1은 나무 덱이고, 나머지는 마사토질로 돼있다. 또 도심 한 복판에 있는 산책로인 만큼 전 구간에 야간조명 및 음향시설이 돼있다. 모두 안전성 면에서 점수를 줄 수 있는 요소들이다.

길 전체가 편백이나 소나무 숲으로 덮혀 있어서 웬만한 더위나 추위는 물론 약간의 비는 무시하고 걸을 수 있다. 남쪽은 염포산이, 북쪽은 방어진 순환도로와 아파트 단지가 길게 병풍처럼 늘어서 있어 큰 바람을 막아준다. 호수공원 전체가 분지에 위치해 있다. 이런 지형 탓에 울산은 물론 동구민 조차도 명덕호수공원과 산책로를 잘 모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산책길은 현대홈타운 앞 안내소에서 출발하면 된다. 시계방향이든 반대 방향이든 모두 원래자리로 돌아오기 때문에 어떤 선택을 해도 무방하다. 오른쪽으로 가면 열린 길인데 대부분 나무 덱으로 돼있다. 이어 나즈막한 산길을 넘어 내려가면 호수와 맞닿은 지점에 아한정(雅閑亭)이란 정자가 있다. ‘고요하고, 아담하며, 한가로운 풍치가 있는 정자’라는 뜻 풀이 팻말이 서있다. 다시 언덕을 넘어 가면 ‘해맞이교’란 다리가 나온다. 60m 길이의 이 아치형 다리는 둥근 원이 겹겹이 이어진 조형미가 돋보여 명덕호수공원의 상징처럼 돼있다.

이 곳에서 다시 10분쯤 가면 또 하나의 정자가 나온다. ‘돌안정’인데 옛날 이 일대 지역명을 땄다. 돌안정을 지나면 곧 바로 습지원이 나타난다. 이 곳에는 수련과 부들, 연, 물억새, 노랑꽃창포 등 수생식물이 군락을 이루고 있어 자연학습장으로도 인기다. 습지원에서 오른쪽으로 30분쯤 가면 염포산 정상이다. 반대로 왼쪽 넓은 길을 택하면 메타세콰이어가 도열한 폭 5m 정도의 넓은 숲길이 보인다. 그대로 15분쯤 가면 원래 출발지인 안내소가 나온다.

■찾아가려면

부산에서는 노포동에서 방어진터미널까지 가는 버스(금호여객)가 있다. 이후 택시로 갈아 타고 울산대병원 주차장이나 한마음회관 앞에서 하차하면 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도 이 곳에 주차(유료)하면 된다. 이 곳 맞은 편 왕복 4차로 방어진순환도로를 건너가면 바로 아래에 산책로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단 순환도로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데 길가에 이정표도 제대로 없어 초행길이라면 헤맬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방종근 기자 jgban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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