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 건물 2채 헐고 문화시설 추진
- 건축계 “개발 구실로 철거 안돼”
부산 강서구가 대저동 일대에서 도시재생사업을 하면서 김해평야 일대 지역성과 역사성을 간직한, 100년이 넘은 지역 문화유산 건축물을 철거할 계획을 밝혀 논란을 빚는다. 지역 문화유산이 잇달아 사라질 위기에 놓이자 지역 건축·역사계는 지자체를 상대로 보존을 촉구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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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강서도시재생열린지원센터로 사용 중인 대저수리조합 사무동. 강서구는 도시재생사업 일환으로 일제강점기 때 지어진 이 건물과 바로 옆 비료창고를 허물고 문화시설을 세울 계획이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
강서구는 대저동 대저수리조합 사무동(현재 강서도시재생열린지원센터로 활용)과 비료창고 등 2채의 건물을 헐고 도시재생사업연계 문화시설 건립을 추진한다고 31일 밝혔다. 이를 위해 구는 지난 18일부터 건축사를 상대로 설계공모를 진행 중이다. 철거 예정인 대저수리조합 사무동과 비료창고는 1916년 일제강점기에 건립됐다. 과거 일제는 낙동강 범람, 홍수, 바닷물 유입으로 벼농사를 짓기 어려워 식량 수탈에 차질이 빚자, 치수와 비료 판매를 목적으로 대저수리조합을 만들었다. 비료창고 건물은 1916년 건립 당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반면 사무동 건물은 1956년 송전탑에 걸린 미 공군 비행기가 지붕에 추락해 무너진 뒤 유엔이 신축했다. 두 건물 모두 근대문화유산으로 등재되지는 않았지만, 강서구의 지역성과 역사성을 담은 대표적인 건축물로 꼽힌다.
강서구의 지난날을 품은 대저수리조합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건 구가 추진해온 도시재생사업 탓이다. 산업구조 변화와 명지 등 신도시 중심 발전으로 벼농사 중심이던 김해평야의 중심지 대저동 일대가 침체하자 강서구는 지역의 역사성을 되살려 이 일대를 경제적, 사회적으로 부흥한다는 목적으로 2016년부터 도시재생사업을 진행했다. 구는 대저수리조합 부지에 지하 2층, 지상 4층 규모의 문화시설을 지어 이를 도시재생 핵심거점으로 운용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지상 2개 층에는 부산시의 서부산영상미디어센터가 자리할 예정이다.
지역 건축계와 역사계는 강서구의 이 같은 계획을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건축가 김승남 씨는 자신의 SNS를 통해 “도시재생사업으로 지역 문화유산이 파괴되는 일이 벌어졌다”며 “도시 가치를 스스로 훼손하는 일을 멈추고 보존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부디 지역 건축가들은 이번 공모전 참여를 거부해달라”고 호소했다. 부경근대사료연구회 김한근 소장은 “문화재로 등재되지 않았다고 역사적 가치가 없는 게 아니다. 대저수리조합 건물 2개 동은 보존 가치가 충분하다”며 “부산시와 각 구·군은 지역 내 역사성이 깃든 건축물을 제대로 조사하지도, 보존을 위한 예산을 배정하지 않고 걸핏하면 개발을 핑계로 허문다”고 꼬집었다. 김 소장의 지적대로 지역성과 역사성을 띤 건축물이 철거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부산을 대표하는 차 명인이자 건축가였던 최규용 선생이 거주했던 고택 금당 다우도 재개발 과정에서 문화재가 아니라는 이유로 해체돼 부재(금당 다우를 이루고 있던 내·외부 나무기둥)가 대저동 밭에 방치되기도 했다.
전문가 비판에도 강서구는 철거 방침을 고수한다. 강서구 관계자는 “대저수리조합 건물 모두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았다. 지난해 공청회 과정에서 보존 필요성을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며 “사무동보다 오래된 비료창고 실내 일부를 새 건물에 활용할 방법은 찾고 있으나 현재 구체적인 방법은 없다”고 설명했다. 부산시도 손을 놓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시 관계자는 “이 건물에 서부산영상미디어센터 건립을 확정했지만, 해당 건축물의 존재나 가치는 몰랐다”며 “대저수리조합 건물 보전은 강서구 소관”이라고 선을 그었다.
임동우 기자 guardia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