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남구에서 갈비집을 운영하는 A 씨는 지난달 무려 2820만 원의 과징금 폭탄을 맞았다. 이유는 청소년에게 술을 팔았다가 적발된 때문이다. 하지만 A 씨 입장에선 너무나 억울하다. 머리 모양이나 화장한 얼굴 등 누가 봐도 성인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한 손님에게 신분증을 확인하지 않고 술을 판 것이 이런 어처구니 없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울산 중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B 씨도 지난 4월 손님 2명이 휴대전화에 있는 1998년생 신분증 사진을 제시하기에 술과 안주를 제공했다. 이들이 서로 직장생활 이야기를 하고 외관상 전혀 청소년으로 보이지 않아 일말의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 곧 들이닥친 경찰 단속에서 청소년인 것이 밝혀져 벌금 70만 원과 영업정지 2개월 처분을 받았다.
이처럼 업주가 청소년 신분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주류를 판매했다가 낭패를 보는 일이 빈발하고 있다.
2일 울산시에 따르면 올들어 5월 말 현재까지 행정심판위원회에서 처리한 121건 가운데 청소년 주류 제공 관련이 39건(32%)에 이른다. 지난해에도 울산 행정심판위원회가 다룬 231건 중 64건(27.7%)이 청소년 주류 제공이었다.
행정심판은 시민 권리 또는 이익을 구제하기 위한 것으로 행정기관의 위법 또는 부당한 처분이나 부작위에 대해 불복할 경우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제기한다고 대부분 구제되는 것은 아니다. 업주에게 전혀 과실이 없음을 입증해야 하는데 특히 신분증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을 경우 구제받기 쉽지 않다.
이런 법규를 악용하는 경우까지 생겨나고 있다. 중구 한 음식점 주인은 “이웃 가게에선 성인을 가장해 들어온 청소년이 술을 마신 뒤 자신이 청소년임을 알리고는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술값을 내지 않고 갔다”며 “한 번 당한 업주들은 아예 너무 젊은 손님은 받고 싶지 않지만 무작정 그럴 수도 없어 마음을 졸일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 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영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청소년이 신분을 속이는 바람에 뜻하지 않게 영업정지나 많은 과징금을 부과받는 사례가 자주 발생해 안타깝다”며 “업주들은 반드시 실물 신분증을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종근 기자 jgba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