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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싶은 길 <95> 산청 ‘남명의 길’

지리산 물·바람소리 따라 10㎞ … 남명의 호연지기 샘솟구려

  • 김인수 기자 iskim@kookje.co.kr
  •  |   입력 : 2020-06-07 19:26:20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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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자들에 학문 가르친 ‘산천재’
- 손수 심은 매화 450년 간 우뚝
- 두류산가 무대가 된 ‘도화정’은
- 여러 하천 흘러 무릉도원 온 듯

- 덕천강변 따라 조성된 강변로
- 노란 금계국 만개해 장관 연출
- ‘탁영대’‘덕문정’‘백운계곡’ 등
- 선생 즐겨 찾았던 곳도 볼거리

경남 산청군 ‘남명의 길’은 남명 조식 선생의 발길이 닿았던 곳을 그대로 따라 걸어볼 수 있게 조성한 탐방로다. 위패가 모셔진 곳, 후학을 가르치던 곳, 책을 읽던 서재까지 남명 조식 선생의 흔적을 따라 걸을 수 있다. 이 탐방길은 지리산 품에서 호연지기를 기르고 마음의 평온을 되찾았던 조식 선생처럼, 느린 걸음 걸으며 물소리, 바람 소리에 몸과 마음을 씻어 볼 수 있어 코로나19로 지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길로도 안성맞춤이다.

이 길을 걷고 나면 남명 조식 선생의 사상을 대강이나마 이해할 수 있고 선생의 삶을 되새겨볼 수 있다.
   
경남 산청군 ‘남명의 길’은 남명 조식 선생의 발자취를 더듬어 볼 수 있게 만들어진 길이다. 금계국이 활짝 피었고, 길 옆 덕천강에는 지리산 맑은 물이 쉼 없이 흐른다.
■무릉도원인가하노라

이 탐방로는 남명 조식 선생을 기리기 위해 후학들이 창건한 덕천서원에서 산천재~지리산관광휴게소~백운계곡~용문사~영산산장~남명선생장구지소 10㎞ 구간으로 3시간가량 소요된다. 덕천서원 옆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덕천서원으로 향한다. 천왕봉으로 향하는 중산리 길의 길목인 덕산중고 옆에 있다. 앞에는 천왕샘에서 발원한 덕천강이 흐르고 있다.

동행한 안승필(여·62)문화관광해설사와 함께 붉은 홍살문 옆 400년이 넘은 은행나무를 지나 서원으로 들어갔다. 배롱나무의 민낯도 그냥 지나쳐 경의당 뒤편 남명 선생의 위패를 모신 숭덕사로 향했다. 몸을 굽혀 절하며 예를 올렸다.

안 해설사는 “남명 선생은 평생 산림 처사로 항상 깨어있는 정신으로 매사에 거짓이 없고 도리에 어긋남이 없이 행동을 삼가는 ‘경(敬)’을 바탕으로 배운 것을 실천하는 ‘의(義)’를 실현한 선비”라며 남명 선생의 생애와 사상에 관해 이야기했다.

덕천서원에서 덕산시장 방면으로 조금 가면 휴식공간인 도화정이 나온다. 도화정은 ‘두류산 양단수를 예 듣고 이제 보니 도화 뜬 맑은 물에…’라는 남명 선생의 두류산가의 무대가 된 장소다. 중산리천과 대원사에서 내려오는 삼장천의 합수부로 무릉도원을 실감하게 한다.

시골 장터인 덕산시장 앞에서 오른쪽으로 덕천강변에 조성된 강변로를 따라 1.5㎞가량 가면 왼쪽에 한국선비문화원이 있고 맞은편에는 공원이 있다. 공원에서는 햇볕이 따가운데도 노인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게이트볼을 치느라 여념이 없다.

■남명 조식 선생을 기리다

   
남명 선생이 61세에 정착해 인생 후반부를 보내며 살았던 산천재.
공원 오른쪽에 산천재가 있고 마주한 곳에 남명기념관이 있다. 하지만 입구가 덕천강변이 아닌 도로변에 있어 이들 유적을 탐방하기 위해서는 우회해야 하는 등 약간의 불편이 있다.

산천재는 남명 조식 선생이 61세에 정착해 생의 후반부를 보내며 살았던 곳이다. 뜰에는 선생이 손수 심은 매화나무인 높이 5m가 넘는 남명매가 450여 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열매를 맺고 있어 이채롭다. 남명기념관에 들어서면 왼쪽에 옥돌로 만들어진 남명 선생의 동상이 지리산을 등지고 서 있고 옆에 우암 송시열이 지은 신도비가 있다. 안 해설사는 “남명기념관은 남명 선생의 탄생 500주년을 맞은 2001년 설립을 추진해 2004년 8월에 문을 열었다”며 “선생의 학덕을 기리고 유품과 관련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기념관 뒤편의 산에 남명선생 묘소가 있고 옆쪽에 여재실이 있다. 유적 탐방을 마치고 덕천강변에 조성된 강변로를 따라 걷는다. 코스모스를 닮은 노란 금계국이 만개해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꿀을 찾으러 벌이 날아다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각각 단성IC와 중산리로 향하는 갈림길에 지리산을 관리하는 지리산국립공원 사무소가 있다.

■자연경관을 보존하다

   
단성IC 방향으로 발길을 돌리면 오른쪽으로 자양보캠핑장이 나온다. 자양보는 풍부한 수량과 멋진 주변 경치로 인해 매년 여름에 많은 피서객이 찾고 있다. 차로 갓길과 강변을 번갈아 1㎞가량 걸어간다. 길 오른편으로는 지리산 맑은 물이 쉼 없이 흘러간다. 십 수명이 앉을 수 있는 널따란 바위가 나온다. 탁영대다. 이곳에서 물을 벗 삼아 5분여 걷다 보면 왼쪽에 입덕문이라 새겨진 큰 바위가 나온다. 남명 선생이 합천 삼가에서 산청 덕산으로 오면서 만난 천연 석문(石門)을 입덕문(入德門)이라 명명했다. 지리산 초입이다. 이곳에서 조금 가면 덕천강변에 덕문정이 있다. 덕문정은 남명 선생의 유덕을 기리고 수려한 자연경관을 보존하고자 건립됐다.

지리산관광휴게소에서 백운계곡까지 2㎞는 차로 갓길이라 지리산 방향을 오가며 쌩쌩 달리는 자동차로 위험하다. 탐방로 정비가 아쉽다.

백운마을 버스정류장에서 왼쪽으로 발길을 돌리면 5㎞가량의 계곡이 시작된다. 백운동계곡은 이름 그대로 구름처럼 하얀 반석들과 그 반석을 타고 구르듯이 쏟아지는 물줄기가 시원함을 더해 준다. 남명 선생이 즐겨 찾았던 곳이다. 용문사, 영산산장을 지나면 남명 선생이 노닐던 남명선생장구지소가 나온다. 지팡이 짚고 신발을 끌며 찾아와 머물던 자리라는 뜻이다. 옆에는 용문천 각석이 새겨져 있다. 후학들이 스승인 남명의 정신을 추모하던 일종의 문화공간이다. 이 외 영남제일천석 등천대 등 각석이 산재한다.

김인수 기자 iski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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