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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마을' 혁신을 찾아서 <12> 사천 물고뱅이 마을

천연염색 등 체류형 강좌 대박…전국 유명 체험마을로 변신

  • 이완용 기자 wylee@kookje.co.kr
  •  |   입력 : 2020-06-14 18:49:39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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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역사자원 풍부하지만
- 주민 논농사 비중 압도적

- 2004년 농촌개발사업 선정
- 69억 원 투입, 방문자센터 건립
- 주차장·쉼터·산책로 등 조성
- 노래교실·한지공예·다례 등
- 남녀노소 위한 프로그램 인기

- 신청자 취소·센터 운영 중단
- 코로나19 여파 올해 직격탄
- 정비 등 서서히 재개장 준비

경남 사천시 곤양면 ‘무고(舞鼓)’마을은 본래 ‘무고(武庫)마을’이었으나 일제가 임진왜란 때 왜군을 소탕하기 위해 무기를 보관했던 이 마을이 조상을 욕되게 했다며 마을 이름을 북이 춤추는 마을로 바꾸는 바람에 지금까지도 그렇게 불리고 있다. 만점, 원동, 신촌, 상촌, 평촌마을이라는 다섯 개의 자연마을과 궁골(弓谷), 다솔골(多率谷), 죽마등골(粥馬燈谷), 한재골(韓在谷), 방골(坊谷) 등 다섯 개의 골로 된 무고마을은 ‘물고뱅이’라는 예쁜 이름을 갖고 있다.
   
지난해 말 사천시 곤양면 무고마을 방문자센터 다목적 홀에서 작품을 만드는 주민과 탐방객. 물고뱅이 마을 운영위 제공
무기 고방이 무 고방, 무 고뱅으로 불리다가 물고뱅이로 됐다는 설이 있고, 농사에 필요한 물이 넉넉하다는 뜻으로 물 고방, 물 고뱅, 물 고뱅이로 변했다는 두 가지 설이 있다.

■다양한 역사 자원 보유한 마을

   
무고마을 방문자센터내 작품 전시실. 도자기와 한지공예, 천연염색 작품이 전시돼 있다. 이완용 기자
이 마을 뒤로는 수윤산과 봉명산, 이명산 등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데, 만점마을은 매화낙지형(梅花落地形), 신촌마을은 장군대좌형(將軍大坐形), 평촌마을은 선동취적형(仙童吹笛形) 명당이라 하여 풍수지리를 배우는 지관의 방문이 잦다.

수윤산에는 예로부터 산봉우리에 기우제를 지내던 곳이 있고, 중턱에는 경주 석굴암을 축소한 듯한 보안암 석불이 있다. 수윤산과 이명산 사이에는 무고천의 발원지가 있고 마을 들머리에는 몰(말) 미(馬上들)라는 산이 있다. 평촌마을 한재골에는 장군터가 있으며, 상촌마을의 앞들을 장막(將幕)들이라고 하는데 이는 장수와 막하(幕下)들이 있었던 곳이며, 장막들 앞의 궁골은 군사들의 활터로 전해지고 있다. 상촌마을 뒷산에는 장군번덕(산 등성이가 광활함)이 있어 군사 훈련장임을 전하고 있는데, 지금은 군부대가 들어서 있다.

마을에는 한학자 정동명이 기거했던 백하정과 한학자 김희곤이 독서를 즐겼던 무이산정이란 독서당이 유풍을 이어가고, 만해 한용운과 소설가 김동리가 머물렀던 천년고찰 다솔사가 지척에 있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백의종군하다 묵었던 응취루와 광포만 갯벌도 가까이 있어 관광자원은 많은 편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농촌지역이 그렇듯 이곳에도 젊은이를 찾아보기 힘들고 논농사의 비중이 절대적이어서 새로운 소득원을 찾기가 힘들었다.

■‘우리도 잘살아보세 운동’ 태동

   
무고마을 방문자센터 건물 전경.
그러다가 지난 2004년 정부가 피폐한 농촌을 잘 사는 농촌으로 만들기 위해 ‘농촌마을 종합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희망지를 신청받자 상황은 달라졌다. 비닐하우스를 지어 고추와 토마토 등을 심어 소득을 올리던 50~60대 장년들이 관광농업을 실천해보겠다며 팔을 걷어붙였다. 면사무소와 농업기술센터를 다니며 계획서를 만들어 올렸다가 선정되자 모두 혼신의 힘을 다했다.

선정된 이듬해인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이 시작됐는데, 당시 270여 가구가 사는 마을에 총 68억 5500만 원이 투입됐다. 2층 규모 방문자센터는 1층에 사무실과 소회의실, 식당, 대강당이 있고 2층에는 30여 명이 동시에 묵을 수 있는 숙박시설을 갖췄다. 센터 앞의 친환경 블록으로 만든 주차장은 20여 대의 승용차를 주차할 수 있고, 캠프파이어 등 친교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인 광장도 갖췄다. 센터 맞은편 300여 년 된 느티나무 아래에서는 명상과 야외교육이 가능하고, 쉼터로서의 역할도 한다.

마을 골목길의 시멘트 블록으로 된 담장은 돌을 붙여 정비했고 곳곳에 쉼터를 만들어 이용객과 주민이 쉴 수 있도록 했다. 잡초와 쓰레기가 쌓였던 공한지는 소공원이나 꽃밭으로 만들고, 정자도 지었다. 무고천 상류인 만점마을 앞에는 팔각정과 족구장, 족욕장 등이 있는 친수공간을 체험공간으로 활용하도록 했다. 봉명산에도 1시간 30분이 소요되는 산책로 2개 코스를 만들었다.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탐방객 유치

이런 준비가 끝나자 2005년 말부터 탐방객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다솔사를 중심으로 한 둘레길 걷기에 참가하는 인원이 많았다. 그러다가 2006년부터는 방문자 센터에 머물며 체험을 하려는 초·중고생이 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유치원이나 초등학생의 체험학습 프로그램이 늘어나고 일반인을 위한 노래교실, 천연염색, 한지공예, 다례 등의 강좌가 개설되면서 도내는 물론 전국적으로도 ‘성공한 사례’가 됐다. 위원장이나 사무장은 성공사례 발표회에 단골로 초대되기도 했다

프로그램도 다양화됐다. 민속연 만들기나 투호놀이, 압화(꽃 누르미) 체험, 돌담길 보물찾기 등의 행사와 경운기나 트랙터 타고 논길 달려보기 등도 포함됐다. 다솔사 명상치유산책길걷기, 숲 해설사와 함께 산책하기, 다솔사 녹차 만들기 등의 강좌도 개설했다.

지난해에는 매주 노래교실과 한지공예, 예쁜 글씨 쓰기, 다도체험, 도자기 만들기 등 5가지를 개설해야 할 정도로 일정이 빡빡했다. 강좌마다 20~40명의 수강생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물고뱅이 마을도 코로나19의 여파로 직격탄을 맞았다. 코로나로 강좌는 폐쇄됐고 강좌를 신청했던 사람도 취소했다. 방문자센터는 문을 열지 못하고 있으니 역할이 마비된 셈이다. 그래도 조금씩 재개장의 준비는 하고 있다. 조만간 노래교실이나 요가 등 주민의 건강에 필요한 강좌를 개설하고 인기가 많았던 한지공예와 다도체험 등은 전문강사를 초빙할 예정이다.

물고뱅이 마을 사무장 배시남(여·54) 씨는 “우리 마을은 면적이 넓고 다양한 자연유산이 산재해 있어 농촌체험마을로서 제격이다”며 “방문자센터를 리모델링 하고 체험시설을 재정비해 언제든지 개장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완용 기자 wyle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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