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0여 년 전 부처님께서 주로 쓰신 언어는? 귀족 언어인 산스크리트어가 아니라 대중 속어인 팔리어였다. 팔리어로 지혜를 뜻하는 낱말이 판냐다. 구마라집(344~413)과 현장법사(602~664)가 불경들을 번역하면서 판냐를 반야(般若)라고 음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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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야와 반야의 관계와 의미. |
반야는 총명 슬기 등 분별력에 따른 일반 지혜와 아주 다르다. 분별(分別)을 깨부수고 무별(無別)할 때 깨닫는 지혜다. ‘금강반야바라밀경’인 금강경은 ‘금강석과 같은 지혜’에 관한 경전이다. ‘대반야바라밀다경’인 반야경은 무명과 무지를 타파하는 큰 지혜에 관한 경전이다. 방대한 600권을 260자로 압축한 것이 반야심경이다.
반야심경에 가장 유명한 불경 구절이 나온다. ‘색즉시공’이라는 에로 코믹 영화가 2편까지 나왔으니 유명할 만하다. 영화 내용은 불경 내용과 아무 관련이 없다. 반야심경 구절인 ‘색불이공 공불이색 색즉시공 공즉시색(色不異空 空不異色 色卽是空 空卽是色)’은 공 사상의 핵심이다. 부처님 열 제자 중 수보리가 공을 가장 잘 이해했고, 나가르주나(150~250)가 공의 이론체계를 세웠다. 대승불교는 공 사상 위에 세워진다. 공은 산스크리트어로 순야(Sunya)다. 한자로 음역된 순야(舜若)보다 의역된 공(空)이 더 많이 쓰인다. 공은 없을 무(無)나 빌 허(虛)보다 숫자 0인 영(零)과 더 가깝다. 삼라만상은 연기되어졌기에 실체 없이 무상하며 자아 없이 무아이니 공이다. 공을 이해해야 반야를 얻게 된다. 뜬구름 잡는 추상적 사고가 아니다. 공 사상은 숫자 영(Zero)을 낳았다. 불교에서 비롯된 공(0)을 통해 수학은 대전환·대도약·대발전할 수 있었다. 0 없는 산수 수학 과학 기술 공학은 불가능하다. 인류문명을 이끈 공이자 영이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