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계자 “지침대로 처리해” 해명

부산 감천항에 입항한 러시아 선박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함에 따라 자가격리 대상자로 분류된 항만노동자들이 보건소에 대응 방안을 물었으나 “기다려라”는 답변만 들어 귀가 조처가 내려질 때까지 2시간 동안 공포에 떨었다.

국립부산검역소는 지난 22일 러시아 선원 16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을 확인한 뒤 이들과 밀접접촉한 항만노동자를 상대로 자가격리 지시를 내렸다고 23일 밝혔다. 검역소 관계자는 “지난 22일 밤 10시께 선원들과 밀접접촉한 34명에게 자가격리를 시켰으며, 2시간 뒤인 23일 0시에는 항구에 대기 중인 노동자에게 집으로 돌아가 자가격리를 시작하라고 전달했다”고 말했다.

밤 10시께 검역소로부터 자가격리 명령을 받은 항만노동자들은 감천항 3부두를 관할하는 서구에 당장 어떻게 해야 하는 게 좋을지 대응 방안을 질의했다. 항운노조 관계자는 “보건소에 대응 매뉴얼을 물었지만 ‘밀접접촉자로 분류된 선원 명단을 받아 확인 작업 중’이라는 대답만 돌아왔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보건소로부터 대응 지침을 듣지 못하자 자가격리 대상 항만노동자의 코로나19 공포는 극에 달했다. 혼란은 검역소가 귀가 조처를 내린 자정까지 2시간 동안 이어졌다. 귀가 명령을 받자마자 대상자 대부분은 자가용을 이용해 귀가했다.

서구보건소 관계자는 “검역소로부터 자가격리 대상자 명단을 넘겨받자마자 주소지 생년월일 등을 분류해 관할 지자체(자가격리 대상자는 주소지 소재 지자체가 담당)에 통보하는 작업을 23일 새벽 2시까지 계속했다”며 “이 과정에서 문의전화가 잇달아 걸려왔고 작업 중이니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요청했다. 다소 시간이 걸렸으나 질병관리본부 지침대로 처리했다”고 해명했다.

항운노조는 부산항만공사 질병관리본부 등에 격리 방식과 범위, 직접 접촉자 외 근로자 격리 여부 등을 문의했지만 명쾌한 대답을 듣지 못했다. 결국 항운노조는 22~23일 아이스스트림호 작업에 참여한 작업자를 현장 대기실에서 지내도록 자체 판단, 격리 조처했다.

항운노조 관계자는 “단체 작업을 하고 집단 대기실을 쓰는 항만 특성상 감염병의 집단 전파력이 클 수밖에 없다”며 “감염자와 직접 접촉한 이들 외에 접촉자의 동선 속에서 동시간대에 작업한 이들까지 고려한 격리·조사 방식 등을 담은 대응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승륜 임동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