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군 600명 태운 무장수송선
- 6·25 다음 날 부산 침투 작전
- 해군 백두산함 조타수였던 최 옹
- 전우와 목숨 걸고 최후방 지켜
- 오늘 해작사서 전승기념식
- “스러져간 동료들 눈앞에 선해
- 그 희생 영원히 기억해줬으면”
“부산 앞바다에서 북한군이 잔뜩 탄 배를 침몰시키지 않았다면 지금 대한민국은 없을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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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0년 6월 26일 새벽 부산 앞바다에서 벌어진 대한해협해전에 참전한 최도기 옹이 6·25전쟁 발발 70주년인 25일 부산 해운대구 자택에서 지난해 참전 용사들과 함께 찍은 기념사진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이원준 프리랜서 |
25일 부산 해운대구 한 아파트에서 만난 6·25전쟁 참전용사 최도기(89) 옹은 1950년 6월 26일 새벽 벌어진 대한해협해전을 선명하게 기억했다. 대한해협전은 6·25전쟁 발발 직후 부산 앞바다에서 우리나라 해군 백두산함(PC-701)이 북한군 600여 명이 탄 1000t급 무장수송선과 맞선 전투다. 해군 장병과 국민의 성금으로 미국에서 구매한 우리나라 해군 최초이자 유일한 전투함이었던 백두산함은 이 전투에서 북한군 무장수송선을 격침하는 전과를 올렸다.
“그때 북한군은 기관총으로 무장하고 있었어. 그 무장병력이 우리나라 최후방인 부산에 들어왔다고 생각하면…. 아마 전쟁이 더 길어지고 북한군이 전후방 가릴 것 없이 들이닥쳐서 서울이건 부산이건 나라 전체가 초토화됐을 거야.” 아찔했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한 듯 최 옹이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1931년 4월 평안북도 신의주에서 태어난 최 옹은 1947년 가족들과 함께 서울로 남하했다. 이듬해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고, 그는 해군에 지원해 경남 창원 진해에서 하사로 근무를 시작했다. 전쟁이 터진 그날 그도 백두산함의 조타수와 신호수 보직을 맡아 승선했다. 백두산함은 동해안으로 북한군이 상륙하는 것을 저지하거나 적함을 격멸하기 위해 나섰다. 이날 오후 8시께 백두산함이 부산 앞바다에서 북한군이 탄 것으로 추정되는 무장수송선과 맞닥뜨렸다. 백두산함이 국제 통용 수기 신호를 보냈으나 해당 선박에서는 아무런 응답을 하지 못했다. 100m 정도 근접해서야 북한의 무장수송선임을 파악했고, 국방부의 명령에 따라 사격에 나섰다.
“그때 20대 초반이었어. 어려서 처음에는 전쟁이 났다고 실감하기 어려웠지. 그런데 우리가 3인치 포탄과 기관총을 쏘자 북한도 응전하기 시작하면서 전투가 시작됐어. 근접사격을 하니 적함에 불이 나기 시작했지만, 다음 날 새벽이 돼서야 적함이 침몰했지. 우리도 적들이 쏜 탄환을 맞은 동료 4명이 부상당했어.”
최 옹은 백두산함의 첫 승전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날 이후에도 최 옹은 백두산함에 승선해 전쟁을 치렀다. 해전을 치르는 것은 물론, 인천 덕적도 영흥도 등에 상륙해 잠복해 있던 북한군을 무찌르기도 했다. 6·25전쟁의 양상을 뒤바꾼 1950년 9월 인천상륙작전에도 그가 탄 백두산함이 투입됐다. 당시 UN군 사령관이던 더글러스 맥아더의 주도로 진행된 이 작전에 참전해 인천 땅을 밟기도 했다.
“서해 섬에는 일부 승조원이 차출돼 상륙했는데, 전투 중에 동료가 사망하기도 했어.바로 앞에서 숨을 거두는 전우를 보면서 마음에 악만 남게 됐지. 전쟁을 치르며 보고 느낀 참상은 다 말하기 힘들어.”
만으로 구순을 앞둔 최 옹. 나이가 든 만큼 전장을 함께 헤쳐온 동료들이 세월을 이기지 못하는 모습을 보는 게 그에게 가장 애달픈 일이 됐다. 최 옹은 “이미 세상을 떠났거나 병상에 누워있는 동료가 많다. 이번 대한해협 전승기념식에 참석하는 참전용사도 2명뿐일 것 같다. 그래도 그때 나라를 지킨 전우들이 있어서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다는 건 영원히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해군은 26일 오후 1시30분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서 70주년을 맞은 대한해협해전 전승기념식을 연다. 대한해협해전 참전용사와 유족, 부산보훈청장, 주한미해군사령관 등이 참석한다. 이날 행사에서는 참전용사에 대한 경례와 함께 예포 21발이 발사된다. 백두산함 승조원과 유가족 소개, 대한해협해전 경과보고, 블랙이글스의 축하 비행, 의장 시범 순으로 진행된다. 기념식에 앞서 참전용사와 유족은 중구 중앙공원에 위치한 대한해협해전 전승비 헌화와 참배의 시간도 가진다.
김진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