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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낯 드러낸 부산 공공의료 <5> 시 조직 강화 필요

서울·대구 감염병 전담조직 키우는데, 부산시는 외주 준다

  • 김준용 기자
  •  |   입력 : 2020-06-28 20:13:01
  •  |   본지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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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학조사관도 없었던 부산시
- 지역 코로나 확진자 늘어나자
- 임기제공무원 3명 서둘러 위촉
- 4월말에야 정식 조사관 채용

- 공공보건·감염병관리 지원할
- 시민건강재단 설립 하세월
- 관련 담당 업무 맡은 두 조직
- 수년째 위탁운영 신세 못 면해

- 서울, 메르스때 이미 조직 독립
- 대구도 시민건강국 신설해 대응
- 부산도 조직 위상 강화 힘 실려

‘손, 발은 그대로인데 머리만 커졌다’.

최근 정부가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시킨다는 계획을 본 지역 의료계의 목소리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질병관리본부의 기능 확대와 독립성 강화에 반대하는 이는 없다. 그런데도 이런 불만이 나오는 이유는 정부 계획에 지역 의료·보건 조직의 확대는 빠져 있는 탓이다. 실제 코로나19 대응은 확진자가 발생한 지방정부의 몫이었다. 크게는 부산시와 같은 광역시·도 소속 직원부터 작게는 구·군 보건소 인력이 총동원됐다. 현재 질병관리청 승격 계획에 핵심이 빠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26일 부산공공성연대가 부산 연제구 국민연금공단 부산지사 6층 교육장에서 열린 ‘2020년 제1차 공공정책포럼’에 참석한 패널들이 부산지역의 공공의료 시설 확충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발언을 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역학조사관도 없어

부산에는 지난 4월 말까지 역학조사관이 없었다. 현행법에 따르면 광역시급 지자체는 역학조사관을 2명 둘 수 있다. 지난 2월 21일 부산에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을 때, 부산시에서 역학조사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이는 팀장급 인력 1명 뿐이었다. 해당 팀장도 역학조사관이 아닌 팀장으로 임용된 탓에 정식 역학조사관은 한 명도 없었던 셈이다. 시는 부랴부랴 건강정책과 직원 1명에게 역학조사관 역할을 임시로 맡겼다.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부산대병원이 운영하는 부산감염병관리지원단에서 3명을 임기제 공무원으로 위촉했다. 공무원만 역학조사관으로 활동할 수 있다. 시는 지난 4월 말에야 정식 역학조사관을 1명 채용했다.

시에 역학조사관이 없는 건 아니었다. 원래는 2명의 역학조사관이 있었는데, 2015년 메르스 등 감염병 사태를 겪으면서 잇따라 사직했다. 역학조사관은 접촉자 분류와 감염원 조사 등 감염병 정국의 야전사령관 역할을 맡는다. 부산시 조직이 감염병에 대응할 준비가 되지 않았던 셈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앞으로 5년마다 감염병 사태가 벌어진다고 하는데, 시가 얼마나 준비하고 있는지 돌이켜봐야 한다”며 “전쟁이 없다고 군인이 필요없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지원 조직은 ‘외주’ 중

부산시는 민선 7기 들어 시민 건강의 질을 높이기 위해 시민건강재단을 설립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현재 기약없이 중단된 상태다. 시민건강재단은 부산의 건강정책을 발굴·기획하고 중장기 의료·보건 전략을 세우는 역할을 맡을 예정이었다. 시는 시민건강재단을 경영지원실과 공공의료정책부, 시민건강혁신부, 도시건강 통합지원부로 구성하고, 기관장 1명을 포함해 25명의 인력을 투입한다는 계획도 세운 상태였다. 시민건강재단의 운영에는 1년에 25억 원가량의 예산이 들어갈 것으로 추정됐다. 시민건강재단은 편익분석에서도 1.05수준이 나와,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됐다.

문제는 부산에 출자·출연기관이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부산의 출자·출연기관은 25곳으로 서울보다 3곳 많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비판이 나온다. 시민 건강과 관련된 조직인데도 불구하고 다른 출자·출연기관과 동일선상에 놓고 보는 건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부산시의회 박민성(동래1) 의원은 “시민 건강을 위한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조직”이라며 “꼭 필요한 일을 하는 곳이니 설립이 추진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건강재단의 핵심은 부산시 건강정책 지원 조직인 부산공공보건의료지원단과 감염병관리지원단이다. 시민건강재단의 설립이 지지부진하다보니 여전히 두 조직은 위탁운영 신세를 면하지 못한 상태다. 부산공공의료지원단의 경우 2015년 설립된 이후 2년마다 부산의료원과 부산대병원이 번갈아가며 위탁운영 중이다. 부산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할 당시 역학조사 등에서 맹활약한 부산감염병관리지원단은 부산대병원이 위탁운영 중이다. 사실상 부산시의 역학조사 ‘외주’를 받은 셈이다.

부산의 시민사회 단체에서는 이미 2018년 12월 이러한 내용을 지적했다. 당시 시의 조직개편을 앞두고 사회복지연대는 ‘건강정책을 기획하고 중·장기적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여건이 필요하다’며 ‘전담부서를 설립하거나, 공공의료추진단(가칭)을 만들어야 한다’고 시에 요청했다. 하지만 당시 시는 건강정책과 내 공공의료정책팀을 신설하는 데 그쳤다. 사회복지연대 김경일 사무국장은 “부산은 시민 건강을 책임 질 수 있는 국 단위 조직을 가져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며 “시민건강재단 설립이 무산될 판인 현재, 최소한 공공보건의료지원단과 감염병관리지원단을 시가 직영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는 건강 ‘올인’

대구시는 부산과 달리 공공의료 기능 강화에 나섰다. 코로나19로 인해 극심한 피해를 입은 만큼, 공공의료의 중요성을 절감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구시는 최근 ‘시민건강국’ 신설을 중심으로 하는 민선 7기 후반기 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이번 개편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감염병 대응 역량을 높이고, 복지 사각지대를 최소화한다는 목표로 진행됐다. 대구시는 기존 보건복지국 내 ‘보건건강과’를 개편했다. 공공의료 기능을 강화한 ‘보건의료정책과’, 감염병 예방·관리·대응을 위한 ‘감염병 관리과’, 정신건강관리를 포함해 예방 중심 건강관리를 맡는 ‘건강증진과’ 등 3개과로 확대했다. 여기에 감염병 진단검사 역량을 높이기 위해 대구 보건환경연구원 보건연구부를 식의약연구부와 질병연구부로 분리했다. 각종 질병 조사와 감염병 진단검사 업무는 질병연구부가 맡도록 했다.

건강 분야를 뺀 복지 분야도 강화했다. 대구시는 기존 보건복지국은 사회복지를 전담하는 ‘복지국’으로 재편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빈곤층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희망복지과’를 신설하는 내용도 조직개편안에 담았다.

서울의 경우 이미 2015년부터 건강 관련 조직을 독립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서울시는 2015년 7월 1일 이전까지 ‘복지건강본부’라는 조직을 운영했다. 하지만 당시 메르스 사태 등으로 보건·건강 분야의 조직을 따로 운용해야 한다는 지적에 따라 ‘시민건강국’을 출범시켰다.

여기에 서울시는 2017년에 전국 최초의 ‘공공보건의료재단’을 만들었다. 이 재단은 시립병원과 보건소 등에 흩어져 있는 공공보건의료기관과 데이터를 수집해 정책을 개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시민 의료 이용 데이터, 시립병원·보건소 통계 등 빅데이터 분석과 공공보건의료계획, 지역보건의료계획 등의 업무도 맡았다. 김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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