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도시 개발로 일반고 학생 과밀
- 공립 장안고 패소 가능성 높아져
- 학교 측 항소땐 상황 달라질수도

고교 평준화를 거부하며 부산시와 소송전을 벌인 장안제일고가 1심에서 패소했다. 이에 따라 내년도 신입생 모집부터는 학교장 전형이 아닌 교육감 배정 방식(평준화)으로 신입생을 선발한다.

부산지법 행정1부(박민수 부장검사)는 장안제일고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흥진학숙이 부산시교육감을 상대로 낸 입학전형방법 변경 알림 처분 취소 행정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고 9일 판결했다. 부산시교육청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장안제일고와 장안고가 있는 기장군 장안읍은 접근성이 떨어지는 등 지리적 여건이 열악해 그간 고교 평준화 예외지역으로 분류돼 학교장 전형 방식으로 신입생을 선발해왔다. 추첨으로 신입생을 정하는 교육감 배정 방식과 달리 학교장 권한으로 학생을 선발할 수 있게 되면서 성적 우수생을 선점하는 사실상 ‘특목고(특수목적고)’로 꼽혔다.

그러나 최근 일광신도시가 개발되는 등 정관 일광 장안 등지에 대규모 주택단지가 들어서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접근성이 크게 개선되고, 기장지역 학생 수가 급증했다. 실제로 장안제일고와 장안고를 제외한 나머지 기장지역 3개 일반고는 한 반 학생이 29, 30명 수준으로, 부산 고교 평균 학생 수(23명)를 크게 넘어설 정도로 과밀이다.

이에 시교육청은 2011년부터 신입생 선발 방식을 교육감 배정으로 변경하는 작업에 착수, 2021학년도 입학생부터 교육감 배정 방식으로 변경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올해 초 소송을 제기했다. 사립인 장안제일고와 달리 공립인 장안고는 학부모 등이 주축이 돼 같은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장안고 관련 판결은 오는 24일 선고된다. 그러나 이번 판결로 장안고가 제기한 소송 역시 학교 측의 패소 가능성이 커졌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기장지역 학생 수가 급증하는데 바로 옆에 학교를 두고 해운대까지 가라고 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주변 상황이 달라진 만큼 교육감 배정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우리의 주장이 법원에서도 받아들여진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우선 장안제일고는 2021학년도부터 다른 일반고와 마찬가지로 교육감 전형 방식으로 학생을 선발하게 된다. 장안제일고와 장안고가 신입생의 50~55%를 기장 외 지역 학생들로 채운 것을 고려하면 기장지역 학생 선발인원은 올해보다 두 배가량 늘어나 이 일대 고교의 과밀학급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될 전망이다. 장안제일고 1학년은 5개 학급, 장안고는 4개 학급이다. 그러나 학교 측이 항소하고, 2심에서 다른 판결이 나온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장안제일고 관계자는 “이번 판결에 아쉬운 부분이 많다. 항소 등 추후 대응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하송이 기자 songya@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