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흡기질환 산재 인정 수월해져
폐암으로 숨진 부산교통공사 기관사를 두고 근로복지공단이 부산 지하철 노동자로서는 처음으로 ‘추정의 원칙’을 적용해 산업재해 판정을 내렸다.
부산지하철노조는 지난해 7월 50대 기관사 A 씨 사망에 대해 근로복지공단 질병판정위원회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했다고 13일 밝혔다. 부산교통공사에서는 1990년 12월 열차 사고로 숨진 시설관리소 토목직원의 산재 인정 이래 A 씨를 포함해 현재까지 8명이 산재 사망 인정을 받았다.
이 중 A 씨는 추정의 원칙에 근거해 산재를 인정받은 첫 사례다. 1994년 3월 입사한 A 씨는 기관사로 근무하던 2018년 1월 왼쪽 어깨와 팔에 통증이 있어 부산대병원을 찾았다. 암 관련 직계가족력이 없었던 A 씨는 3개월 뒤인 2018년 4월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폐암이 발병해 척추로 전이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교통공사 기관사로 근무한 지 24년1개월 만이다. A 씨는 투병 끝에 지난해 7월 숨졌다.
A 씨 가족과 노조는 폐암 발병이 기관사의 업무 특성과 관련성이 높다고 보고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판정을 신청했다. 노조는 1992년 부산시보건환경연구원이 부산 도시철도 역사의 퇴적분진을 분석한 자료를 비롯, A 씨 입사를 전후로 진행된 도시철도 석면 공사와 역사 내 총 부유 먼지량 등 조사자료를 근거로 제시했다. 진단 이후 경과가 담긴 A 씨 의무기록도 제출됐다. 노조 이동훈 노동안전부장은 “특히 1990년대 중반 집중된 지하상가 리모델링 마감재로 석면이 다량 사용됐다. 당시는 석면에 대한 아무런 조처가 없던 시절”이라며 “이 밖에도 부산 도시철도에는 디젤 매연과 결정형유리규산 등 유입이 많고, 기관사가 일하는 객실 내부의 분진 등 공기질이 좋지 않다는 점을 규명하기 위해 자료를 모아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이 자료를 토대로 역학조사가 필요하다고 신청했지만, 결과는 다소 싱겁게 났다. 공단 측은 그간 산재가 인정된 서울 등지의 기관사 사례에 비춰 A 씨가 석면 등 폐암 유발 물질에 상당 기간 노출됐다고 추정되고, 별도의 역학조사 없이도 판단이 가능하다며 지난달 15일 A 씨 산재를 인정했다. 추정의 원칙 적용에 대해 이 부장은 “폐암 등 호흡기질환이 생길 경우 산재 인정을 비교적 수월하게 받을 길이 열린 것”이라며 “노조원 말고도 협력업체 등 관련 종사자가 많다. 교통공사가 이번 판정의 의미를 알리고, 관련자 검진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