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부산 서구 남부민동 산복도로 주택가. 지난 13일 새벽 1시24분께 쏟아진 폭우로 붕괴된 주택 건물이 계속되는 비에도 제대로 복구되지 않은 채 비닐에 덮여 있다. 사이사이 보이는 널브러진 건축자재와 폐가구만이 이곳에 집이 있었음을 짐작케 한다. 1985년 9월 준공된 이 건물(연면적 42㎡)은 오래전부터 빈집으로 방치돼 다행히 붕괴로 인한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곳 주위로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자칫 옆 건물까지 무너지는 게 아닌가 이웃주민을 불안하게 한다. 경사진 산길을 중심으로 집이 모인 탓에 한 곳이 붕괴되면 아래 집까지 충분히 연쇄 참사가 일어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옆집에 사는 전순득(64) 씨는 “밤중에 갑자기 집이 무너지는 소리가 나 깜짝 놀랐다. 가스가 새는 냄새도 나 밤새 한숨도 못 잤다”며 “우린 여름만 되면 태풍이나 폭우 소식이 제일 두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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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오후 부산 서구 남부민동 산복도로의 한 무허가 주택이 지난 13일 새벽 내린 집중호우에 붕괴, 방치된 모습을 한 주민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
부산 곳곳에 있는 무허가 건축물이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인명사고 우려를 높인다. 폭우와 산사태 등 재해에 취약하지만 제대로 된 안전관리 기준이 없어 특히 장마철에는 ‘시한폭탄’이 된다.
무허가 건축물은 말 그대로 지자체 허가 대상이 아니어서 건축물대장에 등록되지 않는다.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6개 구·군에 총 3374개의 무허가 건축물이 있다. 강서구가 771개로 가장 많고, 서구가 66개로 가장 적다. 한국전쟁 당시 많이 지어져 주로 원도심 산복도로의 좁은 골목을 중심으로 밀집돼 대형사고 위험을 높인다.
문제는 안전관리가 어려워 사실상 방치된다는 점이다. 무허가 건축물이어서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지침만 있을 뿐, 지자체와 소방의 안전관리 단속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서구 관계자는 “구가 할 수 있는 일은 관내 건축물 점검 때 위험요소를 발견해서 조처하거나, 사고 발생 이후 주민에게 안전에 유의하라고 알리는 정도”라고 말했다.
결국 안전관리 책임은 무허가 건축물의 소유주 몫이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작은 개·보수 정도는 할 수 있으나 건물 내구성 강화를 위한 증축 등은 단속 대상에 포함돼 적발된다. 안전한 건물로 고칠 수도 없는 셈이다. 무허가 건축물 단속이나 이행강제금 부과 규정도 구·군마다 제각각이다. 영도구와 기장군은 서울시 건축조례를 준용해 1981년 12월 31일 이전에 지어진 건물은 기존 무허가 건축물로 분류해 단속하지 않는다. 나머지 구는 모든 무허가 건축물에 이행강제금을 물린다. 서구는 1992년 이전 건축물에 대해서는 이행강제금의 80%를 감면하지만, 다른 구는 사정이 다르다. 부산시 관계자는 “무허가 건물은 건축물대장에 등록돼 있지 않아 별도의 안전정비나 관리사업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