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가슴(orgasm)의 어원은 유기체를 뜻하는 영어인 오르가니즘(organism)이 아니라 그리스어인 오르가스무스(orgasmus)다.

단순 상대적 희열을 넘는 최고 절대적 법열.

감정이 최고 절정으로 치밀어 오르는 상태다. 연극이나 소설의 전개에서 최절정으로 치달은 클라이맥스(climax)와 뜻이 비슷하다. 엇비슷한 낱말로 엑스타시(ecstasy)도 있다. 감정이 최절정으로 고조되어 자신을 잊고 도취되는 황홀감이다.

이들 단어는 희열(喜悅) 쾌락(快樂) 열락(悅樂) 향락(享樂) 등과 비슷한 맥락에 있다.

프랑스어 주이상스(jouissance)도 그렇다. 라캉과 같은 프랑스 철학자들은 인조이먼트(enjoyment)나 플레저(pleasure)와 결이 다른 주이상스에 대해 몹시도 난해한 해석을 한다.

사변적 성향이 유난히 강한 프랑스인답다. 자신을 고통 속으로 몰고 가며 느끼는 희열이 주이상스라는데 순진한 필자는 잘 모르겠다.

고차원적 공론처럼 다가오는 주이상스 등의 희열과 달리 법열이라고 하면 단어 자체 만으로 금방 그 뜻이 와닿는다. 깨달음 깨우침 깨짐 깨침을 통한 최고의 기쁨이 아닐까?

단지 오르가슴 엑스타시 클라이맥스와 같은 감정적 희열이 아니다. 주이상스와 같은 고통 속 희열도 아니다. 아르키메데스가 외치던 유레카적 기쁨을 넘는 깨달음의 기쁨이 법열이다. 고다마 싯다르타가 고행을 끝내고 연기의 법(法)을 깨달아 부처가 되었을 때 얻은 기쁨(悅)이 법열이다.

법열은 참 진리를 깨달은 자가 느끼는 최고 최상 최대의 절대적 참 기쁨이다.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