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도 단독 재판부 71% 배당
- “사건 가볍게 여겨 처벌 소극적”
2016년 5월 서울 구의역 김 군(당시 19), 2018년 12월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당시 24) 씨 사건으로 높아진 경각심에 견줘 검찰과 법원은 산업재해(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수사와 책임자 처벌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4일 검찰청 범죄분석통계 부산지검 범죄자 처분 결과를 보면 2014~2018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피고인 2623명 가운데 기소된 이들은 2149명(81.9%)이다. 그러나 기소된 2149명 중 1959명(91.2%)은 공판 없이 수사 기록만으로 재판하는 약식기소에 그쳤다. 약식기소는 징역형이나 금고형이 아닌 벌금형을 전제로 한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치사) 사건 양형 기준은 징역 6월~1년 6월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이 산재 사건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산재를 전문으로 담당하는 조애진 변호사는 “산재 사건 처리에 관한 검찰 내부의 구체적 자료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검찰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을 중요한 사건으로 보지 않는다”며 “금융 범죄 등을 처리하는 게 검사 실적에 도움이 돼 산안법 위반 사건은 사소하게 여긴다”고 꼬집었다.
법원 역시 적극적이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국제신문이 분석한 81건의 산재 판결 중 항소심을 제외한 74건 가운데 53건(71.6%)이 단독 재판부에 배당됐다. 3명의 판사가 참여하는 합의부와 달리 단독 재판부 사건은 상대적으로 ‘가볍다’고 인식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부산지부 안상배 사무국장은 “산재를 줄여야 한다는 시민 공감대는 충분히 형성됐지만, 검찰과 법원은 이런 공감대와 동떨어져 있다”며 “지금과 같은 태도로는 산재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두 기관의 태도 변화를 위해 먼저 관련 법의 처벌 기준을 대폭 올려야 한다”고 했다.
학계에서는 검찰과 법원이 산재를 바라보는 시각부터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낸다.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권혁 교수는 “두 기관이 산재에 소극적인 이유는 단순 사고로 보는 탓이다. 즉, 사업주가 노동자를 다치게 할 의도가 없었음을 미리 전제하는 것”이라며 “사고로 치부하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산재를 정확히 바라볼 수 있다. 검찰과 법원이 노동인지 감수성을 길러야 산재 사건을 제대로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동우 기자 guardia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