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여 년간 월급 의사로 일하다
- 더 나은 진료 위해 지난해 개업
- 유족 “반복된 흉기 난동에 희생”
지난 5일 부산 북구 A정신병원 김모(61·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원장은 퇴원 권고에 불만을 품고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맞아 끝내 숨을 거뒀다. 동래구에 마련된 김 씨의 빈소에는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 등 각계각층에서 보낸 조화가 자리했고, 김 씨의 명복을 빌고자 6일 오전부터 조문객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졌다.
경북 영천 출신으로 초등학교 1학년 때 부산으로 와 동인고를 졸업한 김 원장은 부산대 의대를 졸업한 뒤 약 26년 동안 정신과 의사로 일했다. 지난해 4월 북구 화명동에 병원을 개업하기 전까지는 부산뿐 아니라 경북 영천, 경주, 대구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정신과 의사로서 환자를 돌봐왔다. 유족인 김 씨의 동생은 “오랜 시간 월급쟁이 의사로 일한 오빠가 개업을 결정한 건 자신이 돌보는 환자에게 최상의 진료를 제공하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정신과라는 불안감으로 주민이 민원을 넣는 바람에 북구가 개업 신고를 받아들이지 않자 김 원장은 2년 소송 끝에 겨우 개업했다. 개원 후 김 원장은 오로지 환자에 매진했다. 명절 연휴가 시작될 때면 입원환자를 승용차로 태워 집까지 데려다줬으며, 연휴가 끝나고서는 직접 차로 실어왔다. 동아대병원에서 후학을 양성하는 일에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이런 연유로 5일 빈소를 찾은 동아대 출신 정신과 의사 동료들은 유족에게 고인과의 인연을 설명하며 오열했다. 과거 고인과 같은 병원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는 한 지인은 “그냥 오더만 내리는 게 아니라 폐쇄병동 안까지 들어가 환자를 직접 살필 정도로 열정이 대단했다. 진정한 명의셨다”고 기억했다.
환자, 병원 의료진, 가족에는 지원을 아끼지 않았지만 정작 본인은 검소한 삶을 살았다. 동생은 “오빠는 조카들을 모두 공부시켰다. 주변 사람에게는 ‘부자 의사’였지만, 적은 돈이라도 아끼기 위해 걸어 다니고 때로는 끼니를 거를 만큼 정작 본인은 ‘거지 의사’였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동생 증언에 따르면 20여 년간 정신과 의사로 살아온 김 원장이 환자로부터 흉기 난동을 당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 다른 병원에서 일할 때도 흉기를 들고 진료실로 찾아온 환자의 위협을 받았다. 유족은 이번 일을 계기로 정부 차원의 실질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임동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