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료실 비상벨 설치와 보안인력
- 대형병원에만 비용 정부 지원
- 작은 의원은 자비 부담해야 돼
- 대다수 여력 없어 안전 포기
- ‘임세원법’ 사각지대 보완 절실
부산 북구 한 병원 진료실에서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정신과 의사가 사망하는 사고(국제신문 지난 5일 자 6면 보도)가 일어난 가운데, 지난해 일명 ‘임세원법’ 통과로 정신건강의학과(정신과) 의료진에 대한 보호 조치가 강화됐지만 병원 규모에 따라 법 적용 여부가 달라져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동시에 이번 사건이 정신질환자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분위기로 번져서는 안 된다고 전문의들은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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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오후 부산지역 한 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실 로비에서 보안요원들이 보안과 관련한 여러 상황을 체크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
6일 부산 A대학병원 정신과. 진료실 로비 가운데 보안요원 1명이 상주하며 혹여 발생할지 모를 사태에 대비하고 있었다. 하루 전 정신과 전문병원에서 전문의가 환자에게 흉기로 찔러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 후 더욱 경계하는 가운데 전문의들은 여느 때처럼 환자를 진료했다. 진료실 의료진 책상 밑에는 비상벨이 설치돼, 이를 누르면 보안요원이 즉각 현장에 출동할 수 있는 체계다. B대학병원은 의료진이 요청하면 보안요원이 진료실을 직접 지킨다. 반면 중소 규모의 정신과의원은 상황이 달랐다. 전문의 1명이 근무하는 이곳은 보안인력이나 비상벨을 찾아볼 수 없었다. 사설경비업체와 연계된 장비를 갖춰놨지만 대학병원처럼 비상벨 하나로 보안인력이 곧장 투입될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사실상 보안 시스템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이 같은 차이는 ‘임세원법’이 대형병원에만 보안장비 설치를 의무화했기 때문이다. 지난 4월부터 공포된 의료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100개 이상의 병실을 갖춘 병원·정신병원 또는 종합병원은 보안인력을 1명 이상 배치하고 경찰과 연계되는 비상벨을 설치해야 한다. 이때 일정 부분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반면 규모가 작은 의료기관은 의무화 대상이 아니므로 필요시 비용을 모두 자체적으로 부담해야 해 현실적으로 보안장비나 인력을 두기 어렵다. 부산의 한 소규모 정신병원장은 “부끄럽지만 진료실에 후춧가루 스프레이를 두고 있다. 불안감을 덜고 만약의 경우에 대비하는 것”이라며 “이번과 같은 일이 반복되면 개인병원은 가벼운 정도의 우울·불면증 환자만 진료하고, 증세가 심하면 상급병원으로 환자를 보내는 방어적 진료를 할 수밖에 없다.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중소 규모의 의료기관에도 보안인력과 장비를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 의사회는 “의료기관 내 보안인력과 장비 배치를 지원하지 못한 결과 의사가 환자에게 살해당하는 똑같은 비극이 일어나고 말았다”며 “국민이 편안히 진료받을 수 있도록 강력한 공권력을 발휘해달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번 사건이 정신질환자를 음지로 내모는 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부산의 한 대학병원 정신과 전문의는 “보안요원 배치 후 자신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것 같다고 호소하는 환자가 많다”며 “이번 사건까지 더해져 이들이 낙인찍히는 일이 없어야 한다. 이와 같은 편견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게 하고, 또 다른 범죄를 유발할 수 있다”고 염려했다.
한편 부산지검 서부지청은 지난 5일 북구 한 정신병원에서 의사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뒤 인화물질을 몸에 뿌리고 난동을 벌인 혐의를 받는 60대 남성의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김민주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