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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475> 우륵과 미륵:우륵처럼 오실 미륵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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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20-08-06 19:30:27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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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이나 륵이라는 글자가 들어간 우리말은 몇 안 된다. 도무지 어원을 알 수 없는 늑대, 갈비뼈 늑인 늑골(肋骨) 늑막(肋膜), 삼국지 고사성어인 계륵(鷄肋), 인명인 우륵과 미륵 부처님밖에 없다. 이 중에서 우륵과 미륵은 왠지 연결되는 부분이 있을지 모른다.

우륵처럼 연주하며 오실 듯한 미륵.
우륵(于勒)은 6세기 가야-신라인이다. 가야의 가야금 악사였는데 신라로 귀순했다. 망한 나라인 가야의 음악을 취할 수 없다고 신라의 신하들이 고하자 진흥왕은 한 마디로 일축했다. “음악에 무슨 죄가 있겠는가?” 왕답게 그릇이 컸다. 우륵과 똑같은 륵을 쓰는 미륵(彌勒)은 산스크리트어로 자비로운 이인 마이트레야를 한자로 음역한 낱말이다. 의역하자면 자씨(慈氏)다. 비구니였단다. 고타마 부처님으로부터 부처가 되리라는 예언을 받고 도솔천에 계신단다. 음악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미륵경에 의하면 부처님 열반 뒤 5,670,000,000년이 지나면 미륵불이 되어 이승인 사바세계에 불쌍한 중생을 구원하러 내려오신단다. 메시아와 같은 구원신앙인 미륵신앙은 힘든 민초의 삶 속에 스며들었다. 전국에 돌부처 미륵불이 있는 까닭이다.

우주 역사 138억 년, 지구역사 46억 년, 생명역사 40억 년, 인간 역사 20만 년인데 56억 7000만 년 지나 오신다니? 오지(來) 않는(未) 미래가 아니라 당장 내일(來日)이라도 온다는 반어적 수사가 아닐까? 미륵께서 조만간 오신다면 우륵의 말처럼 즐겁되 방탕스럽지 않고 슬프되 비탄스럽지 않은(樂而不流 哀而不悲) 음악을 연주하며 우아하게 오실 듯싶다. 미륵불을 자처했던 후고구려 궁예처럼 억지스러운 관심법(觀心法) 운운하며 요란하게 설치지는 않을 것 같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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