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어디에나 이야기가 있다. 수천 년 전에 시작되어 전해지는 이야기도 있고, 이제 막 쓰이기 시작하는 스토리도 있다. 왜? 지각되는 세상 만물은 모두 이름을 갖고 있다. 원래 있었거나 스스로 그리 칭한 것이 아니라 기억하려는 누군가가 붙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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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사천에 위치한 국내 항공산업의 메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우리 기술로, 세계에서 11번째로 자체 개발한 수리온 헬기. 한국항공우주산업 제공 |
이야기는 아주 길게 쓰인 이름일 수 있다, 그만큼 오래 간직하기 위해서다. 그건 또 왜? 기이하거나 아름답거나 슬프거나, 그러나 결국은 감동과 교훈으로 자부심이 되기 때문이다. 스토리텔링이니, 조금 속되게는 사람들을 불러들일 수 있는 유인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모든 이야기가 영원히 전해지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아름답고 감동적이라도 주인이 소홀히 하거나 잊어버리면 수천 년 세월도 한순간 물거품이 된다. ‘별주부전’의 고향이 사천이라는 것은 과문한 탓이기는 하지만 놀라웠다. 죽방렴을 눈으로 보고는 당장 삼천포시장에 들려 죽방멸치를 샀다. 어디서나 보는 낙조이지만 실안에서는 카페 등 상업시설보다 이야기를 먼저 만들고 싶었다. 한 품에 안길 듯 아담한 남일대, 평생의 별장으로 삼고 싶다. 어찌 이 아름다운 보석들을 이리도….
사천이 한국 항공산업의 메카임은 누구나 들어서 안다. 현장은 방위산업시설이지만 인근에는 항공우주박물관이 마련돼 있다. 기록으로만 전하는 ‘비차(飛車)’ 모형을 본 뒤 각산에 오르니 케이블카만으로는 양이 안 차 신선이 되었다는 최치원을 빌어 하늘을 날며 옥빛 바다와 보석 섬들을 가슴에 담는 꿈을 꿔봤다. 여기에 풍수라도 들먹여 사천은 애초부터 하늘을 나는 땅으로 점지되어 있었다는 억지라도 부리고 싶었다.
여행은 ‘쉼’과 ‘꿈’을 찾아나서는, 꽤 많은 비용까지 감수해야 하는 의식적 선택이다. 현상(現狀)을 보면 고개는 끄덕이지만 꿈까지 품기에는 역부족이다. 스토리텔링이 필요한 대목이고, 그 활성화를 위해서는 관(官)의 의식전환이 있어야 한다. 어디서든 삶의 터전은 고단한 현장이다. 다시 찾아가는 어딘가가 되면 그곳은 ‘지방’이 아니라 또 다른 ‘중심’이 되는 것이다.
김정현 객원논설위원·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