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경남지역에 내린 최고 450㎜의 집중호우로 영호남 화합의 상징인 하동군 화개장터가 32년 만에 완전 침수되고, 창녕군의 한 마을은 새벽에 낙동강물이 덮치면서 주민이 잠이 덜 깬 채 대피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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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우가 내린 지난 8일 오후 경남 하동군 화개장터가 건물의 지붕만 보일 정도로 물에 잠겨 있다. 오른쪽 사진은 9일 제방 유실로 침수된 창녕군 이방면 일대. 연합뉴스·창녕군 제공 |
섬진강 지류 화개천의 범람으로 물에 잠긴 지 하루 만인 9일 모습을 드러낸 화개장터는 마치 폭격을 맞은 듯 처참했다. 상가 120동과 주변 상가 등 300여 개 건물은 흙탕물로 얼룩지고 곳곳이 진흙으로 질퍽거렸다. 상가 앞에는 떠내려가다 걸린 잡초 등 쓰레기 더미와 널브러진 LP 가스통 등이 나뒹굴었다.
화개장터에서 늘푸른 농원을 운영하며 약초와 농특산물을 판매해온 최차례(여·54) 씨는 “가게에 있던 2000만 원 상당의 약초가 물에 떠내려가거나 침수로 못쓰게 됐다. 뚜껑이 닫혀 있던 꿀과 엑기스 10여 병만 겨우 건졌다”며 망연자실해 했다. 대청마루 식당을 운영하는 손석태(66) 씨는 “갑자기 불어난 물에 가게 내 물건을 챙길 여유도 없이 몸만 빠져나왔다”며 울먹였다
면사무소 파출소 등 공공기관과 농협 등 금융기관도 피해를 입었다. 화개악양농협 임종갑(56) 조합장은 “화개장터에 있는 ATM기와 본점 전산실 침수로 여·수신을 할 수 없는 상태”라며 “당분간 악양지점을 이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하동군 공무원과 자원봉사자 등 1200여 명과 장비가 현장에 투입돼 복구에 나섰다. 김경수 경남지사는 현장을 방문해 하동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달라고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주민 여러분. 낙동강 제방이 무너져 마을에 물이 찰 것 같습니다. 대피 준비 하십시오.” 9일 새벽 4시50분께 경남 창녕군 장천리 구학마을 이장의 다급한 방송이 마을 스피커를 타고 주민의 단잠을 깨웠다. 주민은 제대로 소지품도 챙길 겨를도 없이 잠옷 바람으로 집을 나섰다. 흙탕물을 피해 지대가 높은 곳으로 총총 걸음으로 이동했으며, 어르신들은 승용차를 타고 마을 밖으로 빠져나왔다.
이날 새벽 2시께 창녕군 이방면 장천배수장 지점의 낙동강 본류 둑이 30~40m 가량 붕괴돼 인근 마을을 덮쳤다. 구학마을 주민과 죽전마을 주민 150여 명은 근처 이방초등학교로 대피해 마을에 물이 빠지기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구학마을 주민 A(75) 씨는 “지금까지 살면서 둑에서 물이 샌 적은 있었어도 터진 것은 처음이다”면서 혀를 내둘렀다.
비는 그쳤지만 마을에는 계속 물이 차면서 이들 마을 인근 도로는 모두 침수돼 통행이 불가능한 상태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보트를 이용해 도움이 필요한 주민을 파악해 구조에 나서고 있으며, 물이 더 이상 유입되지 않도록 토사를 이용해 1차 저지선을 구축했다.
한편 지난 1일 이후 계속된 집중호우로 전국적으로 42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이재민은 6000명에 달했고, 농경지 9300여㏊가 침수됐다.
김인수 이종호 기자 is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