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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476> 도리천과 도솔천: 수미산 위 하늘

  • 박기철 경성대 교수
  •  |   입력 : 2020-08-13 19:37:22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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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홍황(宇宙洪荒)! 천자문 두 번째 문장이다. 공간의 집 우(宇)와 시간의 집 주(宙)는 끝 없고 거칠다는 뜻이다. 이 우주가 어떻게 생겼는지 고대 그리스와 중국에서는 기원전부터 탐구했다. 고대 인도에서는 그런 천문학을 뛰어넘는 무지막지한 스케일의 우주학을 생각해냈다. 산스크리트어를 음역한 단어인 도리천과 도솔천은 그런 불교 우주론의 일환이다.

   
수미산 위 도리천-도솔천.
불교에서 생각하는 우주 모형은 원형적이기보다 계층적이다. 밑에서부터 풍륜-수륜-금륜이라는 거대한 바퀴가 수미산(須彌山)을 받치고 있다. 주변에 산맥 바다 대륙이 퍼져 있다. 여기에 지옥 아귀 축생 아수라 인간세상이 있다. 그 위로 여섯 개 하늘이 쌓여 있다.

맨 아래는 사천왕들이 지키는 ①사천왕천이다. 수미산 정상에 제석천이 다스리는 ②도리천(忉利天), 수미산 정상 위로 ③야마천, 그 위에 미륵보살이 사는 정토인 ④도솔천(兜率天), 그 위로 ⑤낙변화천, ⑥타화자재천이 있다. 이 육욕천(六欲天)까지가 욕계(欲界)다. 식욕 음욕 물욕 권력욕 등 욕망이 움직이는 세계다. 그 위로 색계(色界)는 욕망이 없고 물질만 있는 세계다. 그 위로 무색계는 욕망도 물질도 없고 관념만 남은 세계다. 인류가 이룩한 고도의 최첨단 추상철학이 펼쳐지는 곳이다.

욕계-색계-무색계인 3계는 수미산을 중심으로 하는 1 수미세계다. 한 생명체 안에 깃든 1 정신세계이기도 하다. 불교에서는 우주 전체에 10조 개 수미세계가 있다는데 내 안의 1 정신세계는 어느 수미세계까지 다다를 수 있을까? 인간 세상과 같은 욕계에 속했다고 감히 도리천이나 도솔천에 오르려다 쫓겨날 듯하다. 그 아래 사천왕천을 지키는 사천왕한테 된통 호되게 야단맞고 나서.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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