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기 말리고 비품 수리에 비지땀
- 습도 때문 전기도 함부로 못 켜
- 침수쓰레기 처리 못해 피해 우려
경남 하동군 화개장터는 수해 발생 열흘째인 18일에도 한마디로 난장판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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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 경남 하동군 화개장터 내 천연염색 가게에서 주인 양미순 씨와 두 딸이 침수 피해로 구겨진 옷가지를 다림질하고 있다. 이완용 기자 |
응급복구가 끝나 자원봉사자는 모두 철수한 상태로, 상가마다 물에 젖은 집기를 말리거나 망가진 비품을 수리하느라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상인과 하동군은 “장터 상가가 문을 열기까지는 보름 정도 더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찾은 화개장터 100여 개의 점포 가운데는 쓸만한 물건을 하나라도 건지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곳도 있었지만, 대부분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가게 문을 연 상인은 젖은 상품이나 집기류를 씻어 말리고 있었고, 일부에서는 황토로 만든 벽이 물을 많이 머금어 선풍기를 켜 놓고 습기를 제거하느라 비지땀을 흘리기도 했다. 상인들은 전기선에 남아 있는 습기 때문에 화재라도 발생하면 어쩌나 싶어 전기도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했다. 그나마 며칠 전부터 날씨가 맑고 기온이 높아 물기가 마르는 시간이 짧아졌다는 게 위안이다.
찻집을 운영하는 염경화(여·63) 씨는 “냉장고와 믹서기 등의 전기제품은 전원 스위치도 넣어보지 못했고, 그릇과 음료 용기는 씻어 말리거나 폐기하고 있다”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손봐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약초를 취급하는 박금자(여·60) 씨는 “수천만 원이나 하는 물건이 하루아침에 물에 잠겨 어떻게 재기해야 할지 막막하다”며 “약초는 봄이건 가을이건 일 년에 한 번만 생산되는 특성이 있어 영업을 재개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가스판매업을 하는 한 상인은 “사업장에는 직접적인 피해가 없지만 화개장터 내 점포에 설치한 가스탱크가 유실돼 수천만 원의 피해를 입었다”며 “걱정이 태산이다”고 덧붙였다.
천연염색 전문숍을 운영하는 양미순(여·49) 씨는 “한 개에 4만~5만 원 하는 모자나 스카프는 상품성을 잃어버렸고, 창고에 보관하거나 점포에 전시하던 옷도 황토물이 들어 못 팔게 됐다”고 울먹였다. 양 씨 가게에서는 고교생과 중학생인 두 딸이 물건 하나라도 더 건지기 위해 구겨진 옷가지를 다림질하고 있었다.
이날 화개장터 인근 섬진강변에는 해병대 장병 120여 명이 파견돼 나뭇가지에 걸린 쓰레기를 치우고, 망가진 산책로 응급복구 작업을 실시했다. 그러나 침수피해로 발생한 쓰레기 2000여 t을 수거해 섬진강변에 야적해도 이를 제때 처리하지 못해 악취와 벌레 발생 등 2차 피해가 우려됐다.
김종영 화개면장은 “영호남 화해의 상징인 화개장터가 세계적인 명성을 되찾을 수 있도록 완전 복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완용 기자 wy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