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193건 중 이행 20건 불과
- 행정대집행 전무… 구청도 방관
부산지역 산복도로의 노후화한 주택이 최근 폭우로 붕괴 위험에 직면했다는 지적(국제신문 지난 12일 자 1면 보도)이 나왔지만 정작 주민은 경제적 여건 등을 이유로 안전조처를 이행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부산 원도심(중·동·서·영도구) 4개 구에 따르면 지난해 주민에게 주택 등의 안전조처 이행을 권고한 건수는 193건이지만 이 가운데 실제 안전조처된 경우는 20건에 불과했다. 구체적으로 동구는 이행 권고 건수 151건 중 35건이 조치됐지만 서구는 권고 34건 중 1건도 이행되지 않았다. 중구는 권고 1건이 이행되지 않았고, 영도구는 7건 중 5건이 조치됐다. 미이행 건수가 많은 동구와 서구에서는 실제로 지난달과 이달 초 내린 폭우에 주택이 붕괴되는 사고가 났다.
지자체는 긴급안전점검을 거쳐 재난 위험이 높은 주택 등의 소유자에게 안전조처 이행을 권고한다. 하지만 산복도로 주택은 무허가 건물이 많아 대대적인 보수 및 보강이 쉽지 않다. 더구나 이 지역 주택 소유자의 경제적 상황을 감안할 때 정밀안전진단 등에 들어가는 비용이 부담으로 작용하는 실정이다. 정밀안전진단 비용은 소규모 옹벽의 경우 ㎡당 약 3만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자체가 행정대집행을 통해 안전조처를 시행한 뒤 소유자에게 비용을 청구할 수 있지만 실제 이뤄지는 경우는 전무하다. 동구 한 주민은 “하루 먹고살기도 바쁘다. 설령 안전진단을 받았는데 큰 이상 없으면 그 비용만 날리는 것 아니냐”며 “폭우나 태풍에 안 무너지길 바라면서 사는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동구의회 이상욱 의원은 “산복도로 주민은 자신의 생명을 운에 맡긴 채 사는 것과 다름없다”라며 “재난 관리 책임은 1차적으로 소유자가 지므로 취약계층 외 일반 소유자에게 안전진단 비용을 지원하는 것은 상위법 위반 소지가 있어 다른 대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구는 최근 주택 붕괴 이후 경각심을 높이고자 안전조처 이행 권고문에 ‘이행하지 않아 추후 구조물 붕괴 등 재난이 발생하면 막대한 복구 비용이 들 수 있다’는 문구를 넣었다. 미래통합당 안병길(서·동구) 의원은 “산복도로 주택 등 건축물은 붕괴 위험이 높은 만큼 전체적으로 안전진단을 실시해 위험한 곳의 보수 보강이 시급하다. 관련법을 검토해 해결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이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