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틈새’란
- 부산시민으로서 가지는 자부심과
- 거주하는 구·군에서 느끼는 소속감
- 지역·연령에 따라 수치화한 지표
- 벌이 비슷해도 거주지·환경 따라 격차
# 격차가 만든 틈새
- 해운대구 10대 “우리동네 자랑스러워”
- 마음의 틈새 가장 덜 느끼는 상위 1위
- 높은 정주의사 보인 영도구 60대 2위
- 사하구 20·30대, 동구 40대 하위권
눈에 보이는, 직접 경험하는 격차는 마음의 병을 낳는다. 내 삶이 이웃사촌, 옆 동네 친구, 다른 도시민이 누리는 삶과 얼마나 차이 나는지 상상하는 데서 격차는 확장한다. 이런 ‘마음의 틈새’는 내가 사는 도시와 마을을 향한 ‘자부심’ ‘정체성’으로 표출된다. 소득의 차이 정도로 설명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벌이가 비슷해도 어디에서, 어떤 환경에서 사는지에 따라 부산시민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울 수도, 부끄러울 수도 있다.
마음의 틈새는 ‘동서 격차’로 상징돼온 전통적 개념에만 묶이지 않는다. 큰 틀에서 동부산이라 불리는 해수동(해운대·수영·동래구)과 부산진구를 엮어 나머지 지역과 나누기도 하고, 극단적으로는 해운대구와 다른 15개 구·군을 ‘1 대 15’로 찢어놓는다. 서부산과 원도심 내에서도 시민의 느낌은 저마다 다르다. 그리고 이 같은 마음의 틈새는 지난 26, 27일 국제신문과 부산시의회 ‘격차 낮추는 모임’이 함께 시행한 ‘격은 높이고 차는 낮추는 방안에 관한 시민 의견 조사’ 결과와 상당 부분 일치한다.
■인프라·기질이 갈랐다
이번 여론 조사에서, 16개 구·군 가운데 평소 격차를 경험하는 응답자 비율이 가장 낮은 지역은 부산진구와 해운대구였다. 교육·사회복지·문화·교통·산업경제·생활환경 6개 분야를 ‘전혀 심각하지 않음’(1점)부터 ‘매우 심각함’(5점)까지의 5점 척도로 점수를 매겨 종합한 순위다. 주민이 체감하는 격차는 점수가 높을수록 크고, 낮을수록 작다.
부산진구는 교통, 해운대구는 문화 분야에서 저점을 기록했다. 이 분야에서 지역 주민이 느끼는 격차가 작다는 얘기다.
부산의 지리적 중심에 자리한 부산진구에는 도시철도·시내버스·열차 등 모든 교통수단이 집결하고, 해운대구에는 영화관 박물관 미술관 같은 문화·예술시설이 밀집했다는 점에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인프라 차이에서 비롯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결과다.
지역민의 기질도 영향을 줬다. 주민이 격차를 가장 많이 체감하는 지역은 동구와 사하구로 조사됐다. 동구민은 세부 항목 중 영화·공연 관람을 포함한 문화 분야에서 큰 격차를 경험했다. 하지만 같은 원도심 주민이라도 격차를 보는 시각은 달랐다. 중·서·영도구 주민은 문화 분야 격차를 크게 느끼지 않았다.
특히 영도구민은 다른 원도심 주민과 눈에 띄게 다른 성향을 보였다. ‘섬’이라는 특수성과 거주 기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영도구민은 여론 조사에서 주거 등 생활환경 분야 격차를 느끼는 정도가 16개 구·군 중 두 번째로 낮았다. 같은 분야의 격차를 크게 체감하는 순으로 서구가 2위, 동구가 8위인 것과 대조를 이룬다.
한국해양대 동아시아학과 김태만 교수는 “영도구는 초고령화(지난 7월 기준으로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27.0%로 부산 16개 구·군 중 가장 높음) 지역이다. 떠날 사람은 이미 다 떠났다. 현재 주거환경이 익숙해지고, 체화돼 불편을 불편하다고 느끼지 않는 사람 위주로 남았다”며 “따라서 오래 산 동네에 대한 자부심이 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차이가 낳은 ‘마음의 틈새’
국제신문은 여론 조사와 별개로 전문가 자문을 거쳐 ‘마음의 틈새’ 지표를 개발했다. 2015, 2017, 2019년 부산시 사회조사 마이크로 데이터를 기반으로 했다. 5년간 누적된 시민 10만3854명의 마음속을 들여다보고 지표를 만들었다.
‘부산시민으로서의 자랑스러움(자부심)’과 ‘거주하는 구·군, 읍·면·동에서 느끼는 소속감(정체성)’에 가중치(2.5점)를 두고 지역과 연령에 따른 마음의 틈새를 수치화했다. 이에 더해 ▷정주 의사(10년 후에도 부산에서 살고 싶음) ▷주거·보행·여가 만족도 ▷삶과 일에 대한 만족도 ▷행복감 ▷근심·걱정 ▷우울감 등 정서적 경험에 1점씩을 부여해 14점 만점의 지표를 구했다. 또 이 지표를 16개 구·군별, 연령(10대~60대 이상 6개 구간)별로 1~96위까지 순위를 정했다.
마음의 틈새가 가장 큰 최하위 96위는 사하구 30대다. 사하구 30대의 자부심과 정체성 역시 순위표 맨 아래에 자리했다. 그다음은 사하구 20대(95위)와 동구 40대(94위) 순이었다. 사하구 20대와 동구 40대 역시 매우 낮은 자부심과 정체성을 보였다. 여론 조사에서 동·사하구 주민이 체감하는 격차가 가장 큰 것과 결과가 같다.
반대로 마음의 틈새를 가장 덜 느끼는 상위 1위는 해운대구 10대였다. 해운대구 10대는 부산시민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자랑스러워했다. 2위는 영도구 60대인데, 전체 구·군의 연령대 중에서 가장 높은 정주 의사를 드러냈다. 이런 경향 역시 여론 조사에 그대로 반영됐다.
해운대구 10대의 사례에서 보듯, 부산에서 오래 살았다고 해서 반드시 자부심이 높은 건 아니다. 또 소득만으로 격차를 증명할 수도 없다. 2019년 사회조사 기준 월 소득 100만 원 미만 해운대구민의 자부심은 47.8%로, 한 달 500만 원 이상 버는 사하구민(29.0%)보다 훨씬 높다. 2001년 사회조사에서 처음으로 자부심에 관해 물었을 때, 16개 구·군 중 중간(8위) 수준이었던 해운대구민의 자부심은 해를 거듭할수록 높아졌다. 반면 사하구민의 자부심은 조사 이래 계속 최하위권에 머문다.
[부산지역 격차] 이미지 크게 보기 click
권혁범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