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산 1억 남아 대체휴무 불가피

- 역학조사원 등 줄퇴사 방역 차질

- 위탁 탓 추가예산 배정도 어려워

- “시 직영으로 운영해야” 여론 높아

지역 코로나19 대응에 핵심 역할을 맡은 부산시 감염병관리지원단(이하 감염병지원단)이 연간 예산을 거의 소진해 인력운용에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초과근무 수당으로 지급할 예산을 이미 다 써, 감염병지원단 내부에서는 대체휴무 도입까지 검토할 지경이다. 업무 투입 인력이 줄어드는 만큼 코로나19 대응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 80시간 근무… 초과근무수당 바닥

감염병지원단은 지난 2월 부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을 때부터 대응첨병 역할을 맡았다. 당시 시에는 역학조사관(공무원)이 없어, 지원단의 부단장 1명과 팀장 2명을 민간역학조사관으로 위촉했다. 지난 2월 부산 1번 확진자를 식당에서 잡아낸 주체도, 아시아드요양병원 격리를 결정한 것도 지원단의 판단이었다. 항만에서 확진자가 잇따라 나올 때는 현장에 출동하기도 했다. 지금은 각 구·군보건소의 역학조사를 총괄하는 등 업무를 수행 중이다.

2일 감염병지원단에 따르면 이곳 직원의 지난달 주 평균 근무시간은 80시간이다. 기본 근무시간이 주 40시간(초과근무 52시간)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사실상 2배의 일을 한 셈이다. 감염병지원단 내부자료를 보면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하기 시작한 지난달 7, 17, 27일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날 초과근무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이유로 지금까지 초과근무수당이 대거 지급되면서 연간예산이 얼마 남지 않은 게 문제다. 감염병지원단은 부산시 전담기구가 아닌 부산대병원에 위탁 운영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올해 예산은 6억5000만 원. 여기엔 임금과 활동비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 올해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해 근무시간이 많이 늘어나면서 2일 기준 남은 예산은 1억3700만 원뿐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9, 10, 11, 12월 팀장 2명과 직원 4명의 기본급이다. 초과근무 수당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미영 팀장은 “기본급 지급 예산 정도만 남아 대체휴무를 도입해야 할 상황”이라며 “질본에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인력난에 코로나19 재확산 이중고

초과근무수당이 바닥난 상황에서 인력 이탈도 심각하다. 최근 지원단에서 역학조사를 진행했던 직원 B 씨가 퇴사했다. B 씨는 항만 역학조사 현장에 투입됐는데, 역학조사 뒤 감기증상이 나타났다. 코로나19 검사에서는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감염 두려움을 심하게 느껴 일을 그만둔 것으로 감염병지원단은 추정한다. 여기에 지난 1일 실질적으로 지원단을 이끌던 A 부단장마저 퇴사(국제신문 2일 자 2면 보도)했다. 부단장 퇴사로 이제는 단장(부산대병원장)한테까지 직접 가서 결재를 받아야 한다. 최근 2차 대유행에 버금가는 코로나19 확산은 앞으로 더 큰 문제다. 감염병지원단 은영덕 팀장은 “지난 2~7월 부산에서는 170여 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그런데 지난달 9일부터 약 20일 동안 급속도로 늘어 2일 기준 309명이다”며 “대체휴무에 들어가면 직원 절반 정도만 출근할 텐데 역학조사는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휴무 기간에도 업무에 매달려야 할 처지”라고 말했다.

전문가는 시가 직영하는 조직이 아닌 탓에, 정해진 예산 안에서 모든 비용을 집행해야 하는 점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운영 형태가 감염병 대응에 문제로 지적되자 최근 서울시와 경기도 등 타 시·도에서는 감염병지원단을 직영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한다. 부산지역 의료계 관계자는 “감염병지원단을 위탁 운영하는 건 경찰이 수사를 외주한 것과 다름없다”며 “시가 직영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