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코로나에 벼랑끝 이주민 <1> 열악한 주거 실태

소음·악취 컨테이너서 집단생활…"자가격리 할 곳도 없어요"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부산 이주노동자 1만3812명
- 국내 55% 작업장·가건물 거주
- 10명 내외 함께 기숙사 생활

- 코로나 감염 시 집단발병 우려
- 창문, 악취에 막아둬 환기 곤란
- 격리시설 가도 日 10만 원 부담
   
방글라데시 출신 이주노동자 B 씨는 자국 출신 노동자와 공장 내부에 위치한 오래된 컨테이너를 기숙사로 사용 중이다. 컨테이너는 창문은 있으나 화학 약품으로 인한 악취가 들어와 막아둔 탓에 무용지물이다. 임동우 기자
취업 목적으로 부산에 사는 이주노동자 1만3812명 가운데 대학교수나 연구·기술지도를 위해 비자를 발급받은 전문인력은 2344명에 불과하다. 반면 단순 기능인력 취업자 수는 1만1468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들은 쇠락한 공단지역에서 한국인이 외면하는 업종을 도맡는다. 이주노동자의 타향살이 서러움에 괴로움을 더하는 건 무엇보다 기본적인 의식주가 보장되지 않는 점이다. 별도 주거지가 아닌 공장 작업장 한쪽에 겨우 마련된 공간에서 생활하는 이들은 소음과 분진, 악취로 인해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할뿐더러 늘 사고 위협에 노출돼 있다.

■소음 악취에 24시간 방치

국제신문 취재진은 10년째 강서구 녹산동 도금공장에서 일하는 파키스탄 출신 A(39) 씨의 기숙사를 방문했다. 4층 건물 옥상에 마련된 2명 정원의 컨테이너였다. 숙소 옆에는 공장에 전기를 공급하는 대형 변압기가 종일 ‘윙윙’ 대고 있었다. A 씨가 생활하는 컨테이너에는 창문이 있지만 열지 못한다. 각종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는 맞은편 공장에서의 악취 때문이다. 그래서 컨테이너 생활을 시작한 직후 있으나 마나 한 창문을 막아버렸다. 공장 옥상에는 A 씨뿐만 아니라 몽골 등에서 온 이주노동자 10여 명이 4, 5개 컨테이너 숙소로 나뉘어 함께 산다. 하지만 이들이 일을 마치고 씻을 수 있는 시설은 녹슨 샤워기 하나가 전부다. 게다가 이들이 사는 공간에는 화장실이 없어 1·2층 공장 안의 화장실을 쓸 수밖에 없다. 

A 씨는 체류기간이 만료된 미등록 외국인이라 건강보험료, 국민연금, 소득세 부과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2018년부터 A 씨의 고용주는 월급에서 ‘세금’이라는 명목으로 18만 원을 공제했다. 올해에는 공제금액이 21만 원으로 올랐다. 무료로 기숙사를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기숙사비를 받는 거다. A 씨는 “사장님은 제가 왜 이 돈을 내야 하는지 설명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용주가 제멋대로 기숙사비를 정한 뒤 이를 제하고 월급을 주지만, 미등록 외국인 신분인 터라 언제 쫓겨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A 씨는 항의는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

방글라데시 출신으로 강서구 녹산동 금속가공 공장에서 일하는 B(28) 씨의 기숙사는 A 씨보다 더 열악했다. 그는 공장 작업장 한쪽에 놓인 컨테이너에서 다른 방글라데시 출신 노동자와 함께 생활한다. 컨테이너에는 창문이 있지만 작업장을 향하고 있어 열 수 없다. 24시간 내내 가동되는 옆 공장 담벼락에서 불과 2m도 떨어져 있지 않아 종일 소음이 끊이지 않는다. 오래된 컨테이너라 한가운데 바닥은 움푹 꺼져 있었다. 사람이 움직일 때마다 연신 ‘삐걱’ 거리는 소리가 났다. 주방이 없어 방에서 취사한다. B 씨뿐만 아니라 같은 공장에서 일하는 캄보디아, 태국 등에서 온 이주노동자 8명의 생활도 비슷하다. B 씨는 고용주에게 개선을 요구했지만 돌아오는 건 엄포와 욕설뿐이었다. 그는 “기숙사를 고쳐달라고 말하면 사장님은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말하거나 불법체류자로 만들어 버리겠다고 소리치고, 때론 발로 찼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이주노동자의 주거권은 더 침해받는다. 감염병 확산으로 가장 먼저 해고 대상이 되면서 회사가 제공한 숙소에서 생활하던 이주노동자는 직장은 물론 주거지도 잃는다. 출신 국가 커뮤니티가 활발히 운영 중이라면 어렵지 않게 자국 출신 이주민 집에서 얹혀살 수 있었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다면 아무런 방법이 없다. 

일하고자 국내로 들어왔을 때 자가격리를 할 마땅한 장소가 없다는 점도 문제다. 숙소는 대부분 단체생활을 하는 기숙사 형태라 자가격리에는 부적당하다. 해외입국자 자가격리 시설이 있지만 하루 10만 원 상당의 비용을 이주노동자가 부담하기에는 너무나 큰돈이다. 부산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관계자는 “본래 사업주가 자가격리 장소를 제공해야 하지만 비용이 드니 이주노동자가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이다. 이런 사정 때문인지 올해는 특히 자가격리 장소 마련에 도움을 달라는 상담이 많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열악하지만 말 못해”

이들처럼 국내 이주노동자의 주거형편은 대부분 열악하다. 2018년 ‘이주와 인권연구소’가 국가인권위원회와 함께 진행한 ‘주거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의 55.4%가 공장 작업장 내에 주거공간이 있거나 가건물을 기숙사로 사용 중이다. 이 가운데 17.1%는 컨테이너 등 임시 가건물을 이주노동자에게 제공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농촌과 어촌의 사정은 더 열악하다. 주로 기본적인 냉난방조차 안 되는 비닐하우스에서 6~8명이 한 공간에 거주하는데, 고용주는 최저임금이 계속 오른다는 이유로 매달 주거비 명목으로 20만~40만 원을 제하고 월급을 준다. 좁은 공간에서 여러 명이 생활해 코로나 발병 시 집단발병 우려도 높다.

작업장 내 주거공간을 두거나 컨테이너 등 가건물을 기숙사로 활용하는 건 고용주 입장에서는 별도 건물을 짓거나 임대하는 부담이 없고, 관리도 손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생활하는 이주노동자는 화재 등 각종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지난 2월 6일 밤 10시40분께 발생한 서구 암남동 수산물 가공 제조공장 화재가 대표적이다. 당시 작업장에서 시작된 불로 인해 공장 2층과 10층 기숙사에서 쉬던 이주노동자 26명이 공장 옥상으로 긴급 대피했다. 헬기를 이용한 소방의 발 빠른 대처로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자칫 대규모 사고로 번질 수도 있었다. 공장과 주거지가 같은 공간 내 있다 보니 빚어진 아찔한 상황이었다.

외국인근로자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제22조 2항을 보면 고용주는 기숙사 구조와 설비, 설치 장소 등의 정보를 사전에 제공해야 한다. 또한 근로기준법 제100조에 따라 기숙사는 화장실과 세면·목욕시설, 채광과 환기를 위한 설비, 냉·난방 시설을 갖출 것을 규정한다. 이를 어기면 이주노동자는 관할 고용노동청에 진정할 수 있다. 진정에도 고용주가 개선하지 않으면 사업장을 옮길 수 있다. 하지만 이처럼 열악한 기숙사 실정에도 지난해 부산고용노동청에 접수된 진정은 단 한 건도 없다. 게다가 이주노동자를 고용한 부산지역 1578개 업체의 관리·감독을 맡는 노동청 인원은 8명에 불과해 기숙사 점검과 시정조처 요구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임동우 김민정 기자 guardian@kookje.co.kr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많이 본 뉴스RSS

  1. 1동아대 재학생 9명 집단감염…울산 현대차 두 번째 확진자
  2. 2“지하도 참사 때 변성완 취해” 보도 논란…부산시, 통화기록·행적 등 밝히며 반박
  3. 3친문, 김경수 힘 싣기…‘문재인 적통’ 대권주자 만들기 나섰나
  4. 4 전재수·최인호, 가덕신공항 정치적 이용 말라
  5. 5“시, 영도 한진중공업 터에 상업·관광지구 만들어야”
  6. 6 김해 진영읍 우동누리길
  7. 7부산시, O2O(온-오프라인 유기적 연계) 총괄 ‘비대면 산업팀’ 만든다
  8. 8부산국제아트센터 설계 입찰, 태영건설컨소시엄 최종 선정
  9. 9‘고액 알바’에 혹해…실업자도 변호사도 보이스피싱 가담
  10. 10오늘의 운세- 2020년 9월 21일(음력 8월 5일)
  1. 1이재명, 지역화폐 놓고 국민의힘과 설전…공개토론 제안
  2. 2자치입법권 확대, 읍면동장 주민투표 두고 정부는 부정적
  3. 3친문, 김경수 힘 싣기…‘문재인 적통’ 대권주자 만들기 나섰나
  4. 4[기자수첩] 전재수·최인호, 가덕신공항 정치적 이용 말라
  5. 5“지역화폐 일부 업종만 매출 증가 시켜”
  6. 6‘내부 리스크’ 여당은 쳐내기, 야당은 침묵만
  7. 7문재인 대통령 ‘공정’ 37차례 언급…청년 다독이기
  8. 8문 대통령 “9·19 남북합의 이행돼야”
  9. 9박재호, 요양병원 노인 학대 막는 입법 추진
  10. 10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 WTO 사무총장 선거 2차 라운드 진출
  1. 1부산국제아트센터 설계 입찰, 태영건설컨소시엄 최종 선정
  2. 2정부, 추석 특별교통대책 수립
  3. 3'폴더블폰' '돌러블폰' 글로벌 출시 본격화
  4. 4조선업 경기 침체 가속화에…부산 영도 조선소 2곳 매물로
  5. 5‘네 마녀의 날’ 맞이한 뉴욕증시…기술주 약세 보이며 하락 마감
  6. 6전동공구 밀워키, 7주년 기념 ‘쎄.쎄.쎄. 이벤트’
  7. 7“판매부진 르노차 24일간 휴업” 100대 기업 부산 명맥 끊기나
  8. 8제조업 편중·관광업 위기…고부가가치 산업 육성 서둘러야
  9. 9코로나 재확산에…부산 수출 5개월 연속 두 자릿수 감소
  10. 10정부도 전통시장에 O2O 플랫폼 확대, 5년 내 ‘스마트 상점’ 10만 개 구축
  1. 1최치원…그의 길 위에서 생각한다 <33> 어머니 위해 상연대 짓다
  2. 2“지하도 참사 때 변성완 취해” 보도 논란…부산시, 통화기록·행적 등 밝히며 반박
  3. 3주택가 레미콘공장 건설 제한 추진
  4. 4애민사상 깃든 함양 대관림…한·중 민간외교의 장 기대
  5. 5오늘의 날씨- 2020년 9월 21일
  6. 6단감 전국 최고 당도 자랑…옛 기차역선 추억여행도
  7. 7양산에 학생·주민 공유 문화·체육시설 생긴다
  8. 8“내년 태화강에 수소 유람선 띄운다”
  9. 9교육감들 “수능 쉽게” 건의…교육부 “신중해야”
  10. 10걷고 싶은 길 <102> 김해 진영읍 우동누리길
  1. 1자동차극장 즐기듯…여자 농구 BNK 차안에서 응원해요
  2. 2‘코리안듀오’ 류현진·김광현, 집중타에 동반 승리 좌절
  3. 3‘졌잘싸’ 이승헌 희망투…롯데 5강 경쟁에 큰 힘
  4. 4‘부상·경고누적’ 부산, 파이널A 결국 무산
  5. 5나란히 등판한 류현진, 김광현…아쉬움 남겨
  6. 6‘이병규 역전타’ 롯데, LG에 5-3 역전승
  7. 7로 셀소 IN, 알리 OUT…토트넘 유로파리그 선발 명단 공개
  8. 8MLB 포스트시즌 첫 진출팀은 다저스
  9. 9카잔 황인범 ‘1골 2도움’ 맹활약
  10. 10늦어진 US오픈 그린·러프 어려워져…날씨도 변수로
우리은행
걷고 싶은 길
김해 진영읍 우동누리길
최치원…그의 길 위에서 생각한다
어머니 위해 상연대 짓다
눈높이 사설 [전체보기]
‘부산 격차’ 해소 중단기 대책 서둘러야
의료계 파업, 대화·타협으로 풀어야
뉴스 분석 [전체보기]
청와대 국민청원 가는 북항재개발 갈등…사업주체 해수부, 실시계획에 주민의견 수렴 미흡
규제에도 해수남(해운대·수영·남구) 급등…똘똘한 한 채냐, 조정이냐
다이제스트 [전체보기]
방탄소년단 화보촬영지 전북 완주 탐방 外
방탄소년단 화보 속 명소를 찾아서 外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전체보기]
만과 많 ; 많은 덕인 만덕
삼천불과 삼천배:번뇌의 소멸
스토리텔링&NIE [전체보기]
정부·의협 시비 따지기보다 쟁점 절충안 모색을
오륜대 전설의 회동수원지 취수 확대한대요
신통이의 신문 읽기 [전체보기]
‘원피스 의원’ 국회품위 손상? 권위주의 타파?
공원 계획한 땅, 20년 지나면 개발 허용된대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전체보기]
“할증 30%해도 손해” “미터기 왜 있냐”…택시 시외요금 논란
병원 직원·가족 의료비 할인 관행…보건소와 고발전 비화
진실탐지기 [전체보기]
사전투표함 조작?…앞·뒤쪽 자물쇠로 철통 보관
총선 상황실 [전체보기]
먹방·뮤지컬…부산 민주당 후보들 이색 홍보
400㎞ 뛴 안철수 “낡은 기성정치에 지지 않겠다”
포토뉴스 [전체보기]
100원씩 용돈 모아 기탁한 ‘착한 마스크’
제 1457차 수요시위
오늘의 날씨- [전체보기]
오늘의 날씨- 2020년 9월 21일
오늘의 날씨- 2020년 9월 18일
  • 행복한 가족그림 공모전
  • 국제 어린이 경제 아카데미
  • 유콘서트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