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하차도 사망 때 상황과 비슷
- 전문가 “신고시스템 개선해야”
부산에서 태풍 ‘마이삭’ 때 몰아친 강풍에 유리창이 깨져 손목을 다친 60대 여성이 과다출혈로 숨졌다. 당시 이 여성은 119에 여러 차례 신고했지만 전화폭주로 연락이 닿지 않아 ‘골든타임’을 놓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인다.
3일 부산경찰청과 부산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새벽 1시20분께 사하구 한 아파트서 A 씨가 태풍에 창문이 깨지는 것을 막고자 베란다 창문에 테이프를 붙이던 중 창문이 깨졌다. 이 사고로 A 씨가 왼쪽 손목과 오른쪽 팔뚝이 베여 출혈이 심했고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새벽 2시6분께 숨졌다. 문제는 이날 A 씨 측이 119에 먼저 연락했으나 신고 폭주로 접수가 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경찰에 따르면 A 씨 가족은 이날 새벽 1시20분 장림파출소에 전화해 “할머니가 피가 많이 나는데 119는 연락이 안 된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급히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순찰차로 병원 이송을 하던 도중 겨우 소방과 연락이 닿았고, 장림파출소 앞 지점에서 구급대에 A 씨를 인계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 도착했을 때 A 씨가 거의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지난 7월 폭우로 초량지하차도에서 3명이 사망했을 때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당시 사망자들은 세 차례 소방에 구조요청을 했지만 전화 폭주로 신고가 접수되지 못했다.
소방은 이날 신고전화가 폭주해 A 씨 신고가 바로 접수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소방에 최초 접수된 신고 시간은 1시28분으로, 이때 사하구에 있는 구급대 6대 모두 출동을 한 상태였다. 소방은 태풍 여파로 신고가 넘칠 것에 대비해 2일 상황실 비상접수대를 22대에서 67대로 늘렸지만 반복된 참사를 막지 못했다.
전문가는 소방당국이 지자체와 협조해 긴급재난 상황 때 119로 집중되는 신고체계를 분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단순히 인력이나 통신 회선을 늘리는 것보다 재난신고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아대 이동규(기업재난관리학) 교수는 “시민은 사건사고가 나면 우선 119로 신고하는 학습된 행동을 한다. 사안의 중요도를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신고전화를 받다 보니 정작 긴급한 사건은 놓치게 되는 것”이라며 “부산시가 방송사나 SNS에 인근 병원 연락망을 안내하거나 현재 소방의 상태를 알려 민원을 분산시키는 등 행정 대응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