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득 500만 원 넘는 사하구 가정
- 자부심 느끼는 10, 20대 34.1%
- 300만 원 미만 해운대구는 48%
- 청년이 평가한 ‘사회·경제 계층’
- 월 가구소득 500만 원 이상 중
- 중·상층 이상 포함된다는 대답
- 해운대 ‘52.5%’ 사하 ‘33.3%’
- 벌이 많아질수록 간격 더 커져
- 이웃 동네와 비교한 심리적 요인
- 물려받은 자산보다 ‘격차’에 영향
이른바 ‘수저계급론’은 2015년부터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궜다. 부모의 지위·소득·자산이 자녀의 인생 성패를 결정한다는, 참 서글픈 ‘이론’이다. 청소년과 청년 사이엔 대학입시와 취업으로 이어지는 과정에 성골·진골·6두품 계급이 존재한다는 말도 떠돈다.
수저계급론은 통계로도 어느 정도 입증된다.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통계청 사회조사를 토대로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30세 미만 청년층 가운데 ‘계층 이동(상승) 가능성이 작다’고 응답한 비율은 2013년 46.8%에서 2017년 61.6%로 급증했다. 수저계급론 등장 전후를 비교한 결과다. 일생 노력해도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 청년이 매우 늘었다는 의미다. 청춘의 열패감이 묻어난다.
수저계급론이 갈수록 뚜렷해졌다는 근거는 보고서 안에 또 있다. 청년층의 계층 이동 가능성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았던 ‘가구(부모) 소득’이 수저계급론이 나온 이후 중요 변수가 됐다. 월평균 가구 소득 500만~700만 원 미만인 청년은 100만 원 미만인 청년에 견줘 계층이 한 단계 상승할 가능성이 2013년 1.06배에 그쳤지만, 2017년 3.15배로 급상승했다. 많은 청년이 부모의 재력과 함께 계층이 세습된다고 여긴다.
■‘메이드 인 ○○’ 수저
그러나 한편으로 계급·계층은 상대적 개념이다. 특히 10, 20대 청년층에게 그렇다. 이웃 동네와 비교한 주관적·심리적 요인이 부모의 소득·지위라는 ‘물려받은 자산’보다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런 현상은 격차가 심각한 사회에서 더 두드러진다.
부산에서 이런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국제신문이 2015, 2017, 2019년 부산시 사회조사 마이크로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든 ‘마음의 틈새’ 지표(국제신문 지난 1일 자 3면 보도)에서 확인된다. 자부심(부산시민으로서 자랑스러움)과 정체성(거주하는 구·군, 읍·면·동에 대한 소속감)에 가중치를 둔 연령별 지표에서 16개 구·군 중 10대와 20대 모두 1위는 해운대구, 최하위는 사하구였다.
월평균 가구 소득을 표본 분포에 맞춰 ‘300만 원 미만’ ‘300만~500만 원 미만’ ‘500만 원 이상’ 세 구간으로 나눠서 더 자세히 들여다봤다. 해운대구와 사하구 가릴 것 없이 청년의 자부심, 정체성, 계층 의식, 정주 의사(10년 후에도 부산에서 살고 싶음) 모두 소득이 높을수록 상승했다.
하지만 분명한 차이가 있다. 부모가 같은 수준의 돈을 벌어도 이들이 느끼는 자부심은 사는 곳에 따라 다르다. 월평균 가구 소득 500만 원 이상인 사하구 청년 중 자부심과 소속감을 느끼는 비율은 각각 34.1%, 39.7%였다. 또 49.2%가 계속 부산에 살고 싶다고 했다. 이는 가구 소득 300만 원 미만인 해운대구 청년이 느끼는 자부심(47.9%), 소속감(51.6%), 정주 의사(60.8%)보다 오히려 훨씬 낮다.
청년이 스스로 평가하는 사회·경제적 계층 역시 같은 소득 구간에 있어도 격차가 컸다. 상·상 상·하 중·상 중·하 하·상 하·하 6개 계층 가운데 자신이 중·상 이상에 포함된다고 답한 비율을 보자. ‘해운대구 - 사하구’ 청년층의 월평균 가구 소득별로 300만 원 미만은 ‘13.8% - 11.5%’, 300만~500만 원 미만은 ‘29.9% - 19.8%’, 500만 원 이상은 ‘52.5% - 33.3%’로 집계된다.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두 지역 간 계층 의식 격차는 더 크게 벌어진다.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수저의 색깔이 같아도 어디에서 생산됐느냐, 즉 ‘메이드 인 ○○’에 따라 주관적 계층이 나뉘는 셈이다.
■“부산 살아요? 해운대 살아요?”
중학교 1학년 때 사하구 신평동으로 이사해 13년째 사는 이도은(여·26) 씨는 “어렸을 때부터 ‘해운대는 좋은 동네, 사하는 딱히 좋을 게 없는 동네’라는 말을 듣고 자랐다. 그런 선입견이 부모 세대부터 계속 이어진다”고 쓴웃음 지었다. SNS에서도 양쪽 간 삶의 질이 ‘비교당한다’고 했다. 그는 사하구의 다대포 을숙도생태공원 부산현대미술관 홍티예술촌 부네치아(장림포구) 같은 곳이 해운대구의 센텀시티 마린시티처럼 외부에 지역의 상징으로 비치지 않고, 주민에게 경제적 이익을 주지 않는 것도 ‘격차’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대학에서 사회과학계열을 전공한 이 씨는 “좋은 (사무직) 일자리도 다 해운대구에 있다. 사하구와 해운대구를 잇는 1001번 버스에서 동네 친구들을 다 만난다. 출근 시간엔 해운대 방면, 퇴근 시간엔 사하구 방면 버스가 꽉 찬다”고 주장했다.
반면 해운대구 10대의 자부심은 때로 부모 세대를 뛰어넘는다. 해운대구에 사는 고등학생 김종진(17·가명) 군은 부산시민이라는 사실이 ‘매우 자랑스럽고’, 해운대구민으로서 소속감을 ‘매우 강하게 느낀다’고 했다. ‘그저 그런 정도’ 또는 ‘약간’의 자부심·소속감을 느끼는 부모보다 만족도가 훨씬 높다. 김 군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500만~600만 원 미만. 김 군은 자신의 사회·경제적 계층을 중·하로 비교적 낮게 평가하면서도, 삶에 대한 만족도와 행복감(각 10점 만점)에 모두 9점의 높은 점수를 매겼다.
‘마음의 틈새’ 지표로 살펴본 청년층 자부심·소속감(각 2.5점 만점)은 해운대구 10대 1.44·1.64점, 20대 1.29·1.45점, 사하구 10대 0.72·0.92점, 20대 0.79·0.84점으로 큰 차이를 나타낸다.
부산연구원 오재환 부산학연구센터장은 “타지 사람이 ‘어디에 사느냐’고 물으면, 상당수 해운대구 주민은 ‘부산에 산다’ 대신 ‘해운대에 산다’고 답한다. 해운대가 ‘부촌’이라는 점 외에도 부산을 대표하는 이미지를 두루 갖춘 것”이라며 “10, 20대는 고정관념처럼 굳어진 외부 시선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심리적 격차를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권혁범 신심범 기자 pearl@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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