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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벼랑끝 이주민 <2> 취약한 의료 실태

외국인 무료진료소 축소 … 부산의료원 ‘중환자 케어’도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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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봉사기관 대다수 문 닫아
- 그마저 의료진 줄어 업무 공백

- 건강보험 없이 쉽게 이용토록
- 통역 갖춘 1차 의원 신설 절실

- 코로나 업무에 취약계층 뒷전
- 市 공공병원 건립 추진과 함께
- 부산의료원 대체할 병원 필요

인간이라면 누구나 건강과 생명을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세계보건기구헌장은 ‘인종·종교·정치적 신념·경제적 혹은 사회적 조건에 따른 차별 없이 최상의 건강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인간이 누려야 할 기본권’이라 명시했다. 하지만 이주민은 빈약한 의료 안전망으로 인해 여전히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여기에 코로나19까지 덮치면서 이주민 건강과 생명은 차별과 무관심 속에 적절한 방역·진료 조치를 받지 못하고 벼랑 끝으로 몰린다.
   
지난 6일 이주민 지원 단체 이주민과함께가 부산진구 전포동 사무실에서 이주민을 대상으로 무료 건강검진을 실시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코로나로 드러난 차별과 소외

이주민 단체 이주민과함께가 지역 내 이주민 333명을 대상으로 지난 5월 실시한 ‘이주민 코로나19 피해’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긴급재난지원금 차별 지급’(37.8%) 다음으로 응답자들이 크게 느낀 제도적 차별은 ‘한국어로만 제공되는 긴급재난문자’(26.7%)와 ‘공적마스크 차별’(18.9%)이었다.

실제로 지난 3월 시작한 공적마스크 제도는 건강보험가입자만 대상으로 하고 유학생·난민신청자·입국 6개월 미만 이주민·미등록 이주민 등을 배제해 논란이 됐다. 두 달 뒤 건강보험 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외국인등록증으로 공적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게 변경했지만 미등록 이주민·단기 체류 외국인은 여전히 제외됐다. 중복 구매 방지를 위한 신분 확인 때문이라면 여권만으로 충분했음에도 건강보험가입유무와 외국인등록증을 요구한 것은 차별로 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공백을 메우기 위한 부산시 대처도 부실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시는 지난 4월 부산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에 마스크 2000장을 전달했지만 턱없이 부족한 수량에 뒤늦은 대처라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무료 진료소에 기댄 이주민 의료

   
지난 3월 공적마스크를 구하지 못한 이주민을 위해 지역 시민단체들이 마스크 후원에 나서고 있다. 이주민과함께 제공
부산은 이주민 단체 4곳(이주민과함께 도로시의집 녹산이주노동자센터 그린닥터스)이 운영하는 무료진료소가 사실상 지역 이주민을 위한 기초 의료 기관 역할을 한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2월부터 대부분의 진료소가 장기간 문을 닫아야 했다. 건강보험이 없거나 의사소통이 힘든 이주민, 병원과 연계가 필요한 중병이나 만성질환을 앓는 이주민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이주민과함께가 부산진구 전포동에서 운영하는 무료진료소의 경우 지난 5월부터 운영을 재개했지만, 가장 수요가 많은 치과 진료는 종전의 3분의 1 정도밖에 감당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비말 감염 우려로 의료진 봉사 인력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무료진료소에 기댄 취약한 이주민의 의료권에 대한 우려는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해결책으로 건강보험 없이도 쉽게 이용할 수 있고, 기본적인 진료와 상시 통역이 가능한 의원급 1차 공공 의료기관 설립이 거론된다. 이주민 의료를 전담할 의원급 의료기관이 있으면 기본 안전망이 구축되고, 적절한 치료가 늦어져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부산시 공공보건의료지원단은 2018년 ‘시립의원 설치 및 운영을 위한 기초 연구’를 진행하고, 시가 운영하는 기초 의료기관 설립 방안을 부산시에 건의하기도 했다. 시 역시 필요성에는 공감했으나 특정 계층을 위한 병원 설립은 어렵다는 이유로 진척이 없는 상태다. 김창훈 부산시 공공보건의료지원단장은 “이주민을 포함한 노숙인 등 취약계층을 위해 접근성이 좋은 곳에 의원급 병원만 설립 또는 지정해도 이들의 건강과 생명이 충분히 보장받을 수 있다”며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친 상황에서 부산시가 더 미루지 말고 조례 제정을 통해 현실적 문제를 해결해, 공공의료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의료원 대체할 곳 찾아야

   
위급한 이주민 환자를 지원하는 의료 시스템도 코로나19에 결국 공백이 발생했다. 이주민 의료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던 공공 의료기관 부산의료원이 지난 2월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되자 이주민 환자는 갈 곳을 잃게 됐다. 보건복지부가 입원·수술이 필요한 이주민을 위한 ‘외국인근로자 등 의료지원 사업’을 위해 지정한 지역 의료기관이 부산의료원 외에 5곳이 더 있지만, 대부분이 민간 병원이고 다양한 진료 과목과 통번역 시스템을 갖추지 못해 부산의료원이 대부분의 지원을 감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중환자가 사망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혈액암 환자인 필리핀 국적 이주노동자 A 씨는 지난 3월 부산의료원에서 부산대병원으로 전원했으나 병실이 없어 통원치료를 받았다. 상태가 악화해 입원 치료가 필요했지만 A 씨는 휠체어를 타고 인공호흡기를 단 상태로 상담을 위해 뛰어다녀야 했고, 지난 5월 가족과의 영상통화를 끝으로 삶을 마감했다.

부산시는 서부산의료원 건립, 부산의료원 기능 보강 등 공공 의료기관 확충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코로나19로 당장 갈 곳을 잃은 이주민의 의료권을 보장할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에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 의료기관의 확충이 ‘투트랙’으로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이주민과함께 한아름 사무처장은 “기존 의료 안전망이 너무 취약한 상태에서 코로나19까지 덮쳐 문제가 더욱 커졌다. 부산시는 장기적으로 공공병원 건립이라는 과제를 추진하되, 단기적으로는 부산의료원을 대체할 수 있는 의료기관을 지정해야 한다. 지정에 그치지 않고, 해당 의료기관에 실효성 있는 지원을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민정 임동우 기자 min55@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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