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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격 높이고 차이 줄이자 <1-2> 마음의 틈새- 젊은 엄마·아빠의 고민

옆동네와 비교되는 자녀교육·주거환경…3040 격차에 결정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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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적 밀접·같은 생활권임에도
- 신도시 개발 집중 강서구와 달리
- 공장지대·주거지 뒤섞인 사상구
- 주거환경 만족도 강서구의 ‘절반’

- "내가 사는 동네 걷기 좋은 곳"
- 강서구 60% vs 사상구 21.6%
- 사상권, 화물차 하루 통행량 9만대
- 인도 없거나 굴다리 등 불량 길 많아

도로 양옆 전신주에 전깃줄이 어지럽게 널렸다. 그 아래엔 인근 공장 직원의 차량을 비롯해 불법주차 행렬이 길게 늘어섰다. 지난 10일 오후 1시30분께, 부산 사상구 공업지역. 이곳 한가운데에 있는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이 하교한다. 학교 옆 골목은 사람 다니는 길과 차 다니는 길의 구분이 없다. 아이들은 혼잡한 길 위를 위태롭게 걷는다. 큰길 건너에 사는 아이들은 교차로에 서서 횡단보도 신호가 바뀌길 기다린다. 신호등에 녹색 불이 켜지기까지의 짧은 시간, 대형 화물차·레미콘이 굉음을 내며 질주한다. 대로든 좁은 길이든 화물차로 가득한 건 마찬가지다.
지난 10일 부산 사상구 공업지역에 자리한 한 초등학교 앞에서 학생들이 차량 사이로 인도가 없는 길을 위태롭게 걸어 하교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교통안전을 걱정하는 학부모의 문의가 잦아요. 통학 여건이 나빠 전학을 간 학생도 적지 않죠.” 이 초등학교 교사의 말이다. 또 다른 교사 역시 “취학통지서를 받은 학부모 중에선 ‘길이 위험해 아이를 보내기가 걱정된다. 다른 학교로 배정받을 수 없느냐’고 문의하는 분들도 있다. 부산교육청에 스쿨버스를 신청하기도 했지만, 아직 명확한 답변이 없다”고 했다.

이 초등학교 주변 통학 여건은 부산지역 30, 40대 학부모가 체감하는 ‘심리적 격차’의 원인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3040의 가장 큰 걱정은 초중고생 자녀의 학습·통학 여건, 가족의 안락한 삶을 보장할 집과 직장이다. 모든 고민은 여기서 시작된다. 이는 주거·보행환경의 차이로 확대된다. 비단 동·서부산 간 격차가 아니다. 경계를 맞대고 같은 생활권으로 묶이는 강서·사상구의 30, 40대 간 격차가 대표적이다.

■생활 공간 같아도 ‘틈새’ 있다

강서·사상·사하구는 한 ‘삐알(‘비탈’의 경상도 방언)’로 통한다. 지리적으로 붙었을 뿐 아니라, 각 지역의 기능을 공유한다. 이곳 주민은 교통·생활·문화·여가 등 다양한 방면에서 서로의 동네를 활발히 누빈다. 30, 40대에겐 직장이 그렇다. 각자 주거지는 다르지만, 같은 동네에 직장이 있는 사례가 많다.

부산 서쪽 끝인 강서·사상·사하구의 밀집력은 매우 강하다. 2019년 부산시 사회조사를 보면 강서·사상·사하구 30, 40대 거주자는 67.0%가 3개 구 안에서 출퇴근한다. 동쪽 끝인 금정·동래구, 기장군 거주자가 같은 구·군 내로 출근하는 비율(47.4%)보다 훨씬 높다. 이 3개 구·군에 동부산 최대 인구 밀집지인 해운대구를 포함해도 30, 40대가 같은 지역으로 출근하는 비율은 58.1%에 그친다. 그만큼 강서·사상·사하구민이 생활 반경을 공유하며 촘촘히 몰렸다는 의미다. 특히 강서구는 부산에서 가장 많은 노동자가 일하는 녹산동(2018년 기준 6만6242명)을 중심으로 사상·사하구 노동자를 대거 수용한다. 30, 40대 가운데 사상구의 10.8%, 사하구의 15.1%가 강서구로 통근한다.

그러나 ‘삐알’이 같아도 ‘마음의 틈새’는 확연한 격차를 보인다. 2015, 2017, 2019년 부산시 사회조사 마이크로 데이터를 토대로 만든 ‘마음의 틈새’ 지표(국제신문 지난 1일 자 3면 등 보도)가 이를 증명한다. 시민으로서의 자부심과 거주지에 대한 소속감(정체성), 일상생활 만족도 등을 종합해 지역·연령별로 순위를 정한 결과다.

16개 구·군 30, 40대(각 1~16위, 격차가 작을수록 순위가 높음)의 지표를 비교해봤다. 30, 40대 모두 강서구는 해운대구에 이어 2위였다. 반면 바로 인접한 사상구는 30대 15위, 40대 14위로 최하위권이다. 강서·사상구 3040의 심리적 격차는 주거환경에서 두드러졌다. 주거환경에 만족하는 강서구 30, 40대 비율은 각각 62.0%, 60.0%였다. 그러나 사상구 30대는 34.0%, 40대는 39.1%만 주거환경에 만족해 대조를 이뤘다.

이런 인식은 인구 이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사상구에서 강서구로 집을 옮긴 가장(가구주)은 이사한 주된 사유로 주택(36.6%)을 들었다. 사하구 가장 또한 주택(39.2%) 때문에 강서구로 이사했다고 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

■통학·통근 여건에 갈렸다

3040 ‘마음의 틈새’는 주거환경보다 보행환경이 더 벌렸다. 사는 동네가 걷기 좋은 곳이라 여긴 강서구 40대는 60.0%에 달했다. 30, 40대뿐 아니라 지역·연령별 전체 순위(1~96위)에서도 단연 1위다. 반대로 사상구 30대는 21.2%만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지역·연령별 전체 순위에서 최하위인 96위다. 갈수록 신도시 개발이 집중되고 새로운 길이 뚫리는 강서구와 공장지대에 둘러싸인 사상구 간 격차가 한눈에 드러난다. 자녀의 통학, 자신의 통근이 삶의 중요 지표일 수밖에 없는 3040에겐 더욱 큰 영향을 준다. 공장지대와 주거지가 뒤섞인 사상구 감전·삼락·학장동에서 자녀를 학교로 보내는 학부모의 걱정은 더 크다. 이들 동네엔 인도가 없는 길이 더러 있다.

사상구민의 상대적 격차는 2019년 부산시 교통량 조사에서도 읽힌다. 90개 도로를 도심권(서면·광복동) 부도심권(동래·해운대·구포·사상·하단) 등으로 구분해 분석했다. 결과를 보면, 가장 많은 화물·특수차가 다닌 지역은 사상권역이다. 사상권역을 하루에 오간 화물·특수차는 평균 9만5849대로, 2위인 구포권역(6만223대)보다 훨씬 많았다. 사상구를 관통하는 경부선 철도도 보행환경을 해친다. 철길이 굴다리(지하 보·차도) 같은 ‘불량 길’을 대거 양산했다. 사상구에만 19개의 굴다리가 있는데, 차량과 사람이 함께 이용하는 길이 8개나 된다.

사상구가 주거·보행을 비롯한 전반적 생활환경에서 다른 구·군에 견줘 열악하다는 사실은 국제신문과 부산시의회가 진행한 여론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지난달 26, 27일 20세 이상 시민 986명을 대상으로 한 ‘격은 높이고 차는 낮추는 방안에 관한 시민 의견 조사’에서 대부분 구·군 응답자는 거주지역 1순위 격차로 ‘산업경제’ 분야를 꼽았다. 하지만 사상구민은 ‘생활환경’ 분야 격차가 가장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사상구민이 평가한 생활환경 격차 점수는 4.02점(5점 척도. 점수가 높을수록 격차가 심함)으로, 전체 개별 점수(16개 구·군 × 6개 분야 격차 = 96개) 가운데 제일 높을 뿐 아니라 유일하게 4점을 넘었다.

부산연구원 박상필 도시·환경연구실장은 “사상구는 공업지역이 먼저 생기고 주위에 시가지가 형성됐다. 공장으로 자재를 나르는 화물 트럭, 엄궁동 농산물 도매시장으로 가는 대형 차량이 보행자를 위협할 수밖에 없다”며 “사상구 교통정책을 그동안 방식에서 벗어나 보행에 우선순위를 두는 쪽으로 빠르게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권혁범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

강서·사하·사상구 3040 주거·보행 만족도

구

연령대

주거환경

보행환경

강서구

40대

0.62

0.60

30대

0.60

0.58

사하구

40대

0.38

0.33

30대

0.39

0.30

사상구

40대

0.39

0.27

30대 

0.34

0.21

※2015, 2017, 2019년 부산시 사회조사 기준. 1점 만점, 소수점 셋째 자리에서 반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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