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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벼랑끝 이주민 <3> 보장 못 받는 언어권

한국어로만 재난문자·산재교육…'언어장벽'에 소외된 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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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거주 이주민 37.7%
- "코로나 자가격리 행동수칙 등
- 모국어 안내 없어 이해 한계"
- 재난문자 번역 지원체계 절실

- 시 "국제교류재단 등서 통·번역"
- 관련 예산 증액 불구 대책 미온적
- "다국어 서비스, 기본권과 직결"
- 시의회, 지역 실태 파악 등 나서

올해 초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확진자 동선, 감염 예방을 위한 주의사항을 알리고자 하루에도 여러 번 긴급 재난문자가 발송된다. 긴급 재난문자는 별도의 신청 없이도 주변 상황을 쉽게 알 수 있고 신속히 대처할 수 있어 K방역의 핵심 중 하나로 손꼽힌다.

코로나 유행이 이어지면서 한국인에게 긴급 재난문자는 일상의 또 다른 모습으로 자리 잡았다. 반면 한국어에 서툰 이주민은 알 수 없는 내용의 문자가 계속 날아들자 막연한 공포심만 커지는 상황이다. 이주민과 관련 단체는 코로나를 계기로 열악한 ‘언어권’ 보장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정작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한다.
   
15일 오후 이주민과함께 소속 활동가들이 이주민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고 현지어로 상담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jmc@kookje.co.kr
■“긴급 재난문자가 더 무서워요”

지난 2월 한국에서 중국어 강사로 일하는 중국인 A 씨는 같은 방을 쓰는 한국인이 코로나19에 감염돼 자가격리를 시작했다. 코로나 감염 검사를 끝낸 뒤 보건소가 건넨 자가격리 행동 수칙이 적힌 서류는 모두 한국어로 써 있어 정확한 내용을 알 수 없었다. 이 뿐만 아니라 하루 2번 자가격리 상황 파악을 위해 보건소에서 걸려오는 전화가 모두 한국어여서 한국어가 서툰 A 씨는 관련 정보를 온전히 이해 못 해 감염되는 건 아닌지 두려움에 떨었다.

사단법인 이주민과함께가 부산에 사는 이주민 333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응답자의 16.5%가 코로나로 가장 힘든 점으로 관련 정보 부족을 꼽았다. 정보 파악에 어려움을 호소한 이들 중 37.7%는 모국어로 된 정보가 없어 정보에 접근할 수 없었다고 답했다. 긴급 재난문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주민은 상대적으로 한국어에 능통한 이주민에게 해석을 부탁하거나, 출신 국가 커뮤니티를 통해 자신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을 뒤늦게나마 부분적으로 아는 데 만족해야 했다. 심지어 일부 이주민은 본국에 있는 가족에게서 출신국 언론이 한국에 관해 다루는 보도를 전달받기도 했다. 신속하고 정확한 확진자 동선 공개와 그에 따른 모든 시민의 적극적 대처라는 K방역은 이주민을 제외했다.

부산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관계자는 “이주민이 이해할 수 없는 재난문자 알림음 전하는 공포를 해소할 방법이 없었다. 이뿐만 아니라 코로나 관련 정부 정책과 안내문의 다국어 정보 제공도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부산인권정책 포럼은 “코로나라는 재난상황 속에서 이주민을 상대로 한 정보체계가 부실하다”며 시에 다국어 정보 제공을 요청했으나 별다른 답변을 듣지 못했다. 인권정책 포럼 관계자는 “시는 부산국제교류재단,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가 통·번역과 방역 상담을 제공한다는 반응만 보였을 뿐이다”며 “이주민이 상담을 요청하거나 방문해 정보를 받는 시스템이 아닌 재난문자를 누르면 곧바로 해당국 언어로 번역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지원체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언어권 개선 의지 없는 부산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이주민 언어권 보장에 소홀했던 건 오래된 문제다. 코로나19라는 위기 속에서 이주민이 배제된 채 방치되자 이주민단체는 이번을 계기로 비전을 확립하고 이를 실현할 부산시 차원의 구체적인 계획 마련을 요구한다. 이주민과 함께 한아름 사무처장은 “시를 상대로 일상과 재난 상황에서 이주민 언어권 보장 필요성을 거듭 이야기했다”며 “2012년 시작된 500만 원이었던 의료 통·번역 예산이 올해 8000만 원으로 증액됐지만, 단순히 돈만 늘었을 뿐 시는 앞으로 무엇을 할 건지 제시하지 못할뿐더러 장기적인 비전도 없다”고 비판했다.

노동계는 감염병 등 재난상황뿐 아니라 산업재해 예방 등을 위해서라도 부산시 차원의 언어권 보장이 시급하다고 목소리 높인다. 유선경 노무사는 “이주노동자를 고용한 각 사업장은 노동자들에게 산업안전 보건교육을 시행해야 한다. 이때 대다수 중소기업은 이주노동자가 알아듣지 못하는 한국어로 형식적으로 교육하는 데 그친다”며 “이 때문에 일터에서 뭐가 위험한지, 처음 온 이들은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알 수 없어 산재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해 5월부터 올해 4월까지 시의 의뢰를 받아 ‘부산시 노동정책 기본계획 수립 연구’를 수행한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산업안전 보건교육 통역 지원 사업 시행을 제안했다. 그러나 시는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다.

■기본적 인권 보장해야

재난상황은 물론 일상생활에서 이주민 언어권 보장은 기본권 보호와 직결된 사안이다. 국가인권위원회 관계자는 “이주민도 인간으로서 국가로부터 기본권을 보호받아야 한다. 재난상황 속에서 언어권이 보장되지 않아 생명권이 위협당했다면 헌법상 기본권 침해로 볼 수도 있을 것”이라며 “만약 이주민으로부터 진정이 제기되면 이 부분을 면밀히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인권위가 언어권 보장의 필요성을 강조하지만 부산시가 대책을 마련하지 않자 보다 못한 부산시의회가 행동에 나섰다. 지난 7월 시의회는 ‘부산시 이주민 인권 보호 및 사회통합을 위한 통·번역 체계 구축 방안 연구’를 발주했다. 시의회는 이번 연구를 통해 지역 실태를 확인하고 통·번역 시스템 구축을 위한 디딤돌을 마련할 계획이다.

박민성(동래구 1) 시의원은 “부산은 이주민 배려가 부족한 도시다. 코로나 19 확산 속에서 언어권 보장의 열악함과 필요성이 확인됐다. 의사소통은 삶의 기본인데도 권리로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은 답답함 그 자체”라며 “이번 연구에서 확인된 문제점 해결을 시에 요구하고 다양한 사례를 바탕으로 지역에 맞는 언어권 보장 시스템 구축으로 나아가겠다”고 설명했다.

임동우 김민정 기자 guardian@kookje.co.kr

- 끝 -

2020년 1~8월 언어별 의료 통·번역 현황  ※자료 : 이주민 통번역 협동조합 링크

베트남어

필리핀어

중국어

러시아어

인도네시아어

682건

231건

120건

80건

59건

캄보디아어

네팔어

영어

우즈벡어

몽골어

44건

25건

18건

18건

12건

태국어

한국어

방글라데시어

파키스탄어

미얀마어

12건

12건

6건

9건

7건

일본어

키르기스스탄어

스리랑카어

아랍어

 

4건

2건

2건

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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