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옛 스펀지앞 1차 사고에도 유유히 운전
- 전문가 “추돌 뒤 반사적인 반응 없어”
- 경찰, 환각 상태서 사고유발 규명 주력
- 마약 입수경로 추적·구속영장 신청키로
부산 해운대구 중동역교차로 7중 교통사고(국제신문 지난 16일 자 1, 3면 등 보도) 가해차량의 블랙박스 영상 일부가 공개되면서 대마초 흡입 후 운전자의 ‘이상 행태’가 포착됐다. 경찰은 가해운전자의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마약 입수 경로를 추적하는 한편 ‘윤창호법’을 적용해 사건을 검찰에 넘길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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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4일 부산 해운대구 중동역 인근 교차로에서 발생한 7중 충돌 사고 모습. 연합뉴스 |
16일 경찰이 공개한 가해 운전자 A 씨의 포르쉐 SUV 차량 블랙박스 영상에는 대마 흡입 후 A 씨가 일종의 환각 상태에서 운전을 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나타난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당시 동승자였던 B 씨로부터 대마를 건네받았고, 두 모금을 흡입한 뒤 운전했다고 진술했다. 영상에는 옛 스펀지 건물 앞에서 전방 승용차의 측면을 들이받는 ‘1차 사고’를 낸 직후 A 씨가 제동조차 하지 않은 채 계속해서 차를 모는 듯한 장면이 나타난다. 동승자인 B 씨가 “(사고)접수 안 해도 되느냐”고 묻지만 A 씨는 혼잣말을 하듯 “접수 괜찮다”고 중얼거린다. 한 교통사고 전문가는 “일반적인 경우 사고가 나면 반사적으로 브레이크를 밟는다. A 씨처럼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주행을 이어가는 것은 이미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라는 반증”이라고 설명했다.
교통사고의 정확한 원인을 밝히는 데 주력하는 경찰은 대마 흡입 이후 환각에 의한 사고인지, 아니면 사고 후 도주 중에 단순히 운전 부주의로 사고가 일어난 것인지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A 씨가 사고 조처를 하지 않고 달아난 데는 대마를 흡입했다는 불안감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동승자 B 씨가 건넨 대마가 어떤 경로를 통해 입수됐는지 또한 수사를 통해 규명돼야 할 대목이다. 조사 과정에서 이들은 “온라인을 통해 마약을 구매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현재 이 진술을 마냥 신뢰하기는 어렵다는 게 경찰 판단이다. 경찰 관계자는 “두 사람이 어떻게 인연을 맺어 어느 시점에서부터 마약에 손을 댔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으며, 대마 입수 경로를 밝히기 위해 자금 흐름을 추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사고 차량에서 발견된 통장 60여 개는 현재까지 범죄 혐의점이 파악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해운대경찰서는 A 씨의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경찰은 A 씨에게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도주치상·위험운전치상)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 도로교통법 위반 등 4가지 혐의가 있다고 본다. 경찰은 또 이날 A 씨에게 ‘윤창호법’으로 불리는 개정 도로교통법을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개정법은 ‘음주 또는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자동차를 운전해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사람은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이번 사고에서 오토바이 운전자 C(40대) 씨가 골절 등 중상을 입었다. 또 대마는 ‘마약성 약물’로 볼 수 있는 데다 블랙박스 영상 등을 통해 대마를 흡입한 이후 운전대를 잡은 A 씨의 이상 징후가 포착된 만큼 해당법 위반으로 볼 수 있다는 게 경찰 입장이다. 사전영장을 신청할 때 윤창호법 위반 또한 적용될 것이라고 경찰은 전했다.
전문가의 견해도 경찰과 비슷하다. 법무법인 다율 이호철 변호사는 “윤창호법의 입법 취지는 술은 물론 대마나 필로폰 등 흡입으로 온전치 못한 상태에서 운전하던 중 사람을 다치게 하면 더 무거운 처벌을 내린다는 것”이라며 “대마를 흡입한 것과 사고 사이에 관련성이 입증된다면 해당 법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